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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군무원의 이중배상금지 판결 - 위헌적인 내용을 헌법 스스로 규정한
전방 지역에 가면 "동네 사람 두 명하고 군인 한 명이 간다."라는 농담이 있다. 군인은 사람이 아니라는 얘긴가? 또 군견이 죽으면 일반
사병이 죽었을 때보다 돈이 더 나온다는 그럴듯한 소문도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왜 이런 얘기들이 흘러 다닐까? 여기에서는 군인 군무원의
이중배상금지 판결에 대해서 알아보자.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는 군인, 군무원, 경찰공무원 등이 전투, 훈련, 기타 직무 집행과 관련하여 전사하거나 부상을 당해 다른
법률에 의하여 보상받은 경우 다시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이중배상금지규정은 1967년 국가배상법을 개정하면서
생겼다. 당시는 베트남전 중이었고 우리도 파병한 상태였기 때문에 군인들이 전쟁 수행 중에 부상 또는 사망한 것을 모두 배상해 주면 너무 많은
재원이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조항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평등권에 위배되는 조항이라 하여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다. 당시에는 헌법재판소가 없었고 위헌법률심판을 대법원이 하던 시절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의 대법원이 위헌법률로 판결하기 위해서는 전체 대법원 판사(현재의 대법관)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출석 인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하는 법원조직법 제59조 제1항 단서를 먼저 위헌으로 판결하고, 일반 의결정족수에 따라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를 위헌으로 판결하였다는 점이다. 당시 헌법 제103조에서 정당해산 판결에 대법원 판사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요하도록 한 것보다도 가중된 정족수를, 헌법에 명시적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법률인 법원조직법에 규정한 것이 형평에 맞지 않는 위헌적 규정이라는 것이다(대판 1971.6.22, 70다1010).
그런데 1971년 위헌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듬해 이른바 유신헌법의 제정 시에 이 조항을 헌법 자체에 넣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현행 헌법 제29조 제2항에 남아 있다. 여기에 헌법재판과 관련하여 두 가지 주요한 문제가 있는데, 이는 전문적인 얘기이므로 그냥
넘어가도 좋겠다.
첫째, 헌법재판소가 스스로의 근거 규정이 되는 헌법재판소법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할 수 있는가? 물론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헌법재판소는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 결정(단순위헌 결정은 아니며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헌재 1997.12.24, 96헌마172·173). 이론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며 헌법재판소에게는 "자기 임무의 범위를 스스로 정할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고 한다. 다만 희귀한 사례일 뿐이다. 둘째, 위헌으로 결정된 조항을 헌법 자체가 규정하면 그 위헌성이 없어지는가? 나아가 헌법 자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할 수 있는가? 이것도 물론 할 수 있다. 헌법재판에 있어서 기준이 되는 헌법은 실정헌법, 즉 헌법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추상적 의미의 헌법 규범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실정헌법은 완벽하지 않으며 위헌적이거나 체계에 모순되는 조문을 담고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위헌으로 결정된 조문을 헌법이 다시 규정한다 해도 그 위헌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헌법재판소가 헌법 자체에 대하여 위헌으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위헌으로 결정한다 해도 실제 그 효력을 관철시키기 어렵고, 이 점을 헌법재판소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와 관련하여 한정위헌 결정을 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같은 내용의 헌법 제29조 제2항에 대하여 통제를 한 바 있다(헌재 1994.12.29, 93헌바21). 군인 군무원의 이중배상금지규정과 관련한 이런 법적인 논쟁들은 입법적으로, 즉 헌법개정을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헌법개정 없이도 해결할 수는 있다. 즉, '법률이 정하는 보상'의 수준을 상향해서 국가배상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액수만큼 보상을 해주면 실질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예컨대 2002년 서해교전 당시 죽거나 다친 군인들에 대한 보상이 적어서 동료 군인들이 모금운동을 하던 것을 생각해 보라. 참고로 여기서 이중배상금지라는 것은 절차상 이중으로 배상신청을 못한다는 의미일 뿐, 이중으로 청구가 가능하다 해도 중복해서 받음으로써 실제 손해액 이상을 받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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