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간 물리적 충돌을 빚은 국회 정무위의 BBK 관련 국감 증인 채택 논란이 국회 의사일정 전면중단으로 확산되는 등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한나라당은 12일 대통합민주신당이 전날 밤 기습적으로 이명박 대선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 등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한 데 대해 “의회민주주의에 조종을 울린 폭거” “정당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야당 후보 죽이기 음해공작”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한나라당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와 긴급 의원총회를 갖고, 통합신당의 강행 처리에 의사일정 전면 중단이라는 초강수로 맞섰다.

여권이 무리하면서까지 증인 채택을 강행한 것은 BBK 김경준 전 대표의 귀국과 맞물려 이명박 후보를 흠집내기 위한 노림수라는 게 한나라당의 시각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이 국정에 참여하지 않은 이 후보에 대한 증인 채택을 주장하며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가는 것은 국회와 국감의 기능을 왜곡시키는 정략적 행위”라며 “역사상 대선후보로 결정된 사람에 대해 국감을 하겠다고 하는 무도한 정권은 존재한 적이 없었다”고 성토했다.

안 원내대표는 “아무리 대선도 중요하고 정략적 목적도 귀중한지 모르지만 국회를 폭력에 의해 운영해서 되겠느나”면서 “국회법에 따라 의장석에서 안건이 고지되거나 표결이 선포되지 않은 날치기 안건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오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결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정무위 소속 이계경 의원은 “별안간 괴한 20여명이 들이닥쳤다”며 “김애실, 진수희 의원은 다쳐서 병원에 현재 입원 중”이라고 긴박했던 상황을 동료 의원들에게 설명했다. 박계동 공작정치저지특위위원장은 당시 상황을 녹화한 동영상을 설명하며 “역대 정권에서 볼 수 없는 노무현스러운 폭행”이라면서 “앞으로 국회의원을 럭비선수를 뽑든지 무술경관을 뽑든지 해야 할 것 같다”고 개탄했다.

한나라당의 의사일정 거부로 행자위는 이날 오후 예정됐던 전체회의가 무산됐고, 법사위는 통합신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진행하는 등 상임위가 파행을 겪었다.

법사위에서는 한나라당 소속 최병국 위원장이 산회를 선포하자 통합신당 의원들이 “한나라당은 위장후보, 위선후보, 위증후보인 이 후보를 즉각 사퇴시키고 국회일정을 정상화하라”는 성명서를 채택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최재천 의원은 “한나라당이 이 대선 후보에 대한 충성경쟁으로 국회가 유린당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김동철 의원은 “이 후보의 각종 의혹에 대해 떳떳하다면 의사일정을 거부하면서까지 증인 채택을 거부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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