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ippines 클라크 미 공군병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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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석 장군의 월남참전 종군기에 의하면 그당시 우리 참전자들이 국졸이 80%이상이라고 하였다. 결국은 많이 배운 지도자는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터에 보낸 군 고위자는 전쟁에서 빠지고 떵떵거리며 산다. 반면 가방끈이 짧고 덜 배운자는 애국의 사명감이든지 꼬여서 용역병이든지 전쟁터에 끌려가 죽음과 전상을 당하고 그 트라우마를 평생토록 이고 지고 산다. 월남전에 어쭙찮게 참전했지만 가방끈이 길고 먹물께나 먹어서인지 애시당초는 십자성 부대에 발령을 받았으나 돌고돌아 주월사 사령부에서 위생병인데도 해외여행과에 행정직 꿀보직을 꿰찼다. 사령부에 가보니 남들은 쎄 빠지게 강원도 동토에서 엄동설한에 죽을둥살둥 모진 훈련을 받았는데 이들 중에는 훈련은 고사하고 비행기 타고 부임하였다. 세상살이가 다 그렇고 그렇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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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월사령부 부관부 1년 마치고 다들 귀국 준비 한다며 설레이고 분주하다. 김신조 덕분에 복무연한이 연장되어 제대가 1년 더 남은 터라 연장할려던 차에 의무참모부에서 필리핀 클라크 미공군 병원에 근무를 추천한다고 하였다. 이건 또 아닌 밤중에 홍두깨이며 왼 떡시루냐고 즉시 명령에 welcome 했다. 거기는 한국군 의정장교 소령 한분과 위생병 2명이 근무한다. 전쟁에서 부상 당한 모든 군인은 일단 월남에서 C-130 미군 수송기로 클라크 미공군 병원으로 후송되어 중상자는 남고 그 외는 다시 대구 1육군병원이나 진해 해군병원으로 후송된다. 병장인 Sergeant는 하사관으로 예우해 독방 침실이 제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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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 중에는 한달에 한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한다. 병원당국이 화장하여 유골을 상자에 담아 우리에게 넘긴다. 그러면 한달에 한번씩 오고가는 우리 공군비행기 C-54편에 다시 베트남으로 영현을 봉송하여 사령부에 이관하면 전사자로 처리 된다. 비행기 올 때 까지는 침실 옆에 두고 밤이라도 불을 밝혀 조의를 취한다. 그당시는 두렵고 무서운 줄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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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해병대 일등병이 총상으로 발 하나가 짤려 후송 되었는데 남은 한발도 썩어 들어간다고 군의관이 절단해야 된다며 서명하라고 해서 별수 없이 서명했다. 하룻밤 지난후 그 일병이 미군 간호장교 데스크에 올라 앉아 내 다리 돌려다오 하며 난장판 을 친다고 해서 달려 갔더니 보자마자 야이XX야 하며 다같이 월남와서는 너는 여기 근무하고 나는 다리 잃었다며 망연자실하고 울부짖었다. 이럴때는 침묵으로 동조하고 눈빛으로 다독여 주는 길 밖에 없다. 결국 제풀에 지쳐 쓸어지자 그를 보듬어 병실에 눕혔다. 지금도 살아있는 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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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상이자는 동갑내기이며 육사 출신 중위 소대장으로 작전 중 총알 파편이 등 척추를 건들어 하반신 마비로 실려왔다. 본국 후송 까지 곁에서 줄곳 대화를 이어갔다. 참담하고 아까운 젊은 장교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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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환자는 맹호 특전사 요원인데 작전지역에 요충지인 험준한 산이 낮에는 우리가 밤에는 베트공이 차지한다. 따라서 미군과 공동으로 야밤에 미군 시누쿠 헬리콥터에 우리 군인들을 산 정상에 뿌리곤 이 잡듯 낮은 포복으로 훑어 내려 가고 있었다. 미군들이 야광등을 대낮처럼 밝히고 움직이는 자는 아군이든 적군이든 모조리 비행기에서 갈겨 됐다. 이병장도 포복 중에 그루터기에 무엇이 걸려 보았더니 본인 창자가 인 것을 보고 쓸어졌다. 창자를 비닐봉지에 복부 밖으로 싼채 후송되어 왔다. 하반신이 마비 되었다. 이게 전쟁이다. 전쟁은 다들 미친 사람이 하는 어리석은 짓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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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환자들도 매번 실려왔다. 전쟁 공포증 환자는 내리자마자 살려달라고 두손을 비비는 가 하면 눈에 불덩어리를 켜고는 협박조로 히죽히죽 웃는 자는 바로 수갑을 들것 손잡이에 채워 고정시킨다. 매일 한번씩 전쟁의 잔상인 병상을 도는 게 하루 일과다. 모든 음식은 미공군과 동일하게 대우 받았다. 이미자씨를 비롯한 군 위문단으로 유명한 연예인들이 거쳐갔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부닥치면 위험천만한 그곳에도 길이 있습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