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인용시 tbs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와의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서해성의 박학다설] ‘망각의 연꽃’ 베트남 민간인 학살(광주학살의 기억1.)

● 방송 : . (금) 18:18~20:00 (FM 95.1)
● 진행 : 김종배 시사평론가
● 대담 : 서해성 작가

▶ 김종배 : 우리시대의 지식광대입니다. 서해성 작가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 서해성 : 안녕하셨습니까?

▶ 김종배 : 오늘 이야기 어떤 것 나눠볼까요?

▷ 서해성 : 광주학살, 광주민주화운동, 광주민중항쟁, 이렇게도 여러 가지로 부릅니다만 그것의 가장 기초적인 것은 학살이지 않습니까? 광주학살에 대한 얘기의 1탄이라고 할까요? 첫 번째 이야기로써 광주학살을 해명하는 중요한 방법 중에 하나가 베트남전쟁에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해명하는 것이 1차적으로 선행하는 게 좋습니다.

▶ 김종배 : 저번에 제주 짚어봤고요.

▷ 서해성 : 사실은 작년부터 공주 우금치, 우리가 얘기를 했지 않습니까?

▶ 김종배 : 맞아요. 그것도 우금치전투라고 하지만 사실은 우금치학살이었다, 이런 말씀하신 적이 있었죠.

▷ 서해성 : 네. 그러니까 동아시아 학살의 좌표가 어떻게 이동하는가, 개요를 먼저 간단하게 말씀을 드리면 1894년 12월에 공주 우금치에서 하루 동안 1만 여명을 기관총, 연사무기인 기관총으로 학살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만주로 옮아가서 독립군을 소탕하는데 사용되고요. 그게 다시 한국전쟁에서 광범한 민간인 학살, 대표적인 게 4.3학살이죠. 그리고 그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고스란히 베트남으로 갑니다. 그러니까 한국전쟁 시기에 소위였던 사람들이 베트남에서 영관장교였습니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영관장교였던 사람들이 광주학살을 할 때 군 최고책임자들에 해당하는 장성들이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전두환 같은 사람들이죠.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베트남에 있을 적에 가졌던 자기 신체로 체화된, 자기 몸에 익숙해졌던 것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전쟁에 관한 군인과 군인의 충돌만이 아니라 민간인에 대한 광범한 학살까지 진행하는, 이런 것들하고 무관하지 않거든요. 전쟁이 갖고 있는 비윤리적인 행위, 그리고 자기 민족 내에서 저질렀던 광범한 민간인 학살, 그리고 이민족에게 행했던 그 행위, 그런 것들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광주학살이, 그런 얘기를 같이 해보고자 합니다.

▶ 김종배 : 그럼 오늘은 집중적으로 베트남 민간인 학살부터 일단 짚고요. 베트남전, 우리가 월남전이라고 불렀던,

▷ 서해성 : 네. 월남전이라고도 하고, 베트남전이라고도 하고, 비엣남이라고도 합니다. 한국에서 부르는 베트남의, 월남에 관한 세 가지 이름이 있습니다. 월남은 전통적으로 한중일, 한자문화권에서 비엣남을 불러온 말이고요. 베트남이라는 말은 한국에서만 쓰는 말입니다. 비엣남입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발음이 불편하니까 비엣남이라고 하지 않고 베트남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발음은 비엣남입니다.

▶ 김종배 : 거기 가서 베트남이라고 하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

▷ 서해성 : 한국사람들이 하도 부르니까 이해하더라고요. 이해는 하는데 비엣남이라고 수정해서 그렇게 말해 주죠. 그러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월남은 세 가지다. 전통적인 월남이 있고, 전쟁을 통해서 익숙하게 된 이름 베트남이 있고, 그리고 원래 이름은 비엣남이라는 거죠. 진짜 우리가 어느 베트남을 알고 있는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 김종배 : 그러면 베트남전, 일단 개괄해야 되지 않을까요? 이 베트남전에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은 거예요?

▷ 서해성 : 사실 통계가 정확하게 나와 있는 게 없습니다. 저희 방송을 위해서 미국 통계도 들어가 보고, 베트남정부 사이트에도 들어가 보고, 한국정부 사이트에도 들어가 보고 여러 가지 접촉을 해봤는데 포괄적으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대략 한 300만 명 정도가 죽었고요. 그리고 200만 명 정도가 불구가 되었고 그리고 고엽제 피해자는 최소 400에서 800만 명

▶ 김종배 : 그렇게 많아요?

▷ 서해성 : 네. 왜냐하면 에이전트 오렌지(고엽제)를 포함해서 그게 이른바 레인보우 제초제거든요. 사람들은 에이전트 오렌지만 있는 줄 아는데 오렌지, 그리고 화이트, 퍼플, 핑크, 그린, 블루, 이렇게 사용되었거든요. 앞에 에이전트만 붙이면 됩니다. 그렇게 다양하게 사용되었는데 그게 1962년부터 71년까지 1,200만 갤런 이상을 사용했거든요. 그러니까 수로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사용했는데요. 그러니까 왜 이제 그러면 400에서 800만 갤런이라는 이상하게 과장된 것 같은 숫자가 나오게 되냐면요, 정확하게 통계가 안 잡힌 측면도 있지만 에이전트 오렌지의, 고엽제의 특성이 2대, 3대로까지 물려가기 때문에 그걸 정확하게 통계내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 당시에 폭탄 투하량이 얼마였냐면요, 2차 대전 전체에 사용된 것 3배를 사용했고요. 그래서 베트남 전 국토에 1평방미터당 폭탄 1발씩이 떨어졌습니다. 그러니까 베트남 사람들이 왜 땅굴에, 베트콩 영화 보면 땅굴에 들어있지 않습니까? 그 이유가 뭐냐면 지상에서는 살고 싶어도 살 수 없었다, 이게 당시 베트남 사람들이 한 말입니다. 미군도 많이 죽었습니다. 미군이 역사상 참전한 전쟁 중에서 가장 긴 전투였습니다. 20년을 베트남에서 전쟁을 치렀습니다.

▶ 김종배 : 대충 그쯤 되죠, 기간이?

▷ 서해성 : 네. 그리고 미군이 죽은 숫자도 5만 명입니다. 그리고 한국군도 많이 파병했는데요. 32만 5,517명을 파병했습니다.

▶ 김종배 : 연인원으로 따져서,

▷ 서해성 : 연인원으로, 네. 그리고 한국군이 전사자가 5,099명입니다. 그리고 부상이 만 1,232명, 그리고 고엽제 피해자로 결정된 사람, 보훈처에 의해서 결정된 사람이이 2만 5천명,

▶ 김종배 : 이렇게 많았나요?

▷ 서해성 : 그렇습니다. 그리고 실종자는 0명입니다.

▶ 김종배 : 왜 그게 0명이에요?

▷ 서해성 : 한국인이 너무 용감해서 아무도 항복하지 않은, 정부는 그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 김종배 : 제가 어디선가 기록을 봤는데 포로가 됐던 한국군 일부가 북한으로 또 북송이 된 경우도 있고,

▷ 서해성 : 그래서 방송도 했죠. 실제로는 베트남 전선에서 한국군을 상대로 방송도 하고 북으로도 가고 실제로는 그랬는데, 우리 정부 공식기록으로는 현재 실종자 0명으로 되어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그리고 부대에는 다 알다시피 백마부대, 9사단을 얘기하는 겁니다. 맹호부대, 수도사단, 그리고 청룡부대 해병2사단, 그리고 건설지원단, 당연히 군 수송해야 되니까 해군수송단이 있었고, 그리고 이제 비행기도 당연히 지원을 했기 때문에 공군 지원 은마부대, 그리고 군수사령부 십자성부대라고, 십자성이라는 건 북극성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남쪽에 있는 변치 않는 별, 그렇습니다. 그리고 당시 참전했던 사병들 평균 연령은 만 21.6세, 기가 막히게 예쁜 나이지 않습니까?

▶ 김종배 : 그러니까요.

▷ 서해성 : 정말 황홀한 나이죠. 21.6세에 참전했다는 겁니다. 평균 학력은 67%가 중학교 졸업 이상이었고 상당히 그 당시로서는 낮은 학력은 아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고요. 시력은 1.5였습니다, 평균.

▶ 김종배 : 그런 기록도 있어요?

▷ 서해성 : 네. 신체검사를 다 했으니까요. 생각해보십시오. 시력 1.5, 무슨 얘기죠? 평균보다 훨씬 상회하는, 정말 맑은 눈을 가진 21.5세의 청년들이 베트남에 가서 싸우다가 죽었다는 겁니다.

▶ 김종배 : 그렇죠. 그런데 그 파병이 처음에 개시된 게 몇 년도였어요?

▷ 서해성 : 64년도입니다. 1차 파병단, 처음에는 전투군인이 아니었고요. 제1 이동외과병원과 태권도교관단이 이렇게 갔죠. 그리고 그전에 존슨 대통령이 우리에게 파병을 요청했고요. 1965년도에 10월 14일 날 이제 제2해병단, 청룡이죠. 미국식 표현으로 캄란, 베트남 표현으로 하면 깜라인 만으로 상륙을 했습니다. 깜라인 만으로 상륙을 해서 드디어 전투병이,

▶ 김종배 : 전투부대가 1965년에 처음으로 갔고요. 그러면 10년 동안 가서 전투한 거네요?

▷ 서해성 : 그렇습니다. 10년간 전투한 겁니다. 그리고는 그 직후에 사실 중요한 것이 1966년도에 미국 대사가 한국정부에게 준 문서 이름인데, 브라운 각서를 체결합니다. 무슨 얘기냐면 추가 파병을 하면 미국은 이렇게 한국인을 도와주겠다. 한국과 한국정부의 한국군을 도와주겠다, 이런 얘기들을 체결해서 그에 따라서 백마부대가 1966년 10월에 깜라인으로 또 다시 상륙을 하고 박정희 대통령이 월남을 방문하는 그런 과정을 거칩니다.

그리고는 이제, 그런데 한국군이 정말 제대로 돈이 지급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가 미 상원에서 국회 청문회가 열렸었어요. 유명한 사이밍턴 청문회인데, 이걸 통해서 이 사이밍턴 청문회의 자료를 통해서 한국군이 실제로 돈을 얼마나 받았는가 하는 것들이 밝혀지게 되는 거거든요. 이따가 얘기하겠습니다만 1970년에 사이밍턴 청문회가 있었고요. 72년에 철군을 완료합니다. 그리고는 75년에 북베트남에 의해서 호치민이 점령되는, 사이공이죠. 그 이후에 도시가 호치민이 되었죠. 이렇게 크게 연보를 짚어볼 수 있겠습니다.

▶ 김종배 : 지금까지 베트남전을 쭉 한국군 파병까지 개괄을 해주셨는데 오늘의 본론은 우리 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 아니겠습니까?

▷ 서해성 : 그렇습니다. 2016년이 민간인 학살, 한국인 처음 한, 그러니까 1966년이겠죠. 66년, 67년, 68년, 올해 2018년이 되니까 68년에 많은 광범한 민간인 학살이 일어났습니다. 한국군뿐만 아니라 미군에 의해서도요. 68년이라고 하는 해가 독특한 해입니다. 2018년이 그러니까 68년의 50주년이 되는 그런 해인 거죠. 그러니까 이 해에 가장 광범한 학살이 일어났습니다. 언제 한 번 5월이 가기 전에 68년이란 도대체 무슨 해인가.

▶ 김종배 : 왜 68년이 이렇게 특기되는 거예요?

▷ 서해성 : 언제 한 번 살짝 얘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은. 68년도는 이른바 베트콩과 북베트남의 구정 공세가 베트남에서 일어납니다.

▶ 김종배 : 이게 68년이군요.

▷ 서해성 : 네. 그런데 그게 이제 파리 68혁명하고 연결됩니다. 68혁명은 세계를 바꾼 혁명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서독에서는 하물며 적군파까지도 나오는 그런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 그해 1월에 김신조가 청와대 습격을 했고요, 김신조 일당이. 그리고 미국 정보함 푸에블로호가 동해에서 북한군에게 나포됩니다. 그게 1월 23일입니다. 그리고는 그해 11월에 울진 지역으로 120명의 무장공비가 해안을 강습해서 침투합니다. 그리고는 그해 12월 5일 날 우리 어렸을 때 괴롭혔던 국민교육헌장이 반포됩니다.

▶ 김종배 : 대격변의 해군요.

▷ 서해성 : 네. 68년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가장 광범하게 학생시위가 있었던, 반전 시위가, 콜롬비아대학 학생들이 학교를 아예 점령합니다, 그 유명한 콜롬비아대학 학생이. 그리고는 그해 멤피스에서 마르틴 루터킹 주니어가, 목사가 암살되는 그런 해이고요. 그리고 체 게바라가 그 이전에 67년에 죽었는데 68년에 오디오, 영상, 사진, 이런 것들이 광범하게 유포되는 그런 시대입니다. 그리고 그 이듬해 한국에선 3차 개헌안이 통과되었죠.

68년을 해명하는 것이 20세기 후반부를 해명하고 그걸 통해서 한국사회, 유신도 여기서 나오는 거거든요. 68년은 정세 속에서 같이 나오게 되기 때문에 언젠가 68년을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그런 시기였기 때문에, 68년이 무슨 얘기냐면 68년에 미군이나 그 당시에 베트남전쟁을 수용하고 있던 부대들이 굉장히 초조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니까 베트콩과 북베트남군에 의한 구정 공세, 옛날 말로, 설 공세죠. 설 공세를 통해서 어떤 위기에 처하게 되니까 그때부터 이제 민간인들을 의심하게 되고 그러면서 그런 사람들에 무차별하게 학살을 감행하게 되고, 전장에서 대개 민간인을 죽이게 되는 이유는 전쟁이 잔인해서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자신들의 승리나 이런 데에 확신이 없을 때, 뭔가 이 전투에서 승리할 수 없을 거라는 모종의 불안감이 있을 때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의심스러워 보이는 거거든요.

▶ 김종배 : 마구 난사해버리는,

▷ 서해성 : 그렇죠. 부대가 가지고 있는 공포가 사실은 민간인 학살하게 되는 중요한 이유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전두환도 마찬가지였던 겁니다. 광주학살을 감행한 것도, 광주시민들에게 자신들이 밀릴지도 모른다는 그 공포가 사실은 학살을 감행하게 된 중요한 이유가 되는 것이거든요.

▶ 김종배 : 그렇죠. 그런데 지금 우리 국민들 뇌리 속에 베트남 하면 쌀국수, 최근에 박항서 감독. 그런데 사실 민간인 학살은 우리 국민들 사이에 많이 알려져 있지도 않고, 사실은 잘 알지도 못하죠.

▷ 서해성 : 그렇습니다. 이게 알려진 게 1999년도 이후에 처음 알려진 겁니다. 그전에는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객관적 사실을 통해서, 미국 문서를 통해서 알려진 것은 1999년도입니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니까 그래도 뭔가 가능성이 생겨서 사람들이 드디어 공적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날 쌀국수집이 엄청나게 늘고 있죠.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쌀국수집이 느는 만큼 우리도 베트남에 대해서 조금 더 인도주의적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거죠.

▶ 김종배 : 그러니까요. 그러면 민간인 학살 얘기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우리 군이 얼마나 죽인 거예요, 베트남 민간인을?

▷ 서해성 : 우리가 현재, 대략 베트남의 한 4개 성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는데 대략 한 9천 명 이상을 죽인, 현재까지 조사한 걸로.

▶ 김종배 : 집계된 것만?

▷ 서해성 : 네. 집계된 것만 9천 명 이상을 죽인 걸로 되어있는데 우리가 현재 전공으로 세우고 있는 게 대략 베트콩과 북베트남군을 4만여 명 정도 죽인 걸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 군인이. 그런데 이중에 다수가 민간인이라는 겁니다. 4분의 1정도가 민간인이었다고 하는 것이 현재까지 나와 있는 통계입니다.

우리 정부 통계가 아닙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베트남에 대해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인정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김대중 대통령하고, 두 달 전쯤에 문재인 대통령께서 베트남을 방문해가지고 유감의 뜻을 표현했죠. 그 유감의 뜻을 표현한다는 그 말 자체가 학살을 인정한 겁니다. 그러니까 그건 더 이상 뒤집을 수 없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 김종배 : 역사 기억하기는 조금 이따 다시 이야기를 하도록 하고, 대표적인 학살 몇 가지를 꼽아주신다면?

▷ 서해성 : 네. 한국에 이게 처음 알려지게 된 것도 불행하게도 사실은 일본에 피스보트(Peace Boat)라고 하는 시민단체가 있는데 그 사람들이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현장인 빈호아를 방문했습니다, 1990년대 초반에. 그러면서 일본에 먼저 알려지게 된 거죠, 공식적으로는요. 거기에서 66년도였는데 430명 정도의 민간인이 죽었습니다. 거기에 있는 추모비, 하도 고통스러운 말을 써놨기 때문에 그걸 증오비라고 그렇게 부르는데.

▶ 김종배 : 증오비.

▷ 서해성 : 증오비, 미워한다, 이 말이죠. 증오비 이름이 ‘하늘에 닿을 죄악 만대를 기억하리라’ 그리고 거기에 다음 줄은 ‘아가야 이 말을 기억하거라, 적들이 우리를 포탄 구덩이에 몰아넣고 다 쏴죽였단다. 아가야 너는 커서도 이 말을 꼭 기억하거라’

▶ 김종배 : 이게 증오비에 이렇게 새겨져있다고요?

▷ 서해성 : 네. 그리고 마을사람들이 자장가를 부를 때 이렇게 불러준다고 합니다, 잊어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참 무서운 일이죠. 그리고 베트남전쟁 중에서 한국군이 저질렀던 것 중에 꽝남성 디엔반 현에서, 일종의 군이죠. 디엔반이라는 현에서 연속적인 3대 학살사건이 있었는데 투이보촌 학살, 퐁니퐁넛 학살, 그리고 하미 학살, 이렇게 3가지가 있습니다. 거기서도 마찬가지로 투이보촌에서도 145명 정도의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거기 헬리콥터를 타고 1개 소대가 내려오자, 대개 일반적입니다, 이런 형식들이. 주민들은 총알을 피해서 땅굴로 숨었죠. 땅굴로 숨으니까 이제 땅굴로 숨은 놈은 다 베트콩이다, 해가지고 나오는 족족 쏴죽였는데요. 이런 겁니다. 군인들도 굉장히 초조하거든요, 사실은요.

이 군인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고 제가 이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군인들 사실 언제 정글에 가봤겠습니까, 한국군들이? 그리고 정글이라는 건 일종의 미로입니다. 정글이 아니어도 원래 전쟁터라는 게 처음 간 곳은 미로인데, 그 정글을 오직 지도 하나에 의지해서 행동해야 되는 그런 상황에서 언어도 통하지 않고, 그런 상황에서 갖고 있는 공포심은 배가 되고 증가될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는 유명한 학살이 퐁니퐁넛 학살입니다. 베트남의 대부분 지명이 한자입니다.

▶ 김종배 : 그렇죠. 한자권이죠.

▷ 서해성 : 그걸 알파벳으로 쓰기 때문에 한자인지를 모르는 것뿐이죠. 프랑스 신부에 의해서 그렇게 쓰기 시작한 건데, 퐁니퐁넛이라는 말은 바람 풍입니다, 이 퐁은 풍(風)입니다. 그러니까 사실은 퐁넛퐁니라고 읽어야 되는데, 퐁넛이 1이거든요. 그러니까 퐁1리하고 퐁2리에서 있었다, 이런 얘기입니다. 거기에서 68년도에 74명의 민간인을 학살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군인이 거기에 들어갔고 그리고는 사람들을 한 군데에 모아놓고 쏴죽였죠.

그런데 이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당시에 그 직후에 미군이 여기 현장에 도착한 겁니다. 도착해가지고 이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A4로 자그마치 554장에 달하는 보고서를 작성을 했는데, 마침 거기에 미군상병, 본이라는 사람인데요. 그 사람이 찍은 사진이 여기에 첨부되어 있었던 겁니다. 이게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베트남 학살에 대한 대부분의 사진입니다. 이 상병이 당시 카메라로 이 현장을 찍었고, 그리고 당시에 미국 내에서도 민간인 학살문제가 제기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의 극비문서로 분리되어 가지고 이것이 미국 내에 보고가 되었던 사례입니다. 그래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고, <한겨레신문>에 있는 고경태 기자가 이 사진을 가지고 재차 실제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죽었는가 하는 것들을 답사를 하게 되고 추적을 하게 되면서 한국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 김종배 : 지금은 많이 이야기하지만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가 70년대였는데 그때는 사실은 월남전이라고 해서 학교에서도 많이 가르치고 했는데, 이때 제가 배웠던 교육이 뭐냐면 저 베트콩은 군인과 민간인 구분이 안 되기 때문에 베트콩이 갖고 있는 특성이 그거다. 그래서 정말로 전투하고 진압하기가 너무 힘들다, 이런 식으로 사실은 배웠단 말이에요. 그런데 지금 작가님이 말씀하신 것 보면 소녀, 어린이까지, 아이까지 그냥 학살을 해버렸다면,

▷ 서해성 : 0세 아이가 많습니다. 무슨 얘기냐면 한국은 태어나자마자 1살이 되지만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그런 거고 대부분의 나라들은 365일이 되어야 1살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 추모비에 제가 가봤는데 추모비에 0살 표현이 많습니다.

▶ 김종배 : 그러니까 이건 백번 양보해서 베트콩 민간 구분이 안돼서 그랬다고 백번 양보해서, 이것도 사실은 말이 안 되는 얘기지만 하더라도 이건 어떻게 정당화되고 합리화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요.

▷ 서해성 : 퐁니퐁넛 같은 데에서 탄이라는 소녀가 있었는데요. 두 명의 탄이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하나만 예로 말씀을 드리면요. 응우옌티탄인데 이름이 둘 다 똑같습니다.

▶ 김종배 : 얼마 전에 한국 방문했던 분들 아니에요?

▷ 서해성 : 네. 그러니까 응우옌티탄이라는 분이 있었는데 한 응우옌티탄은 살았고, 한 응우옌티탄은 죽었습니다, 같은 현장에 있었는데. 그런데 그 응우옌티탄은 가슴을 도려냈습니다. 그건 학살과 무관하지 않습니까? 전쟁을 치르더라도 총으로 쏜 것이 아니고 가슴을 도려냈다고요. 그런데 그 여성이 죽지 않고 그 이튿날까지 살아있었습니다. 이건 명백한 사실이거든요. 이게 왜, 전쟁하고, 전투하고 무관하지 않습니까? 사람의 살을 도려내는 일은요.

▶ 김종배 : 그게 광주에서도 나왔던 이야기 아닙니까?

▷ 서해성 : 제가 그 얘기하려고 그러는 겁니다. 광주학살에서 어떤 여학생의 가슴을 대검으로 난자했다는 것이 소문이었는데 나중에 문서로 확인이 되었지 않습니까? 그 유사성을 제가 얘기하려고, 바로 그런 얘기입니다. 그런데 그중에 한 분이 살았어요. 탄 아주머니라는 분이 살았어요. 이름이 똑같습니다.

베트남은 여성 이름을 구분하기가 쉽습니다. 베트남 여성은 티라는 이름이 꼭 들어갑니다. 응우옌티탄, 응우옌은 성이고, 티는 여성이라는 뜻입니다. 탄이죠, 이름이. 살아남은 탄이라는 여성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2015년이었죠. 전시회가 있어서 ‘하나의 전쟁, 두 개의 기억’이라고 하는 이재갑이라는 작가가 찍은 그 사진 전시회가 있었는데, 그때 여기에 방문을 해서 고엽제 혹은 참전용사들하고 맞닥뜨리는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 김종배 : 아까 증오비 말씀하셨잖아요. 증오비를 세웠는데 볼 수 없는 것도 있다면서요?

▷ 서해성 : 그렇습니다. 꽝남성에 가면 하미 마을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 한국 청룡부대가 들어가 가지고 135명을 죽인 것으로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나중에 미안했던 거예요. 이건 좋은 일이거든요, 미안해한 일이니까요. 그랬는데 그 동네사람들이 이 비를 세웠죠. 그런데 그 비가 그냥 추모비가 아니고 살육의 역사를 영원히 기억하리라, 이렇게 써놓은 거예요. 그걸 나중에 알게 된 겁니다, 참전군인협회에서. 그래서 이 비를 세우지 마라, 우리가 돈 냈으니까, 한국군을 얘기를 하는 겁니다.

▶ 김종배 : 참전군인회가 우리 군,

▷ 서해성 : 네. 우리 참전 군인을 얘기하는 겁니다. 그리고 한국정부도 내용을 문제 삼은 거예요. 그게 베트남정부도 거기에 같이 우리 정부가 워낙, 현재 경제적으로 우리 도움을 많이 받아야 되지 않습니까? 베트남정부도 음으로, 양으로 압력을 넣으면서 거기에 있던 하미 마을의 증오비, 학살을 기록해놓은 그 비위에 다시 돌 하나를 만들어가지고 연꽃무늬를 만들어가지고 그 비문을 덮었습니다.

▶ 김종배 : 우리 언제 때 정부입니까?

▷ 서해성 : 얼마 안 된 일입니다. 십 몇 년 전 일입니다. 원래 학살에 관한 기록을 연꽃으로 덮었습니다. 그 연꽃을 떼어낸다면 언젠가 그 뒤에 학살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는 거죠. 정말 이게 뻔히 아는 일인데 거기다가 연꽃을 덮었다는 겁니다. 망각의 연꽃이라고 해야 되겠죠, 그러니까요. 망각을 강요하는 연꽃인 거죠. 저는 다른 학살보다도 이것이 더욱 저는 끔찍하게 느껴지거든요.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베트남전쟁, 월남전쟁 당시에 학살로 한 번 죽었고, 죽음을 가려서 두 번째 죽은 것 아닙니까? 죽음을 말하지 못해서, 그리고 또 계획적으로 망각을 요구받고 있어서 세 번째 죽어가고 있는 겁니다. 이 일은 중지되어야 합니다.

▶ 김종배 : 제가 하나 더 여쭤볼게요. 우리가 어떤 식으로 교육을 받았고, 어떤 식으로 알고 있냐면 우리가 월남전에 참전해서 우리의 젊은 군인들의 아까운 피가 달러로 돌아와서 우리 경제발전에 밑거름이 되었다라고 하는 논리를 우리는 지금까지 배워왔단 말이에요. 이 학살, 이런 것들은 배운 적이 없어요, 사실은.

▷ 서해성 : 그렇죠. 사실 전쟁은 학살을 동반합니다, 대부분의 전쟁은. 학살의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 것은 전쟁의 진실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한국전쟁에서 350만 명이 죽었는데요. 300만에서 350만 명 정도 죽었는데, 그 사람들이 다 총으로만 죽은 게 아니고, 그중에 상당수가 민간인이라는 점입니다.

▶ 김종배 : 우리가 일제의 만행을 이야기하고, 한국전쟁 때 미국에 의한 노근리 학살을 이야기하지 않습니까?

▷ 서해성 : 노근리 학살이 밝혀진 것도 1999년이고, 퐁니퐁넛 학살이 드러난 것도 1999년입니다. 월남전 참전 얘기하면서 우리가 돈을 벌었다는 말씀하셨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그동안 박정희 정권이 그렇게 말해온 거죠, 전두환 정권까지가. 당시 미군 한 명을 1년간 유지하는 비용이 얼마였냐면요, 1만 3천만 달러였습니다.

▶ 김종배 : 미군?

▷ 서해성 : 미군, 사병 하나. 그런데 한국군 1명을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5천 달러였습니다.

▶ 김종배 : 그래요? 똑같이 먹고, 똑같이 뭐 하는데도?

▷ 서해성 : 똑같이 안 먹고, 똑같이 안 쌌다는 거죠. 그러니까 무슨 얘기냐면 한국군 32만 명이 갔지 않습니까? 연인원 계산을 하면 미국에 돈을 우선 1인당 8천 달러를 절약해줬다는 겁니다. 생명 다 떠나서 한국이 베트남에서 번 돈이 얼마냐면요, 10억 달러입니다. 10억 달러인데 실제로는 뭐냐면 미국 돈을 25억 6천만 달러를 절약해 준 겁니다. 10억 달러를 번 게 아니고, 이 말을 정확하게 해야 됩니다.

▶ 김종배 : 우리 꽃다운 청년들 보내가지고,

▷ 서해성 : 미국 군인을 안 죽인 건 빼놓고, 제 얘기는, 안 죽게 된 건 빼놓고 돈만 얘기하더라도 미국 사병이 써야 될 돈에 실제로는 25억 6천만 달러를 절감해 준 거고, 미국 정부 예산을. 그중에 우리가 갖고 온 돈은 10억 달러였다는 겁니다. 이게 제가 말이 안 나올라 그러는데, 미국 전비 전체가 얼마였냐면요. 1조 110억 달러를 썼습니다, 미국이. 그중에서 한국군이 10억 달러를 가져왔으니까 미국 전체 전비의 0.1%를 가져왔다는 겁니다.

▶ 김종배 : 새 발의 피네요.

▷ 서해성 : 새 발의 피라고 그러면 안 되죠. 0.1은 새 발의 피가 아니죠. 1%는 되어야 새 발의 피죠.

▶ 김종배 : 뭐라고 해야 됩니까, 그러면?

▷ 서해성 : 할 말이 없죠, 정말로요. 그런 말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그걸로 돈을 벌었다, 이렇게 말하면 정말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미군 이등병이 한 달 받는 돈 235달러였고요. 그 나라 지키는 월남군도 55달러를 받았어요, 자기 나라잖아요. 미국한테 받은 돈이 55달러를 받았다고요. 한국군이 51달러를 받았습니다. 한국군은 용병도 못 되는 거예요.

▶ 김종배 : 또 시간이 다 됐습니다. 마무리를 해야 되는데 어떤 말씀으로 마무리해 주시겠습니까, 작가님?

▷ 서해성 : 전쟁을 보통 기억하는 방식은 숫자입니다. 비엣남 사람이 300만 명이 죽었다, 200만 명이 불구가 되었다. 이런 말을 하고, 저도 했는데 사실 이것은 그 사람들이 겪었던 고통과 죽음의 기억과는 무관한 것입니다. 사실 숫자로 말할 때 전쟁은 전쟁의 진실을 소멸시켜버립니다. 숫자가 아닌 고통 하나하나에 대해서 기억하려고 할 때 비로소 이런 전쟁은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베트남전쟁에서 한국인이 저질렀던 죄악에 대해서 성찰하고 반성하는 일은 정말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김종배 : 지금 tbs 앱으로 하도***님이 ‘올바른 한국사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문자를 주셨고요. 그리고 카카오톡으로 정은숙님, ‘우리가 가해자로 저지른 학살에 대한 교육과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문자를 보내주셨는데 바로 기억하자라고 하는 차원에서 애청자 여러분들 호응을 하고 계신 것으로 저는 이렇게 확인을 합니다. 이 점 확인하면서 서해성 작가와 인사 나누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서해성 : 네. 다음 주에는 바로 이런 기억으로 광주학살이 저질러졌다고 하는 것을 방송하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

▶ 김종배 : 알겠습니다. 다음 주를 기약하면서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