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베트남 전쟁:침목을 너머 폭로 고백 대항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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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고백,대항 기억
한국군이 그 잔인성으로 미국인과 베트남인들 사이에서 상당한 악명을 떨쳤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남한 사회에서는 그 오랜 군사 독재시절 동안 베트남에서 자행된 한국군의 잔학 행위 이야기가 전혀 수면으로 부상하지 않았다. 새롭게 민주화의 도정을 밟아가던 1990년대의 한국에서조차 베트남 양민 학살의 이미지는 소설과 영화에만 한정되었다. 그러나 새천년이 시작되면서 남한의 학자들과 활동가들과 기자들이 사상 처음으로 조사활동에 나섰고 베트남 민간인을 상대로 한국이 자행한 잔학행위들을 생생한 증언과 함께 자세히 전하기 시작했다. 진보적 일간지 <한겨레 신문>과 주간으로 발행되는 자매지 <한겨레21>이 조사 활동을 주도했다.
2000년 봄에 이 두개의 정기 간행물이 한국군 참전 군인들과의 인터뷰 및 베트남 현지 조사를 토대로 남한의 베트남 잔혹 행위에 관한 일련의 기사를 게재했다. 아메리카 프렌즈 봉사단과 기타 단체들의 전시 조사 활동이 암시해주었던 것처럼 중부 해안의 쾅응아이 성에서 작전을 수행한 "청룡" 해병 여단이 특히 악명이 높았다. 그들은 촌락을 남김없이 파괴하고,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도륙하는 '초토화'정책을 썼다. 전역한 육군 대령 김기태가 가장 포괄적이면서도 상세한 증언을 해주었다. 그는 청룡여단 2대대 7중대 지휘관으로 근무했다. 2000년 4월 60대 초반이었던 김기태가 한겨레에 증언한 바에 의하면 1966년 11월 31살의 대위였던 그는 쾅 응아이에서 비무장 상태의 베트남 청년 29명을 살해했다. 김기태는 1966년 11월 9일부터 27일까지 청룡 여단의 1,2,3 대대가 "용의 눈작전"을 수행했다고 증언했다. 그것은 베트남 중부의 여단 작전 지역에서 베트콩의 저항을 소탕하려던 전투행동이었다. 11월 10일 2대대 6중대가 안 두엣 촌락 인근에서 공격을 받았다. 사상자는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복수심에 불타던 7중대는 4일 후 논에서 베트남인 29명과 조우했다. 한국군은 그들을 베트콩 게릴라 혐의자로 체포했고 손목을 포박한 채 무기 소지 여부를 조사했다. 그러나 근처에서 전혀 무기를 찾아낼 수 없었다. 그들은 포로들을 풀어주거나 베트남 공화국 군대에 넘겨줄 수도 있었다.
용의 눈 작전 제 1단계의 마지막 날이었다. 작전에 참여한 한국군은 11월 15일 남베트남 육군에 지역 통제권을 넘겨줘야 했다. 한국인들은 그들을 신뢰하지 않았다. 베트콩으로 의심받는 자들을 남베트남 육군에 넘겨주는 것은 사실상 적을 돕는 행위였다. 한국병사들 다수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들은 베트남인 포로들이 베트콩 게릴라가 아니라 할지라도 탈출해서 재집결해 베트콩에 가담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한국군은 6일간의 정글 전투로 기진맥진한 상태였고 상관들에게 보여줄 성과도 필요했다. 김기태의 회상에 따르면 소대장이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이 자식들을 어떻게 할까요?" 그는 그들을 포승으로 묶어서,미군 전투기 F4가 만들어놓은 근처의 폭탄 구멍으로 끌고 가 밀어 넣으라고 지시했다. 한국 군인들은 현장에서 물러나 구덩이에 수류탄을 던졌다. 피와 살점이 하늘로 튀었다. 그때까지도 구덩이에서 산 사람들의 신음소리가 계속 새어나왔다. 해병대원들은 구멍을 향해 소총을 난사했고, 생존자는 없었다.
김기태는 중대장으로서 부대원들의 행동에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안 두엣에서 자신의 지휘 하에 자행된 "참혹한 결과"에 커다란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도 부연했다 "베트남전은 게릴라 전쟁이었다. 우리는 베트콩과 베트콩 아닌 사람들을 구별할 수 없었다. 민간인들은 마을에서 베트콩을 도왔고, 등뒤에서 우리를 공격했다."김기태는 한 달 전인 1966년 10월 9일 한국군인 빈 푹 성의 빈 타이 마을 주민 대다수 (남자 여자 아이를 포함해 전부 68명)를 살해했음도 폭로했다. 그들은 주택에 불을 질렀고 불타는 오두막에서 뛰쳐나오는 사람들을 사살했다. 종전 후 사회주의 베트남 공화국은 남한군에 학살당한 민간인들을 추념하기 위해 빈 푹 성에 위령비를 세웠다. 청룡부대는 1968년 하 미 마을에서도 학살을 자행했다. 현재 그곳에는 위령비가 건립되어 살해당한 민간인들을 위무하고 있다.
김기태의 고백이 2000년 4월 공개된 후에는 베트남 측 참전 군인들이 <한겨레 신문>에 자신들이 목격했거나 참가한 잔학 행위에 관해 증언했다. 한 장교는 1968년 2월 쾅남 성 풍 니에서 한국군이 자행한 학살을 (미국의 미 라이 학살 사건보다 한달 먼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제2의 미 라이"라고 평했다. 그는 그 사건 속에서 노근리를 연상하게 된다고 말했다. 노근리는 한국 전쟁 초기에 미군이 민간인들을 학살했다고 주장되는 곳으로 당시에 조사 활동이 진행중이었다. 한국이 베트남에서 자행한 잔혹 행위와 미국이 한국에서 자행한 잔혹행위를 비교하는 것은 무척이나 얄궂은 일이다. 노근리의 진실은 1999년 AP통신의 보도와 함께 세상에 알려졌고,나중에 책으로도 출판되었다. 1950년 7월 미군이 노근리 인근에서 무고한 민간인을 대규모로 살해했다는 증거는 확고하다. 펜타곤은 자체적으로 진상 조사단을 꾸렸고 2001년 1월 다음과 같이 결론 내렸다. 미군이 학살의 궁극적 책임자는 아니지만 당시 미군의 작전 구역 내에서 "한국의 민간인 다수"가 죽거나 부상당했다. 남한 국방부도 자체 조사를 통해 미국과 동일한 결론을 도달했다. 이렇게 해서 노근리 학살 배상문제로 미국과 한창 협의를 진행 중이던 남한 정부는 한국군인들이 베트남에서 똑같은 행동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몹시 난처한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외교통상부의 한대변인은 뻔뻔스럽게도 이렇게 말했다 "우리 군인들이 베트남에서 잔혹 행위를 저질렀다는 비난이 거듭될수록 미국과의 노근리 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갖는 교섭력은 약화되고 말것이다."
한겨레는 한국의 베트남 잔혹사를 폭로한 최초의 언론이었다. 다음 2년 동안 다른 몇몇 신문이 추가 보도를 했다. 그러나 더 보수적인 주류 신문과 기타 언론에게는 이 문제를 화제로 삼는 것이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한국 국방부는 한겨레에 보도된 학살 같은 것은 일어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국방부의 한장성이 웅변조로 반문했다. "30년이 흐른 이 시점에서 그 얘기를 왜 꺼내는가?"한국 군인들이 "무고한 민간인과 베트콩을 구별할 수 없었다"는 사실로 그 난폭한 행위가 설명되기도 하였다. 이것은 베트남에서 미국이 처한 입장은 말할 것도 없고 노근리에서 미군이 겪은 경험과도 정확하게 일치하는 변명이다. 외교통상부는 한 술 더 떠 이렇게까지 경고했다. 이런 폭로는 현재 한국과 베트남 사이의 정치적 경제적 우호 관계를 손상시킬 수 있으며 "베트남에 거주하고 있는 5500명의 한국인 교포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겨레 신문의 탐사 보도와 관련해 지금까지 노골적인(폭력적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 하더라도)반응은 최초의 기사가 게재되고 두달 후인 2000년 6월 27일에 나왔다. 재향군인회 소속 회원 수백명이 전투복을 갖춰입고 오후 이른 시간부터 서울 소재 한겨레 사옥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후 전개된 몇 시간의 소동에서 고성과 구호는 투석행위로 발전했고, 신문사의 창문이 파손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오후 5시 직전에 그들은 건물 안으로 난입했고, 사무실 집기를 닥치는 대로 부쉈다. 컴퓨터와 인쇄장비가 파손되었고 직원들이 몇명 다치기까지 했다. 시위대는 근처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까지 때려부쉈다. 한겨레는 이런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기사를 계속 내보냈다. 다른 한편, 한겨레를 제외한 남한의 그 어떤 신문사도 이 공격 행위를 보도하지 않았다.
베트남 전쟁에 관한 기억을 두고 2000년 한국에서 분출된 갈등은 몇 년후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김대중이 남한 군대의 베트남 활동을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잔혹 행위라고 주장된 사안들을 조사하지 않았다. 베트남 정부도 이 문제를 특별히 거론하지 않았다. 경제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했으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남한은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 시장 체제로 나아가던 베트남에 많은 경제 원조와 투자를 하고 있었다. 두 나라 정부 모두 각을 세워야 할 골치 아픈 과거사가 상호 이익이 되는 경제 관계를 쓸데없이 망쳐버릴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의 다수 국민에게 그 과거는 여전히 고통스런 기억으로 남아있다. 베트남인 생존자들은 육체적 심리적 상처를 간직한 채 살고 있다. 남한 군인들이 그들에게 가한 고통은 끔찍한 것이었다. 파월 장병 대다수가 한국 사회에서 소외된 채 살아가고 있다. 고엽제에 피폭된 한국인 희생자가 7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미군이 베트남에서 사용한 이 악명 높은 고엽제는 쇠약성 질병과 선천적 결손증의 원인 물질로도 잘 알려져있다. 미국,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의 희생자들이 배상금을 받아낸 1984년의 집단 소송에서도 한국인 피해자 천명은 포함되지 못했다. 수천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라이따이한들 역시 한국인 생부들에게 버림받은 또 다른 희생자들이다. 한국은 수십 년 동안 기억 상실증을 강요해왔다. 그러나 한국의 베트남 전쟁에 관한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활동이 부재한 간운데 남한 NGO들의 연합체인 한국 베트남전 진실 위원회가 베트남에서 자행된 잔학 행위를 독자적으로 조사했고, 비공식적이나마 베트남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바로 그해 여름 남한의 소설가 황석영은 서울에서 개최된 아시아 작가 회의 석상에서 베트남의 소설가 바오 닌을 만났다. 바오 닌은 북베트남 출신으로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전쟁의 슬픔>의 작가였다. 황석영 자신도 1968년 다 낭에 투입된 한국 해병대의 일원이었다. 그는 현장에서 그 어린 베트남 작가에게 큰절을 했다. 한국 풍습에서 큰절은 최고의 존경을 표시하는 행위이다. 황석영은 자신의 동포들이 베트남에서 저지른 잘못을 사과하기 위해 그런 행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본의 한 선배 소설가가 일본이 한국에서 저지른 악행을 사과하기 위해 자신에게 비슷한 행동을 했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움직였음도 부연했다. 아시아 각국의 정부들이 과거의 행위를 고백하기를 주저한다면 황석영과 바오닌의 만남이 시사하는 것처럼,어쩌면 지식인들과 지역의 보통 사람들이 나서서 각각의 상호 갈등이 제기하는 불만들을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지속된 동아시아의 피비린내 나는 20세기가 뒤늦게나마 끝날 수도 있는 것이다.
글쓴이_ 찰스 K. 암스트롱 (컬럼비아대학교 역사학과 부교수)
번역_ 정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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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Critical Asian Studies>(33:4,2001)에 실린 '<미국의 한국, 한국의 베트남 America's Korea, Korea's Vietnam>을 수정 보완했으며
인사미술공간에서 출간한 <볼 : 007 베트남과 우리 <VIETNAM & US>에 실렸던 글 중 <한국의 베트남 전쟁 : 침묵을 너머>이다.
* 베트남과 우리<VIETNAM & US>라는 영어표제에서 'US'가 한국을 지칭하면서 '미국'을 연상시켜 ancjr 흥미로운 타이틀이라 생각한다.
* 이 글은 베트남 전쟁에 대한 한국의 전후 상황을 이해하는데 있어 사실관계가 잘 정리되어 있다.
1965년부터 1973년까지 32만 5천 명이 넘는 한국 군인들이 남베트남으로 건너가 미국편에 가담해 전쟁을 벌였다. 그러나 박정희 정부가 군대를 파송할 때 들끓었던 대중적 열광에도 불구하고 전후 20년 동안 한국은 그 사건을 대체로 잊고 지냈다. 1970년대 초반 마지막 한국군이 돌아왔을 때 이를 기념하는 축하 행사 따위는 없었다. 참전 군인들은 숨어버렸고, 남한이 베트남 전쟁에 참가했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언급되는 일도 드물었다. 남한은 공화국 역사상 자국 군대를 최조이자 대규모로 해외파병해 놓고도 이를 거의 잊고 지냈던 것이다. 한국전쟁이 미국에서 오랜 세월 잊혀졌다면 한국의 베트남 전쟁은 그 두배쯤은 잊혔을 것이다. 미군을 제외할 경우 한국 군대가 베트남에서 단연코 최대 규모를 자랑했음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의 한국군을 다룬 영어 서적은 단 한권도 없다(그 규모가 절정을 이루었던 1968년 최대 5만명 수준의 한국군은 그 다음으로 많은 전투 병력을 발견했던 호주의 무려 7배에 이르렀다)1990년대 까지는 이 주제와 관련해 한국어로 작성된 문헌이나 자료도 거의 없었다. 베트남에 관한 기억이 부활한 것은 냉전이 끝나면서 남한 사회에 불어 닥친 국제적 국내적 정치 변화가 가져온 예기치 못한 부산물이라 할 수 있다. 1992년 베트남 및 중국과 관계정상화가 이루어졌다. 군정이 종식되었고, 남한 최초의 민간인 대통령 김영삼이 1993년 취임했다. 남한사람들은 군부가 지배했던 자신들의 과거를 다른 방식으로 돌아보기 시작했다. 이런 새로운 역사 재평가 작업속에 남한의 베트남 개입에 관한 재고 또한 있었다.
남한은 1990년대 초반 자신들의 베트남 전쟁을 다시 돌아보기 시작했다. 물론 이 말이 과거에는 전쟁을 전혀 반추하지 않았다는 얘기는 아니다. 공식적으로는 완고한 반공정부가 미국의 전쟁 노력에 가담한 자신들의 행위를 자유 세계에 대한 고귀한 방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공산주의 세력의 아시아 침탈에 맞서 한국 군인들이 그 전쟁에서 숭고한 목숨을 바쳤다고 단언했다. 박정희와 전두환의 군사 정권으로서는 미국이 전쟁에 대해 보인 양면적 태도는 당황스러웠다. 그것은 미국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맹국으로서 항상 신뢰할 수만은 없는 상대임을 알려주는 불길한 신호이기도 했다. 결국 베트남 전쟁은 공식적 비판의 도마에 오르지는 않았으나 그대로 침묵의 대상으로 격하되고 말았다.대중적 차원에서는 베트남 전쟁이 참전 군인들과 그들의 친구 동료 가족들의 개인적 기억의 일부로서 자리했다. 베트남에 파송된 한국 군인들과 관련해 가장 줄기차게 지속된 대중적 기억은 아마도 강인함일 것이다. 한국 군인들은 유능하며 용맹스러운 전투원들로 베트남인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고, 미군들은 그들을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베트남 참전 미군들도 동의했다. 물론 강인함과 불필요한 잔혹함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긴 하지만 한국인들은 강인했다 [미군은 한국군인들(ROKs,Republic of Korea)을 딱 어울리게 "쎈 놈들(Rock)"이라고 불렀다.]
고결한 전쟁이라는 공식적 기억과 용맹스런 전투원에 관한 대중의 기억 모두가 의혹을 사기 시작했다. 베트남 전쟁을 보다 비판적으로 성찰하기 시작한 것이다. 먼저 소설이 나왔고, 다음으로 영화가 제작되었으며, 언론이 한국 정부의 공식발표를 조하 검토했다. 가장 최근에는 남한 학자들의 연구가 쏟아져 나왔다. 이 전쟁과 관련해 긍정적으로 단일하게 윤색된 기억에 파열구를 낸 단하나의 사건을 대중문화에서 꼽자면 영화 <하얀 전쟁>의 개봉을 들 수 있다. 영화가 개봉된 1992년에 남한 정부는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SRV>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했다. 남한 최초로 베트남 현지 촬영을 통해 제작된 이 영화는(미국 영화는 훨씬 더 전에 그렇게 할 수 있었다)민간인들을 상대로 자행된 이유 없는 만행을 포함해 남한 병사들의 행동을 도덕적인 측면에서 양가적으로 그렸고, 심리적 외상을 입은 참전 군인들이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도 묘사했다. 이는 <플래툰>,<커밍홈>,<풀메탈자켓>같은 미국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 군인들에 대한 이런 이중적 묘사가 낯설었던 남한 관객들에게, 특히 베트남의 한국인들에게 영화는 엄청난 충격이었다.(영화는 백마부대 소속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안정효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이다) <하얀전쟁>은 전쟁에 대한 공식적 기억에 반하는 기억이 출현했음을 알리는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베트남 잔혹사가 전면적으로 확인되고, 공표되고, 남한 내에서 널리 논쟁이 된 것은 새천년이 시작되고 나서였다.
한국의 베트남 잔혹사
2001년 8월 31일 서울에서 영화 <지옥의 묵시록>이 개봉했다. 미국의 베트남 전쟁에 관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서사적 망상을 그린 이 1979년 작은 베트남 파병 한국군의 전투지휘관 출신인 전두환 장군의 군사 정권 하에서 상영이 금지되었었다. 전두환은 1971-2년에 9사단(백마부대)의 연대장이었고, 그의 오른팔이자 후계자인 노태우 장군은 1968년-9년에 베트남에 파견된 수도사단(맹호부대)에서 대대장으로 복무했다. <지옥의 묵시록>이 개봉되기 일주일 전인 8월 23일 베트남 대통령 천 득 렁은 서울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예방했다. 두나라가 1992년 외교 관계를 수립한 후 베트남의 국가 수반으로서는 처음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당시 한국은 베트남에게 다섯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으로 양국의 무역 거래 총액은 20억 달러였으며 제 5위의 현지투자국으로 타이완 홍콩 일본 싱가포르의 뒤를 이으며 미국에도 앞섰다. 남한의 대중음악, 드라마 영화가 중국에서처럼 베트남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두 나라는 이제 더 이상 적이 아니었다. 그러나 김대중은 양국의 과거사를 묻어버리려고 하지 않았다. 전임자 김영삼은 1996년 남한 대통령 최초로 통일 베트남을 방문했지만 전쟁에 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김대중과 사회주의 베트남 공화국 대통령 천 득 렁은 1998년 하노이에서 열린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지역 정상회의에서 처음 만난 바 있었다. 그 회담에서 김대중은 남한이 베트남전쟁에 개입했을을 에둘러 말했다"과거에 우리에게 불행한 시기가 있었다는 사실은 유감이다 ...... 우리가 그 과거를 극복하고 공동의 노력을 통해 친선과 협력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2001년 정상회담에서 김대중은 더 솔직했다. 그는 분명한 어조로 이렇게 사과했다. " 그 불행한 전쟁에 우리가 참여함으로써 베트남 국민들에게 끼친 고통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김대중은 재정 지원을 통해 한국 군대가 주로 활동했던 베트남 중부의 다섯개 지방에 병원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사과 발언과 배상제의는 놀라운 것이었다. 동아시아 냉전의 추악한 광경이 마침내 끝을 향해 달려가는 듯 보였다. 냉전기에 반대편에 가담했던 두 나라가 냉전의 종식과 더불어 한층 깊어진 경제적 문화적 유대를 발전시켜나가게 된 것이다.
미국이 주도한 베트남 전쟁에 한국이 파견한 전투병력 30만 명은 미국 다음가는 규모로 다른 외국 파견 부대 전부를 합한 것보다 훨 씬 더 많았다. 태국과 필리핀도 베트남에 지원 부대를 파견했지만 전투 병력의 국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미국 대통령 린든 존슨의 호소를 중요하게 받아들인 아시아 국가는 남한뿐이었다. 1964년 초에 시작된 존슨의 소위 "더 많은 깃발(More Flag)" 켐페인은 미국의 전쟁 노력에 한국 전쟁 때와 유사한 동맹국의 지원을 보태려던 시도였다. 그러나 영국과 캐나다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 대다수가 이런 "의지의 동맹"(후에 미국의 국방 장관 도널드 럼스펠드가 이라크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을 이렇게 불렀다.)을 결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했다. 그러나 남한만은 예외였다. 미국의 베트남 전쟁에 대한 열정이 충만했던 것이다. 이승만 치하의 남한은 무려 1954년부터 서울 주재 미국 대사관을 통해 프랑스를 지원해 베트남과 라오스의 공산 반군을 격퇴할 군대를 파견하겠다고 제안했다. 아이젠하워 행정부는 이승만의 불필요한 제안을 거절했다. 한국 자체가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고 외부 공격에 취약하다고 여겨지던 시점에서 중국과 북한을 자극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 한 이유였다. 그러나 박정희 장군이 1961년 쿠데타를 일으켰고, 남한에서 보다 안정적인 군사 정부가 들어섰다. 마침 미국은 베트남에 대한 군사 개입을 강화하고 있었다. 미국 전략가들의 태도가 바뀌었다. 박정희는 야당 정치인들과 국내 언론의 반대를 억누르고, 자진해서 남한 군대를 파견해 미국 편에서 싸웠다. 존슨의 " 더 많은 깃발" 요구에 응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미국도 동의했다.
남한의 베트남 개입은 1964년 9월에 시작되었다. 태권도 지도자 10명과 이동 육군 외과 병원의 약 130명이 파견되었다. 1965년 1월 한국 의회는 첫번째 전투병 파견을 의결했다. 그 다음 달에 남한의 공병부대가 베엔 호아에 도착했다. 해군의 수송 및 건설부대가 곧 뒤를 이었다. 이윽고 1965년 9월 최초로 완편 사단이 베트남에 당도했다. 미래의 노태우 대통령을 배출하게 될 수도 사단(맹호부대)가 그 주인공이었다. 10월에는 "청룡"해병 여단이 캄 란 만에 상륙했다. 9사단이 곧 그 뒤를 이었다. 존슨 대통령은 1967년 12월 세번째 사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세번째 사단은 파송되지 않았다.
박정희 정부가 미국의 베트남 전쟁을 지원한 이유는 일면 정치적인 것이었다. 자신의 독재 정부에 대한 미국의 승인을 얻어야 했던 것이다. 박정희 정권은 안보 문제도 염려했다. 베틈에서 한국이 미국에 충성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미군의 남한 주둔을 확실히 보장받으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남한이 참전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경제문제였다. 간단히 말해 베트남 전쟁은 남한에게 금광과도 같았던 것이다. 당시 서울에서 근무한 미국 대사 이름을 좇아 명명된 1966년 3월 4일자 브라운 비망록을 보면 한국이 베트남 전장에 군대를 파견하는 대가로 미국이 민간 원조는 물론 군사 장비 무기 훈련을 계속해서 지원하기로 약속했음을 알 수 있다. 병사들 개인은 미군에게서 봉급을 받았다. 한국에서 벌 수 있는 금액의 몇 배에 이르는 엄청난 액수였다. 여전히 목이 타던 남한 경제에 많은 자금이 유입되었다. 직접 원조 남한이 국방비로 부담했어야 할 자금의 전용, 군수품 조달, 병사들의 봉급이 그 유입의 형태들이었다. 그 막대한 자금이 남한 발전의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일본 총리 요시다 시게루가 말한것처럼 한국 전쟁이 일본에게 내린 "신이 내린 선물"이었다면 베트남 전쟁도 남한의 "경제 기적"에 비슷한 역할을 했다. 전쟁 관련 특수가, 1965년부터 한국군이 마지막으로 베트남에서 철수한 1973년까지 10억달러에 이르렀던 것으로 추산된다. 1967년에만 전쟁 관련 특수가 남한 GNP의 약 4% 외화 획득의 20%를 차지했다. 특히 건설,화학,중장비 등 남한의 중공ㅇ덥은 베트남 전쟁으로 엄청난 부양 효과를 입었다. 개별 부분 특히 절강과 운송 장비는 수입의 대부분을 베트남 시장에 의존했다. 전쟁기에 도약한 남한의 주요 기업들은 이후 현대 대우 한진 같은 굴지의 사업체로 자리를 잡았다. 박정희의 제1차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은 베트남을 염두에 두고 구상한 것이었다. 베트남 전쟁이 남한 최초의 고속도로 건설경비를 조달해주었다. 1968년부터 1970년에 걸쳐 그 최초의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되었다.
베트남이 한국의 경제적 횡재수였다는 사실이 전쟁의 비밀스런 한가지 이야기라면 또 다른 이야기는 훨씬 더 음산 한 바 그것은 남한 군인들이 전쟁에서 보여준 잔혹성이다. 미국인을 포함해 당대의 전쟁 관찰자나 참가자들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월리엄 웨스트모어랜드의 뒤를 이어 베트남 주둔 미군을 지휘했던 총사령관 크레이튼 에이브럼스는 베트남에서 선보인 동맹군들의 전쟁활약을 오케스트라에 비유하면서, 한국군은 "큰북 하나밖에 연주할 줄 모른다"고 말했다. 한국군은 미국인들에게 경이의 대상 나아가 공포의 존재였다. 미군은 한국군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았다. 한국 군대는 독자적인 지휘 체계를 가졋고, 독립적인 단위로 작전을 수행했다. 한국군의 대부대들은 주로 중부 해안에 집중되어 있었다. 파병 장교들 중에는 미래의 대통령 전두환과 노태우도 끼어 있었다. 사실상 베트남에서 전투로 단련된 군인들이 1980년 5월 광주의 봉기를 유혈 진압했던 것이다. 그렇게 전두환 장군은 권좌에 올랐다.
2000년 남한의 언론이 탐사보도를 시작할 때까지 수십년 동안 한국군의 베트남 잔혹사는 대개 일화적일 뿐이었다. 그러나 일화에 불과하다고 할지라도 그 잔혹 생위 이야기 다수는 상당한 일관성으로 많은 내용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한국군인들은 일상으로 베트콩의 귀와 코를 베어내 살해한 적을 기록으로 남겼다고 전해진다. 안정효가 지은 소설 <하얀전쟁>을 토대로 한 영화에서는 귀를 자르는 장면이 적어도 네번이상은 나온다. 목격자의 증언도 이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아메리카프렌즈봉사단<American Freiends' Service Committee)이 1972년 실시한 인터뷰는 청룡 해병 여단이 자행한 잔혹 행위들을 소름끼치게 폭로했다. 그들은 아이들의 목을 잘랐고, 길옆에 절단한 머리를 남겨둬 반군을 지원하지 말도록 경고했다. 다른 보고 내용에 따르면 한국 군인들이 살아있는 희생자들의 심장을 꺼냈고, 경고표시로 희생자들의 가죽을 몽땅 벗겨서 나무에 걸어놓았다고 한다. 한국군이 베트남에서 벌인 잔혹 행위의 규모와 특징을 파악하려면 많은 연구가 필요할 테지만 전쟁 만행으로 얻은 명성은 확고한 것으로 한국인 베트남인 미국인 목격자들의 증언은 한결 같다.
수많은 요소들이 이 광포한 행위를 설명해준다. 첫째 베트남에 파송된 남한 군인들의 잔혹성은 간접적으로는 한국 전쟁이 가졌던 잔혹성이 산물이었다. 한국 전쟁으로 200만 명이 넘게 죽었다. 한국 민간인 사망자의 다수는 미군 폭격의 결과로 발생했다. 또, 적지않은 잔혹 행위가 북한군과 중국군에 의해 자행되었다. 그러나 갓 편성된 한국군은 특히 무차별적이었다. 그러나 갓 편성된 한국군은 특히 무차별적이었던 것 같다. 실제로(1950년 9월부터 12월까지)유엔, 미국, 남한이 북한 지역을 점령한 3개월 동안 한국군대가 해치운 민간인 사망자 수는 아마도 그 수가 수십만에 이를 것이다. 베트남에 파견된 한국 병사들의 대다수는 한국 전쟁 당시 어린이였고, 그 전쟁의 비인간적 잔혹성을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빨갱이"는 인간이 아니라고 평생 교육받은 사람들이야말로 폭력적인 반공 전쟁에 안성맞춤이었다. 한국군대의 훈련 방식은 혹독하기도 했다.(지금까지도 이는 어느 정도 남아있다)사정이 이런데는 남한 군대가 일본 군대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는 사실도 한몫했다. 이 젊은 병사들이 이역만리 타국 땅에서 벌어진 혼란스런 전쟁에서 현지의 베트남인들과 소통할 수 없었으리라고 상상해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들은 교전 과정에서 피아 식별과 자기 통제 능력을 상실했던 것이다.
둘째, 일본 식민 지배의 유산은 한국 군인들의 잔혹성을 벼린 또 다른 원인이었다. 남한의 역사학자 한홍구가 지적한 것처럼, 한국 군대는 일본군 출신 인사들에 의해 창설되었다. 미군이 장비를 제공하고 훈련을 시켰지만 말이다. 이 조직에는 미래의 대통령 박정희도 장교로 참여했는데, 그는 1940년대에 만주에서 공산주의자들을 색출하는 일본의 반군 진압 작전에 가담했던 인물이다. 준식민지 상태의 만주에서 일본을 위해 싸웠던 박정희와 다른 한국인들처럼 베트남에 파견된 한국인들도 남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들은 베트남을 장기적으로 책임질 필요가 전혀없었다. 주된 점령 세력보다 잃을 것도 더 적었다. 한국 군인들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거기 갔다. 필요한 수단은 무엇이 되었든 상관없었다. 만주에서 수행되었던 일본의 반란군 소탕 작전이 평화와 협박의 난폭한 스승이 되어주었다. 작전은 그 나름으로 꽤 성공적이었지만 민간인들의 생명과 재산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성년이 되어 베트남에 온 한국 군대 지휘관들은 "성공적인" 반란군 소탕 작전의 잔혹한 본질을 미국인들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었다.
셋째,인종적 분할이 명백한 전쟁에서 한국인들이 직면한 곤란한 처지가 한국군대의 잔혹한 행동을 부분적으로 설명해준다. 한국인들은 미국인들에게는 자신들이 적군과 "비슷하게 보일 것"이며, 따라서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두 배쯤 입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1930년대 일본 점령 치하의 만주에서 일본이 장악했던 사태 계획에 따라 조선인들이 현지의 중국인들보다는 우월한 지위를 차지했지만 일본인들보다는 하위에 머물렀던 것처럼 바로 그렇게 베트남 파병 한국군은 미국인들의 눈에 비록 "백인"은 아닐지라도 "베트남인"이상은 될 수 있었다. 남한의 소설가 황석영은 해병 청룡 여단의 일원으로 베트남에 참전했고,자전적 소설 <무기의 그늘>에서 이 지점을 설명한다. 미군 수사대 요원과 그의 한국인 짝패(황석영의 분신)는 다 낭의 거리를 차로 달리다, 옆을 지나던 매력적인 베트남 여학생들을 보고 이런 대화를 나눈다.
"너 한국인이지, 너희 여자도 멋있더라. 어제 클럽에서 스트립쇼를 했는데 둘이 나왔다. 둘 다 어메리카 여자와 똑같더라"
"미군 클럽 말이냐"
"그래, 수사대 요원은 한국인들도 들어갈수 있다. 국들은 안되지만."
"국이란 누구냐"
"베트남인이지 그들은 정말 더럽다. 너희는 우리와 같다 연합군이다"
"국"이 미국인들이 한국 전쟁기에 한국인들을 경멸적으로 지칭하기 위해 최초로 널리 사용한 용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이 대화는 무척이나 얄궂게 들린다. 그러나 베트남에 파병된 한국인들은 비록 일시적이었다 할지라도 조금이나마 이런 차별적 지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어쩌면 이런 사실 때문에 미국인들보다 훨씬 더 겸손하면서 동시에 훨씬 더 비인간적으로 베트남인들을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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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해병
최상영
보훈체계 개편과 관련한 국가보훈처 입장 
최종적으로 올린 인수위원회에 2월임시국회고엽제의증법안 요구사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