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던 청원문입니다.

국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흔히 사회 지도층의 도덕성을 얘기 할 때 유럽 귀족들의 솔선수범을 예를 들곤 하지만 우리의 선조들은 각자의 처지에서 대의를 쫓아 몸소 실천했다. 나라의 녹을 먹는 관리들은 청백리로, 부자들은 곳간을 열었고 백성들은 품앗이로 서로를 위하고 돌보며 살아왔던 것이다. 그러다 나라가 위태로울 땐 의병으로 승병으로 나아가 대륙과 수륙의 침략자들을 무찔러 이 강산을 지키며 오순도순 살아왔다.

부자들의 본보기로 경주 최부자를 말한다. 그 후손들은 백리 안에 굶주린 사람이 없도록 곳간을 항상 열어두었고 항일 독립투쟁은 물론 독립자금을 지원했으며 해방 후엔 인재양성을 위하여 교육기관 설립에 전 재산을 기부했다.

나라 잃은 백성들은 친일 세력과 일제에 항거했다. 조선 최고의 명문가 후손인 이종찬전의원과 이종걸의원의 조부 6형제들은 독립운동을 하기위하여 전 재산(600억 원 상당)을 팔아 만주로 망명했다. 무관학교를 세우는 등 독립운동을 하다가 5형제가 타국에서 죽고 이시영(초대부통령)선생만 조국에 돌아 왔다니 유럽 귀족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비할 수 있으랴!

수많은 백성들이 이 땅에서 타국에서 일제에 항거했다. 지식인들은 독립운동을 조직화 했으며 자산가는 항일 독립투쟁 지원 자금을, 젊은이들은 의병으로 독립군으로 의혈단으로 열사로 또 백성들은 음지에서 양지에서 각자의 처지와 형편에 따라 일제에 항거하여 마침내 대한독립만세를 외칠 수 있었다.

하지만 독립 후, 친일파가 득세하면서 독립운동을 했던 인사들은 귀국이 미뤄지고 철저히 소외당했다. 친일파가 해방 뒤에도 권력과 부를 독차지 했다.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은 가난과 홀대 속에서 배움의 기회를 잃고 처량하게 살았으니 어찌 국가가 있어 백성을 돌본다 말할 수 있었을까! 독립운동가들을 닦달질하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라 할 수 있을까!

이념과 사상논쟁으로 정적이 되어 편 가르는 동안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나라가 위태로우면 너나없이 나아가 싸웠던 백성들은 또 전장에서 초개와 같이 살아졌지만 권력자들은 일신의 안위를 위해 피난에 급급했다. 힘없는 국민들만 무명용사가 되어 조국의 산야에 묻혔다.

언제부턴가 사회를 이끌어오던 지도층의 솔선수범은 잦아들고 빽 없고 힘없는 무식한 국민들의 의무만을 강요당하는 불공정한 사회가 자리하게 되었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나라였으니 그 후손들은 얼마나 어렵게 살았겠는가!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여 변변한 직업 없이 가난이 대물림 됐다. 또한 한국전쟁에 희생한 백여만 명의 전사 상자 유족들의 고난도 매한가지였다.

전쟁의 폐허로 지지리도 가난했던 대한민국은 굴욕적인 한일협정이란 반대에도 군사정권의 안정과 절대 빈곤에서 헤어나고자 차관을 포함 약 6억 달러를 얻어와 공장을 짓고 경제를 일으키는데 사용했다.

그러나 도로 철도 항만, 철강 석탄 전력 조선 따위의 사회간접자본과 기간산업에 필요한 달러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 돌파구는 월남전에 참전하는 것이었다. 월남파병으로 전투수당, 군의 현대화, 차관 등으로 달러가 유입되어 경제발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한국군은 8년여 동안 32만여 명이 파병되었으며 2만2천여 명의 전사 상자가 발생했다. 파월장병들의 외화송금액은 대략 10억불에 이르렀으니 한일협정으로 받아 낸 6억 달러에 비하면 대단한 금액이었다. 파월장병들의 희생으로 얻어 낸 경제적 효과는 천문학적(약500조)일 것이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2010년, 한국은 부자나라들의 모임인 오이시디(OECD) 회원국으로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로 성장했다. 한국군은 유엔 평화유지군 자격으로 분쟁국가에 파병하고 있다. 동티모르, 아프칸이스탄, 이라크, 레바논 등에 대한민국 군대를 보냈다. 그 것도 국민의 세금으로 말이다.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선진국이 됐다.

오늘날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세계 곳곳을 누비며 달러를 맘껏 쓴다. 여행, 유학, 원정출산에다 외국국적을 얻어 병역 기피를 위한 꼼수를 부리는 귀족들이 나타나는 등 통 큰 씀씀이를 하는 경제대국 국민이 됐다.

그러나 귀족들은 늘었지만 수단방법 안 가리며 병역을 기피하려한다. 국회나 행정요직에 군 미필자가 30% 정도나 된다니 귀족들의 본보기가, 지도층의 솔선수범이 사라지고 온통 꼼수 판이다. 나라는 부자이나 귀족들에게 편중되었으며 대물림 된 가난은 여전하다.

국가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을 만들고 민주화운동 희생자, 열사 의사자들에게 충분하진 않지만 보상을 하고 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면 국가에서 책임을 다하여 보살핀다는 대국민과의 약속인 것이다.

그런데 한국전쟁 참전자와 파월장병들에 대해선 국가가 몰라라 하고 있다. 우리의 군대를 외국에 보내면서 월 2-3백만 원을 주면서도 한국전쟁 참가자와 파월장병(65세)에겐 월 12만원(노인수당도 9만원 인데)을 지급하고 있음을 국민들은 알고나 있을까? 특히 미국에서 파월장병들에게 지급한 전투수당을 당시 박정권이 회수하여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산업자금으로 전용했다한다. 파월장병들의 희생이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초석이 됐는데도 말이다.

그동안엔 파월장병들의 희생에 보상할 여력이 없었다 치자. 그러나 지금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고 유엔의 회원국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 터에 파월장병들의 희생에 대한 보상에 정부가 나설 때라 생각된다. 월남전에 참전을 하면서 미국과의 협정내용을 공개하고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된 파월장병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는 특별법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의 행보에 언론은 잠간 주목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았으며 다민족연방국가인 미국이 세계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은 참전병사들에 대하여 특별한 지원이 있기 때문에 젊은이 들이 군에 자원을 한다고 보도했다. 우리의 실태는 참담하다. 독립운동가, 한국전쟁과 월남전 참전병사들은 87%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파월잔병들의 희생으로 얻은 경제적 실리를 파월장병들에게 제대로 분배하지 않았다. 경제개발을 재벌중심으로 해 세계일류기업들로 컸다. 이제 혜택을 받은 기업과 대한민국은 귀족 기업과 귀족 국가가 됐다. 나라가 어려울 때 국민이 몸 바쳤던 것처럼 국가 유공자 들에게 국가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책무를 다해줄 능력이 있다. 참전용사에게 진 빚을 청산할 것을 촉구한다.

특히 박정권이 산업자금으로 전용한 파월장병의 전투수당을 반환해 줄 것과,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초석이 된 파월장병들의 희생에 대한 보상을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아래와 같이 국가에 공개 청원(서명-다음 카페 ‘파월장병권리찾기’)한다.

첫째, 파병에 관련된 미국과의 협정 내용을 공개할 것.

둘째, 미국에서 지급한 계급별 전투수당 금액, 사병들에게 지급한 금액, 

     정부에서 환수한 금액을 밝혀줄 것(사이밍턴 청문회에선 주월 미군 의 1인당 비용은 1만3천 달러인 반면 한국군은 5천 달러, 필리핀 비 전투원은 7천 달러 수준이란 설명).

셋째, 국회나 과거사 진상조사위에서 본건도 조사할 것.

넷째, 특별법을 만들어 파월 장병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할 것.

현충일, 올 해도 ‘참전자들을 절대 잊지 않고 정부가 끝없는 책임을 지겠다’는 대통령의 추도사는 공허하게 들렸다. 어떻게 책임을 진다는 것인지 헛말이 아니길 기대해 본다.

조재석. 대전광역시 중구 산성동 한밭가든(아) 106-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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