다시 자연 속 (間)으로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자연의 소중함을 느낀다. 이제 자연은 환경이 아니라
나 자신이 자연의 일부분임을 인정한다.
아, 바로 스스로 (自) 그러한 (然) 것이 자연임을 깨닫는다.

자연으로 돌아가자. 인간의 명철은 한계가 있고  오히려 자연 속에 모든 답이있다.
특히 자연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의 자연스런 관계다. 인위적으로 그 관계를
깨트리는 것은 자연의 조화를 깨는 것과 같다.

히포크라테스도 "의사란 자연 치유력을 돕는 보조자"일 뿐이라고 설파한 바 있다.
사실 요즘 경제가 어려운 것은 자연스런 경제본능과 그 관계를 무시하고 의식적
이념과 정치놀이로 세월을 낭비한 탓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사이"라는 실체가 존재한다. 그래서 인간(人間) 이라는
단어에는 사이(間)라는 단어가 들어 있는것 같다. 부부 사이에도 "사이"가 있어야
하고 예절이 있어야 한다. 그 관계 사이로 바람이 통해야 한다.

자기를 비워라. 퉁소가 그 비움과 구멍의 간격으로 아름다운 소리를 내듯,
우리삶에도 "거리'가 필요하다. 공간의 울림이 필요하다. 시간(時間)에도 사이(間)
가 있어서 하나의 점처럼 어제와 오늘,내일로 나뉘어 있는 것이다.

"사이"를 인정하라. 너와 나 사이의 간격이야말로 너와 나 사이에 더 큰 소통을
가능케 해주는 일이다. 벽 사이로 창을 내듯,우리 삶 속에 숨통을 틔우자.
때때로 하던 일을 멈추고 한번쯤 허리를 펴고 하늘을 바라보자.

과연 나무의 줄기와 뿌리는 어떻게 다르고 서로 어디서부터 나왔는가?
세상 모든 사물에는 안과 밖이 있으며 그 중간(中間)에 사이(間)가 있다.
모든 생명체의 탄생은 이 중간의 연관과 촉매 작용을 통해 가능 하다고 한다.

오늘의 이념논쟁도 그렇다. "보수적 세계에서 진보의 가치가 살아나고, 진보적
세상에서 보수의 빛이 드러난다. 수구의 본질은 두려움이다.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보수는 건강하고,전통에 대해 경의를 표할 줄 아는 진보는 매력적이다."
(이우근 '광야의 묵상'에서) 결국 이념도 우리가 잘 살기 위한 방법론일 뿐이다.

그래서 다음 통치자는 먼저 열려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알량한 소신에 앞서 삶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좀 생각했으면 좋겠다. 서로 존중하자.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 자연 현상이다. 이제 부터라도 그 " 관계 "를 중시하고 회복하자.

우리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그 사이에서 깨달아야 하는 것이 융합(融合)이다
모든 중심은 그 나름의 정체성과 목적을 갖고 있지만 그 중간에 다른 바깥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퓨전의 문"이 열려 있어야 한다.

다 장악하지 말자.겸양해야 하는 삶속에서 서로 먼저 한 발자국씩 물러나 여지(餘地)
를 만들자.희망이란 더 할수 있는 "여백"을 말한다. 우리가 젊음을 부러워하는 것은
그들에게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가 늙음을 한탄하지 않는 것은 조금 떨어져서
세상을 관조하는 여유를 갖게 되었음이라.

희망은 소망이며 그 열린 "틈의 공간"이야말로 천하의 자궁(子宮)이다.
또 한마의 생명을 잉태케 하는 "사랑의 방"이다.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 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함께 있되 거리를 두어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칼릴 지브란의 시중에서)

                              이 청승 ([주]베세토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