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모른 척 할 수도 없고 많이 아는 척 할 수도 없는 집단이 있는데 바로 월남참전전우 사회이다.

 나이를 먹은 사람들은 대부분이 균형 잡힌 사고력을 갖추기 어렵고 감정과 고집뿐이어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화가 어렵다. 

80 전후의 전우사회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아 무지와 사기성과 무모함과 불신과 소영웅주의자들이 활개를 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법을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국회의원들을 찾아 다니고 있는 전우들이 있다. 그들의 노고가 크고 감사한 일이지만 나는 선뜻 행동을 같이 하지 못했다. 

까닭은 젊었을 때 국회의원 사무실에 근무한 적이 있어서 사정을 조금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선출직으로 뽑힌 정치인들에게는 항상 민원이 들어 오는데 그 중에는 악성민원인들이 있다. 악성민원인이라고 해서 내용이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것이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복잡한 정치현장에서 잠시도 한 눈 팔 수 없을 정도로 바쁜데 안되는 것을 되게 해달라고 조르는 것이 바로 악성민원인 것이다. 

안타깝지만 그런 의미에서 지금 참전 전우들은 국회의원들에게는 악성민원인들인 셈이다.

국회의원들이 폼나게 “참전 유공자들을 제대로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일 수는 있지만 법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배우일 뿐이다. 영화는 주연 배우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순진한 전우들은 국회의원들의 연기를 보고 쫓아다닌다. 모든 법은 당소속 분과전문위원실에서 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모두 알면서도 내가 뛰어 든 것은 순전히 돈이 걸렸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박정희에게 떼어 먹힌 돈을 찾자는 것이다.

 사실은 돈을 돌려 받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래도 돈을 떼어 먹힌 편에서 최소한 달라고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세상에 돈을 떼어 먹히고도 가만히 있으면 바보가 아닌가? 

그런 명분에 공감하여 양식이 있는 소수의 전우들이 나섰다. 

밝혀지지 않은 월남전 돈문제의 진상규명은 참전 전우들의 역사적 사명인 것이다.

참전 전우들이 지금까지 20년 이상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헌신적으로 진상규명과 받지 못한 임금을 받기 위한 노력을 하였지만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했다. 

현재도 합리적이지 못하고 의도가 의심스러운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에는 몇 년간 지난한 과정을 거쳐서 국가폭력 피해를 주장해서 승소한 80년대 전두환 시대에 있었던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상규명위원회의 전적인 도움을 받아서 당 재판에서 승소해서 피해 보상을 받아낸 전력이 있는 변호사와 함께 소송을 제기 하고자 한다.

 즉 이제까지와 다른 전혀 새로운 전략으로 우리도 국가폭력의 피해자라는 입장에서 진실화해규명위원회에 청원과 더불어 소송을 제기하려고 하는 것이다.

참전 전우들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그래서 마음이 급하다. 

그러나 소송이 몇 년이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인생전선에서 전역을 하면 후손들에게 법적 권리를 승계한다는 야무진(?) 꿈을 앉고 싸우려고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소송의 역사적 의미이다. 

월남전의 한국전 참전의 결과가 독제권력의 범죄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것을 역사에 고발해야 하는 것이다.

없이계신이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