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런 ‘연평해전’

영화 ‘연평해전’은 제2 연평해전의 실상을 조명해, 대한민국의 국방 현실을 젊은이들이 생각하게 만든 효과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1970년대 초 해군군수참모부장 부관으로 병역을 마친 필자에게는 영화의 구성이 실망스러웠다.

2002 월드컵에 초점을 맞춘 스토리는 영화의 주제로 손색이 없다 하더라도, 그 전후 스토리를 컴퓨터 그래픽으로라도 간략하게 설명했더라면 젊은이들에게 반공과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좀더 확실히 부각시켰을 것이다. 그런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새민련 문재인 대표가 "(제2연평해전이 벌어지고 해군이 사망한) 상황에서 김대중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단호한 대응과 응징을 하면서도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했습니다. 해전에서도 승리하고 우리가 개최한 월드컵도 우왕좌왕 하지 않고 무사히 마쳤습니다" 라는 헛소리를 해도 젊은이들이 정말 그런가 보다 헷갈리는 것이다.

2002년 서해교전 당시로 거슬러 가보자.

2002년 7월 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 체육관. 6월 29일 서해상에서 북한의 계획된 도발로 사망한 故 윤영하 소령을 비롯, 장병 4명의 합동 영결식이 열렸다. 이날 영결식에는 유족들과 전두환 前대통령, 손학규 경기지사, 장정길 해군 참모총장 등 각계인사 500여명이 참석했지만, 국가 최고지도자이자이며 군 통수권자였던 김대중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뿐만 아니라 김동신 국방장관을 비롯, 국무위원 어느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 중이었다.

 6월 29일 서해교전으로 온 국민이 분노에 떨고 슬픔에 잠겨 오열하고 있을 때 ‘한가하게’ 월드컵 폐막식에 참석한다는 이유로 30일 오전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한 것이다. 이날 출국 때 공항에는 이한동 총리를 비롯, 김동신 국방, 이근식 행정자치부 장관,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 등 정부 관계자들이 나와 환송을 했다. 이 때 “김대중 대통령이 서해 교전에도 불구하고 내일 일본에 축구구경을 간다는 게 사실이냐.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시민들의 분노가 메아리 쳤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빨간 넥타이를 맺었다고 한다.

7월 3일 대전 국립 현충원. 서해교전에서 산화한 4명의 전사자에 대한 삼우제(三虞祭) 행사에는 유족 20여명과 해군본부 소속 장병 10여명만이 참석하고 있었다.

물론 이곳에도 대통령은 고사하고 국방장관이나 책임 있는 정부 고위관리들의 모습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故 서후원 중사의 아버지 서영석씨(당시 49세)는 “서쪽에서 아들이 죽었는데, 동쪽에서는 금강산 구경 간다고 하고……월드컵 잔치한다고 대통령이 나와 선수들한테 훈장을 주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절규하기도 했다.

영화의 첫 장면에 제 1연평해전의 컴퓨터 그래픽 영상이 먼저 나오고, 이어서 제 2연평해전 영상과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빨간 넥타이를 매고 월드컵 경기를 보러 일본으로 날아가는 뉴스 영상이 간략하게 나왔어도 당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99, 6.15 1차 연평해전 상황은 북한 함정 십여 척이 NLL을 넘어 우리 해군고속정에 포격을 가해오자 우리 해군 2함대 박정성 사령관이 발포 명령하여 북한함정 2척 침몰 2척 대파 북한해군 수십 명이 전사하고 퇴각한 사건이다. 훈장을 받아야 할 박제독은 어이없이 보직해임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02, 6. 29 2차 연평해전은 북한의 1차 연평해전 복수극으로 NLL을 침범한 북한 군함에게, 우리 군함은 발포하지 말고 선체로 들이 박기만 하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엄한 지시로 북한 군함의 선제포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전쟁이었다.

자동 포로 무장한 우리 군함과 북한 군함의 교전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교전이 이루어질 경우 게임이 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먼저 공격하도록 북한군에 기회를 준 셈이다. 값비싼 무기를 장착한 우리 군함에게 거북선 작전을 지시한 김대중의 행보를 조선일보 기사로 보자.

‘제2연평해전이 발생하기 이틀 전인 2002년 6월 27일 대북감청부대장인 한철용 소장은 북한의 도발 징후가 있다고 상부에 보고했다. 한 소장은 "군 수뇌부가 (보고를) 묵살했다"며 "우리가 충분히 제2연평해전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소장은 이런 실상을 공개했다가 보직 해임됐다. 1999년 제1연평해전 이후 교전 수칙이 수정된 점도 제2연평해전을 방조했다는 지적이다. 수정된 교전 수칙은 선제 발포를 막고, 확전을 금지했다. 이 때문에 제2연평해전에서 해군이 선제공격을 받고도, 북한 군함 동산곶 684호와 388호를 격침할 수 있었지만, 사격 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1965년에서 1973년사이 북한은 끊임없이 무장공비들을 남파했다. 우리 해군이 부실해서 당시에는 NLL이 무용지물이었다. 북한이 NLL에 시비를 걸 필요가 없던 시절이었다. 당시 북한의 소형 쾌속정들이 무시로 국경을 넘어올 수 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리의 호위구축함이 북한의 소형 쾌속정에 무참하게 당한 사건을 계기로 고속정사업을 추진했고, 그 결과 1980년 대를 거치며 북한의 도발은 철저히 차단되며, 그들이 해상침투는 반 잠수정을 몰래 보내는 것이 고작이었고,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았다. 그러기에, 북한은 NLL에 딴지를 걸고 있는 것이다.

모두 박정희시대로부터 축적된 부가 있었기에 가능해진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왜곡하여, 인터넷 상에는 ‘우리 정부는 과거부터 전사자를 홀대하는 관습이 있었는데, 이런 관습이 김대중∙노무현 시대를 거치며 개선되었다’고 주장하는 종북세력이 있다.

과거에는 전사자에게 위로보상금을 쥐꼬리만큼 주었는데, 이런 것이 개선된 시기가 아이러니하게도 김대중∙노무현 시대라는 것이다. 6.25를 거친 절대 빈곤의 시대에 방치되었던 원호법이 경제기적이 일어난 군부정치를 거치며 이제 보완되고 있는 실상을 교묘하게 왜곡하는 방식은, 문재인의 제2연평해전 자화자찬과 같은 맥락이다.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6명의 영웅과 그 유가족들의 억장이 무너진다. (2015.07.03)

과거 천안함 폭침 당시 썼던 글의 일부를 첨부합니다. 

1969년 9월 소해정 MSC-523(掃海艇, Mine Sweeper Coastal) 에 발령이 났다.  부임과 동시에 바로 진해항을 출항해서 울진-죽변지역에서 이십여 일간 경계임무를 수행했다. 1968년 1월21일 김신조 등 북한의 특수부대원들의 청와대기습기도사건도 있었고, 동 년 10월30일부터 11월 2일까지3회에 걸쳐 북한은 무장공비 8개조 120명을 삼척∙울진지구에 침투시켜 11회에 걸쳐 양민 23명을 학살하며 북상, 월북을 기도했다.

 우리 군은 공비 107명을 사살하고 5명을 생포했으며, 2명이 자수함으로써 총 114명을 소탕했다. ‘공산당이 싫어요.’의 이승복도 당시의 비극이었다. 해군도 비상이어서 20mm twin기관포가 전부인 370톤 급 목선인 기뢰제거 정(艇)까지 해상경계를 위해 동원시켰다. 남침하는 북한의 쾌속함을 발견하면 주위에 있는 구축함이나 호위구축함에 통보하여 섬멸하기 위한 통신연락선의 역할이 소해정이 맡은 실제적 임무였다.

당시 우리 군함들은 모두 1930년대 말에서 1940년대 말에 건조되어 세계 2차 대전 참전 후 퇴역한 미 해군의 군함들이었다. 배수톤수 1200-2200톤 급의 구축함(DD, Destroyer)와 호위구축함(DE, Escort Destroyer)을 비롯한 600-1200톤에 이르는 각종 경비함과 초계함이 전투함의 주축이었다. 그 중 경비함(PCEC, 표준톤수 650톤으로 8척)인 56함(당포함)은 1967년1월 동해에서 어로를 위해 월북하는 어선을 보호하려다 북한해안포대의 포격으로 격침되어 39명이 전사했고 40명이 전상을 당했다.

북한군이 해상함으로 연합군을 대항하기가 어려운 상황을 감지한 옛 소련은 북한에 다수의 잠수함을 제공했고, 북한은 대함(大艦)주의의 우리 해군에 효율적으로 대항하기 위해 소형 쾌속 정들을 전략적으로 채택했다. 그 즈음에 서해상에서 우리 호위구축함이 북한의 소형쾌속정에게 피습을 당하는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5인치, 3인치 포와 40mm대공기관포로 무장된 우리 구축함에 몰린 북한의 소형 쾌속정이 구축함에 바싹 다가가 20mm 기관포로 갈겨 우리 장병들이 다수 부상당하고 선체의 일부가 파손되었던 것이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 꼴이었는데, 포 사정거리 이내로 바싹 다가와 공격하는 북한 쾌속정에 대항할 무기가 없어 당한 사건이었다. 이를 계기로 우리도 함선들에 20mm대함 기관포를 장착하게 되고, 우리도 쾌속경비함의 필요하게 되었다. 미국 타코마조선소에서 건조한 PGM이 도입되었고, 이것이 현재 우리 해군이 국내에서 건조하고 있는 PKM과 PKG인 윤영하 함 등의 전신이었다

1971년 본인은 해군본부 군수참모부장 부관이었다. 북한이 원산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있던 1400톤 급 전투함의 사진을 기밀문서로 본 것도 그 당시였다. 당시 북한은 우리 개인 GNP의 세 배였고 선박건조기술도 월등했다. 우리가 썩은 배를 미국에서 원조받고 있는 사이 북한은 신형 전투함을 자체경비로 건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수출입국을 표방한 우리의 경제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1970-80년대에 우리 해군의 자주방위력은 북한을 크게 압도했다. 소위 1970년대 시작한 율곡 계획이었다. 이로써 우리 해군은 서해에서 해안경비정인 PKM, PKG와 경비함 PCC, 구축함 DE, DD의 막강한 해군력을 구축하며, 과거 북한이 마음대로 활보하던 서해안을 철통같이 봉쇄하게 되었다.

 PKM과 윤영하 함들이, NLL을 넘어 목포연안까지 마음대로 활보하던 북한의 쾌속정들을 저지하고, 북한의 잠수함이 서해를 넘볼 수 없게 우리의 구축함들과 대잠헬기들이 경계를 강화한 것이다. 북한의 노후한 잠수함의 잠함시간은 4-6시간에서 2-3일이 고작이다. 그 시각을 넘으면 수면위로 모습을 나타낼 수밖에 없고, 만약 전쟁이 터진다면, 위성으로 그 위치가 발각되어 북한의 잠수함들은 초기에 작살나는 운명으로 전락했다.

현재 북한 해군이 할 수 있는 작전은 게릴라 식 기습작전뿐인데, 몰래 NLL을 넘어 우리 해군함선에 기뢰나 어뢰로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정도가 그들의 한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