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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 박사된 구수정의 가승스런 활약자료 였보기
월남 박사된 구수정의 가증스런 활약자료 였보기 축하! 구수정 박사 : 166, 2008-09-23 10:00:31 송필경 올해 휴가로 9월 11일부터 22일까지 베트남 다녀왔습니다. 노동운동하는 후배 2명과 사진 작가 1명 이렇게 4명이, 혁명기지 까오방, 위대한 승전구 디엔 비엔 푸, 호찌민의 고향 응에 안, 고도 후에 그리고 호찌민 시를 답사했습니다. 호찌민 시에서 구수정 선생과 이틀을 지냈습니다.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은 9월 18일, 그토록 어려운 박사학위 논문이 통과하여 이제 구수정 선생이 '박사님'이 된 것입니다. 가벼운 마음이 된 구수정 박사님과 20일 21일 즐겁게 놀았습니다. 구수정 박사님께 많은 축하를 보내주세요. -----------박사논문 주제가 궁금하네요... ---------------------------------------------------------------------------------- 구수정의 전쟁박물관 송필경 역사학자 토인비가 비행기를 타고 로키산맥을 넘을 때 옆에 함께 탄 친구가 말을 걸었다. "여보게, 저 눈 덮힌 로키산맥이 아주 멋지지 않는가?" 그러자 토인비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나는 단지 장엄하기만 한 자연경관보다는 인간의 역사가 깃든 아테네의 작은 동산이 더 좋다네." '무릇 인간의 냄새가 나는 모든 것은 역사다'라고 볼테르는 말했다. 인간의 냄새, 게다가 영혼이 깃든 냄새가 스며있다면 그 역사는 참으로 숭고하다 할 것이다. 역사는 옛날에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단순한 지식이 아니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거울이 되는 것이 바로 역사인 것이다. E.H.카는 이에 대해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명쾌하게 정의했다. 인간이 어떻게 야만상태에서 문명상태로 발전했는가라는 것이 역사의 큰 주제이다. 그러나 역사는 언제나 진보하였고 그리하여 지금의 인간은 문명인이라고 과연 말할 수 있는가? 인간은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예수님 말씀을 지난 2천년 동안 제대로 실행한 적이 있었던가? 경제적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를 착취하거나 침략하는 것은 21세기 지금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인간이 제대로 진화하려면 얼마나 오랜 세월이 더 필요할까? 20세기의 인간이 여전히 불완전하고 사악한 이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베트남전쟁만큼 확실하게 보여주는 사례도 달리 없을 것이다. 1억 5천만 인구의 거대 산업국가 미국이 겨우 2천만 인구의 가난한 농촌 사회 베트남에게 저지른 베트남전쟁은 20세기 야만을 요약하고 응축한 대표적 사례이다. 현대의 대규모 전쟁은 소수의 권력과 자본의 이해에 따라 치러졌다. 전쟁의 속성이 언제나 그렇듯 죄 없는 사람들만 엄청나게 희생당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어떠한 전쟁이든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고 전쟁이 일어나려면 반드시 막아야 한다. 전쟁을 이끌어 가는 자는 더 많은 힘과 자본과 영향력을 가진 세력이다. 지금도 여전히 반복하는 전쟁에 대해 세계 유일 패권국인 미국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하는 까닭은 아주 분명하다. 미국이 저지른 베트남전쟁의 참상과 진실을 보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는 호찌민 시에 있는 전쟁박물관으로 발길을 옮겨야 한다. 여기에는 참혹한 침략을 견디어 온 피눈물 나는 역사들이 모여 있다. 하지만 그 한 방울의 피눈물에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숭고한 인간의 냄새를 머금고 있다. 그런데 짧은 시간에 우리에게 강요한 허위를 벗겨내고 역사의 진실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우리는 친절한 안내자가 필요하다. 그 안내자는 역사의 사실을 나열만 해서는 안 되고 우리가 몰랐거나 또는 우리에게 드러나지 않았던 풍부한 배경 정황을 곁들여야 한다. 더욱이 베트남전쟁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우리는 비켜나갈 수 없는 반성이 필요하다. 부끄러움을 한 점도 숨겨서 안 되고 얼버무려서도 안 되고 적당히 망각해서도 안 된다. 이런 해설자의 자질을 완벽하게 갖춘 분이 바로 구수정 선생이다. 구수정 선생은 93년부터 베트남에서 역사학 공부를 하고 있다. 97년 논문을 준비하다가 한국군의 잔학행위를 기록한 베트남 공식 문서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구수정 선생은 20세기가 지나기 전에 진실을 세상에 알릴 것을 결심했다. 여성임에도 베트남 곳곳에 있는 한국군 양민학살의 증거를 발품으로 샅샅이 파헤쳤다. 이 보고서를 1999년 주간지 ‘한겨레21’을 통해 공개하자 일부 참전군인에게 거센 항의를 지금까지 받고 있다. 당시 이들은 한겨레신문사 사무실을 점거하고 사무실 집기를 무차별 파괴했다. 우리는 일제의 야만에는 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우리의 야만에 대해서는 애써 눈을 감는다. 내 눈에 있는 대들보를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 티끌만 찾아내는 어리석은 사회 분위기가 매우 안타깝다. 나는 2001년에 베트남진료단 일원으로 베트남에 첫 발을 디뎠다. 그 때 구수정 선생이 인솔한 전쟁박물관을 관람하였다. 2008년 1월 베트남 우정회 회원들과 호찌민 시를 방문하였다. 역시 구수정 선생이 해설하는 전쟁박물관을 다시 찾았다. 전쟁박물관은 회색과 잿빛 콘크리트로 지은 3개의 건물로 되어있다. 가운데 3층 건물의 ‘미군범죄전시관’, 오른쪽으로는 단층인 ‘역사진실관’과 기념품 가게, 왼쪽으로는 옛 감옥 일부를 재현한 ‘감옥전시관’이 있다. 마당에는 전쟁당시의 비행기, 탱크, 포들을 전시하고 있다 『 』안의 글들은 구수정 선생의 해설을 녹취· 정리한 것이다. 그리고 내 나름대로 덧붙여 보았다. 역사진실관? 1,『전쟁 박물관 1976년 지은 것이다. 1976년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1976년은 프랑스 지배 100년 그리고 미국하고 30년 전쟁을 치르고 난 첫해이다. 이 건물은 통일 베트남 정부가 세운 최초의 건물이다. 길고 가혹한 식민지배와 전쟁이 끝난 이때의 상황을 우리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루 세끼 죽도 먹기 힘든 상황에서 통일 베트남 정부가 지었다. 또한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이 저지른 최대의 민간인 학살인 '미 라이 학살'을 기억하는 '미 라이' 박물관 역시 1976년 세워진다. 그리고 '머나먼 쏭바강'에 나오는 '바강'이 흐르는 푸엔 성에는 한국군 증오비가 서있다. 이것도 1976년 세워진다. 전쟁기간 중에 마을에서 강제로 쫓겨난 주민들이 전쟁이 끝나고 다시 돌아와서 최초로 세운 건조물이 '한국군 증오비'이다. 베트남의 현재가 어떻든 베트남을 단절적으로 보면 안 된다.』  베트남은 1852년 처음으로 프랑스에 침공 당해 서서히 식민지가 되어 갔다. 1941년 대동아 전쟁 때 일본에게 점령당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가 다시 들어와 무력으로 점령하였다. 여기에 대항하여 호찌민 정부는 프랑스와 9년 동안 전쟁을 치르며 1954년 프랑스를 굴복시킨다. 1954년 조인한 제네바 협정에 따르면 베트남은 총선거를 실시하여 새로운 정부를 만든다고 하였다. 호찌민 정권이 들어설 것이 확실하자 미국은 남쪽에 괴뢰정부를 세워 자유선거를 거부하고 베트남을 남북으로 분단시킨다. 남쪽 지엠 정권이 지극히 부패하고 가혹하자 양심세력들은 스스로 모여 베트콩을 결성하고 남쪽 괴뢰정권에 저항하였다. 베트콩은 1960년 민족해방전선의 군사조직이 되어 남베트남 지엠 정권을 무너뜨려하자 1965년 미국이 직접 군사 개입한다. 베트남전쟁에서 B-52 전폭기를 주축으로 한 미공군기는 12만 번이나 전략폭격을 하여 이 전쟁을 "감정 없는 전쟁"이라 부른다. 차갑고 끔찍한 방법으로 민간인을 포함하여 400만 명 이상이 죽었으며 부상자와 난민은 몇 명인지 셀 수조차 없었다.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그 수효는 아마 수천 만 명에 달할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국토의 파괴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측이 무더기로 쏟아 부은 폭탄으로 베트남의 국토는 초토화되었고, 특히 고엽제 등의 화학약품에 의한 피해는 그 후유증이 2세에 미칠 정도로 잔인한 것이었다. 베트남에서 저지른 미국의 전쟁은 집단 대학살(genocide), 환경파괴(ecocide) 그리고 생물파괴(biocide)란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2.『베트남의 현재만 본 사람은 베트남은 과거사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미온적이라 생각하는 분이 많은 것 같은데 실은 이 사람들에게는 과거를 다지는 시간이 있었다.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베트남 정부는 공식적으로 ‘과거를 닫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을 우리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수구세력들이 ‘일제의 과거를 묻지 말자’고 하는 말의 진의는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지금까지 잘 살고 있는 파렴치한 자신들의 자기기만에 불과하다. 베트남의 통일세력은 미국하고 투쟁에서 어떠한 비굴함도 없이 미국을 완벽하게 굴복시키고 승리를 쟁취하였다. 또 베트남에는 이런 면이 있었다. 낮에는 철저히 천민적인 혹은 퇴폐적인 일에 종사하는 것처럼 위장하다가 밤이 되면 민족해방전선에 투철하게 복무하는 이중의 삶을 살은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이런 사람을 가려내어 과거를 정리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당당한 승자로서 기나긴 전쟁으로 메말라버린 경제를 우선 살리기 위하여 잠시 과거를 들추지 않을 뿐이다. 3.『먼저 역사의 진실관을 둘러보자. 여기는 무엇을 보여주려는가 하면 '베트남 전쟁이 도대체 어떤 전쟁이었는가' 특히 베트남 사람에게 '베트남전쟁의 진실은 어떤 것이었나'를 보여주는 전시관이다.』 베트남의 박물관은 뭐 거창한 것과 거리가 멀다. 30년의 가혹한 전쟁으로 부서질 만한 것은 다 부서졌다. 전시하고 있는 것은 대표적인 기록 사진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역사진실관도 고작 몇 십 평에 불과하다. 4.『먼저 하노이에 있는 바딘 광장의 모습이다. 호찌민의 영묘가 있는 곳이다. 바로 이곳에서 1945년 9월 2일 베트남의 독립을 선언하고 베트남민주공화국의 탄생을 기념하는 모습이다. 호찌민 주석이 낭독했던 독립선언문 사본을 전시하고 있다. 진본은 하노이 호찌민 박물관에 있다. "베트남은 자유와 독립과 진실을 탐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우리 베트남 전체 민족은 이러한 독립과 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우리 모두의 정신과 역량과 생명과 재산까지 다 바칠 각오가 되어있다." 이것은 독립선언문 마지막 부분이다.』 바딘 광장 단상에서 호찌민은 또렷하면서도 크게 독립 선언문을 읽었다. 한 단락만을 읽고 난 뒤 호찌민이 군중에게 물었다. “내 조국의 동지들이여, 내 말이 잘 들립니까?” “네”, “네” 여기저기서 열정적인 갈채와 함성소리가 폭발했다. 이 소박한 말 한 마디가 위대한 지도자와 민중 사이에 흐르던 어색한 기운을 없애고 이들 사이에 끈끈한 유대를 만든 계기였다. 그 질문은 호찌민이 한 국가의 지도자로써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모든 것들을 버렸음을 의미했다. 5.『베트남 민주공화국을 설립하여 국회를 열었다. 그러나 남부 베트남에는 다시 프랑스가 쳐들어온다. 100여 년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국가가 아무런 자원이 없었던 것이다. 맨 먼저 정부가 한 일은 금모으기 운동이었다. 이때 지주와 민족 자본가들이 굉장히 많이 모아 주었다. 1946년이 되었는데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심지어 소련마저 호찌민의 정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호찌민은 사회주의 국가 소련 동구 중국 북한 같은 나라에 15국으로 주권과 독립을 인정해 달라고 호소하기 위하여 외유를 떠난다. 호찌민이 나라를 떠난다는 게 무척 어려운 상황이었다. 프랑스는 재침략하고 이 신생국가는 기반을 잡지 못하고. 주석 대리 후임 툭 판은 무척 두려웠다. 이 때 베트남이라는 나라는 호찌민 한 사람에 의지하고 있었다. 비행기 트랩에 올라가는 호찌민에게 이렇게 물었다. "주석님이 안 계신 이 나라를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내 안에 불변의 것으로 만변하는 세상에 대응할 수 있다."(이불변 응만변)』 45년 7월 포츠담 회의에서 베트남은 남북으로 분할 점령이 결정된다. 북은 중국이 남은 영국과 프랑스 점령하기로 했다. 이에 호찌민은 중국에 점령당하는 것보다 차라리 프랑스와 협상하는 것을 택했다. 그러자 호찌민은 프랑스의 인질 혹은 매국노라는 매서운 비판에 시달렸다. 이때 호찌민은 이불변 응만변(以不變 應萬變)이라는 말로 자신을 대변했다. 경직하지 않는 유연성을 강조하는 이 글귀를 구수정 선생이 가장 좋아한다고 여러 글에서 밝혔다. 6.『남부에 프랑스가 재침략하자 제1차 인도차이나전쟁 (1945-1954)이 일어난다. 1954년 보 응우옌 잡 장군이 이끄는 베트남군이 디엔 비엔 푸 전투에서 승리하여 프랑스를 완전히 패퇴시킨다. 프랑스 입장에서 천혜의 요새인 디엔 비엔 푸는 오목한 분지이다. 프랑스는 최신 무기를 가지고 있었고 베트남은 중국의 구식무기를 갖고 싸웠다. 중국에서 무기를 받아와서 수백km 떨어진 이곳으로 옮겼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대포를 허리에 묶고 하루에 50km씩 끌고 왔다. 하루에 밥 반 공기만 먹고서. 그리고 그 대포를 험한 산꼭대기까지 옮겼다.』 1954년 5월 7일 오후 5시 30분 디엔 비엔 푸에서 베트남인민해방군 총사령관 보 응우옌 잡 장군은 승전 1보를 호찌민에게 타전했다. 호찌민은 사자후를 내뿜었다. "한 작은 식민지 국가가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 식민주의 본국을 무찔렀다. 이것은 베트남 인민의 영광스러운 승리이자 세계 민주주의, 그리고 사회주의를 수호하고 있는 세력의 승리이다." 디엔 비엔 푸 전투에서 베트남 인민의 투쟁은 처절한 것이었다. 누가 그렇게 시킨 것이 아니었다. 또 억지로 시킨다고 될 일도 아니었다. '절대로 지나다닐 수 없는 정글을 통해 200문의 중포와 다연발 로켓포를 오로지 사람과 자전거와 조랑말의 힘으로 옮기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을 해냈다. 수많은 남자, 여자, 심지어 어린이까지 보급부대를 짜서 장대에 짐을 매달고 정글 속의 길을 걸었다. 즉석에서 만든 기름 등잔에서 나오는 희미한 불빛에 의지하여 끝없는 인간 사슬을 이루어 앞사람을 따라갔던 것이다. 보급품의 대부분은 쌀이었다. 한 사람이 지고 가는 양의 10분의 9는 짐을 지고 가는 사람들이 기나긴 행군 도중에 소비했다. 10분의 1만 목적지에 도착하는 분량이었다. 베트남군과 인민은 원시적 수단에도 불구하고 밀림지대와 삼각주에서 오랫동안 보급선을 유지하는 끈기와 인내력을 발휘해 포위작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인명손실을 두려워하지 않는 전술을 사용함으로써 승리할 수 있었다. 인민 한사람 한사람이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저항한 인민의 전쟁 바로 그것이었다. 마이클 맥클리어가 지은 ‘10,000일의 전쟁’에는 이렇게 묘사했다. “200문이 넘는 ‘철 코끼리’가 50마일 이상의 정글을 뚫고 도착했다. 초인적인 힘이었다. 오직 인민들의 땀과 힘으로 해낸 것이다. 간헐적인 폭격과 네이팜탄의 위험 속에서 운반책임을 맡은 인민들은 대포와 몸을 로프로 연결해서 끌고 왔다. 한 번에 1인치씩, 하루에 반마일씩, 3개월이 걸린 고행 길이었다.” 7『내가 알기로는 우리나라에서 베트남전쟁에 대해서 쓴 최초의 책은 대기자大記者이자 한양대 교수를 역임한 이영희 선생의 '베트남전쟁'이다. 이 책에는 '베트남전쟁은 30년 전쟁이다'라고 쓰여 있다. 미국과 한국군이 참전한 기간은 1965년에서 1973년까지이다. 약 8년간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베트남전쟁을 30년 전쟁이라 부른다. 베트남전쟁은 30년 전쟁인 이유는 이렇다. 닉슨 당시 부통령은 1952년 베트남전장에 이미 시찰을 나왔다. 학자들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제1 인도차이나전쟁)을 쌍둥이 전쟁으로 부른다. 우리는 베트남전쟁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가지지 못했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한 딱 2일 후 미국 대통령 투루먼이 6·25 전쟁에 관한 결정이라는 명령문을 낸다. 여기에 보면 한국전쟁에 대한 언급이 없다. 제목은 "6월 25일 한국전쟁 발발에 관한 트루먼의 결정"인데 여기 보면 한국에 대해 미국이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근데 여기에 가장 중요한 2가지 사항은 첫째 베트남을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군사적 물질적 모든 지원을 증강하고 지원한다. 둘째 베트남에 미국 군사 고문단을 파견한다는 결정을 내린다. 그 이유는 그동안 미국은 베트남에 대해서 그렇게 전략적 중요성을 못 느꼈다. 한국 전쟁을 발발하는 것은 보면서, ‘아! 정말 아시아가 위험하구나’ 라는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베트남은 중국하고 딱 붙어있고 인도차이나의 중심이었다. 그때서야 베트남이 무너지면 인도차이나 전역이 무너질 것이다. 인도차이나가 무너지면 아시아 전역이 무너질 것이다. 아시아가 무너지면 유럽이 무너질 것이다라는 도미노 이론에 빠져 있었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은 미국의 전략적 차원에서는 쌍둥이 전쟁이라는 것이다. 1950년 6월 27일 트루먼의 결정에 의해서 1950년 7월, 딱 2달 만에 미국 군사원조단이 베트남에 오게 된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은 깊은 연관성이 있다. 대리전이라는 개념이 사실 이때 나온다. 1945년부터 1954년 까지 미국이 프랑스를 지원한 항목들을 보면 1950년 미국은 프랑스 전비의 19.5%를 부담하고 있다. 전쟁의 막바지였던 1954년 미국은 프랑스 전비의 73.9%를 부담했다. 이것 말고도 무기를 지원한다. 탱크와 장갑차 1400여 대 350대의 전투기 390척의 군함 1만 6천대의 차량 17만 5천구의 총을 지원했다. 이 시기를 학자들은 미국의 베트남 전쟁의 간접적 개입기로 보고 있다. 프랑스를 앞세운 대리전을 통해 미국이 베트남을 점령하려고 했던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보면 베트남 전쟁은 1945년부터 시작한 30년 전쟁이다.』 우리와 베트남은 천하패자 중국하고 떼려야 뗄 수없는 관계를 유지했다. 중국에 시달림을 끊임없이 받으면서도 독립을 유지하고, 그럼에도 중국의 문화를 흡수하는 데는 아주 모범생이었다. 근대이전에 중국과 국경을 이루고 문화적 교류를 주고받은 나라가 독립국가를 유지한 예는 우리와 베트남뿐이다. 대부분의 나라가 중국에 흡수당하거나 점령당하였다. 중국을 점령한 몽고족이나 만주족이 오히려 민족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고스란히 흡수당했고, 아니면 티벳처럼 무력으로 점령당하고 있다. 작은 나라로서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점에서 우리와 베트남은 아주 유사하다. 19세기 제국주의 열강에 침탈을 받고 제2차 세계대전이후 냉전의 산물로 남북이 찢어진 것을 보면 어쩌면 이렇게 닮을 수가 있는가 하는 연민에 북받친다. 8.『1945년 8월 15일 우리와 베트남은 일본이 패망하면서 해방을 한다. 이 시기에 베트남 역사와 우리 역사는 닮은 점이 많다. 베트남은 1945년 9월 2일 베트남민주공화국은 만든다. 100년간의 프랑스 지배와 일본지배에서 벗어나 단 20일 만에 독립정부를 세워낸다. 한국은 한 달 만에 건준(건국준비위원회)을 발족하여 '조선민주공화국'을 세운다. 오랜 식민기간을 거친 나라 중에 한 달 만에 독립적인 국가를 세우는 것은 세계사에서 굉장히 드문 일이다. 결혼을 해서 일가를 이루는데도 이 보다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초토화된 상황에서 순수한 민족의 역량으로 독립국가를 세우는 나라는 베트남과 한국 외에 또 있을까 싶다. 근데 바로 이 기간은 외세의 개입이 전혀 없었던 무공해 공간이었다. 외세의 개입이 없었다면 한국과 베트남은 자신의 힘으로 정권을 세울 수 있었던 역량을 가졌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곧이어 한국에서는 북부에는 소련이 남부에는 미군이 들어온다. 한국에서 미군정이 섰다가 반발이 거세지자 미군정 3년 만에 이승만 정권을 세운다. 이 과정과 똑같은 일이 베트남에서도 벌어진다. 남부에는 영국군이 들어오고 북부에는 장개석 군대가 들어온다. 결국에는 프랑스가 들어온다. 미국은 베트남 남부에 마지막 황제였던 바오다이 정권을 세운다. 미국은 한국에는 이승만을 들여왔듯이 베트남에는 응오 딘 지엠(한국에서는 고 딘 디엠으로 잘못 부름) 들여와 남부에 베트남 공화국을 세운다. 응오 딘 지엠을 들여온 미국은 그를 '동양의 처칠이다. 민주화의 화신이다. 베트남의 이승만이다.'라고 칭찬한다. 그리고 남부에 베트남 공화국을 세운다. 그래서 베트남은 북부에는 호찌민 정권이 남부에는 지엠 정권이 들어서는 분단국이 된다. 두 정권의 성격을 이해하는 것이 전쟁을 이해하는 핵심(키 워드)이다. 호찌민 정권 각료 33인 전원이 항불(프랑스에 대한 투쟁) 경력을 갖고 있다. 대부분 악명 높은 뽈로 콘다오 섬 투옥 경험이 있다. 그래서 호찌민은 각료들의 총 감옥생활이 228년이나 되어 '우리는 모두 동창생이다'라고 하였다. 반면 고 딘 디엠 정권 각료 중에 항불 경력을 가진 사람이 단 1명도 없었다. 어떤 정권이 더 민주적 정권인지는 몰라도 누가 더 민족적 정권이었나는 알 수 있다.』 1945년부터 한국과 베트남의 역사는 미국의 적극 개입이라는 점을 공유하고 있지만, 호찌민 정권이 걸어간 모범적인 길은 아무래도 우리 남북한 모두 배워야 할 교훈인 것을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9.『'전략촌'은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서 시행한 가장 중요한 정책이었다. 우리는 베트남전쟁을 게릴라전쟁이라고 부르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전 국민이 싸웠던 '인민의 전쟁'이라 부른다. 베트콩은 이렇게 주장했다. '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었듯이 우리는 인민을 떠나 살 수 없다.' 그러자 미국은 '그래 좋아, 내가 물을 다 퍼내서 물고기를 잡겠어.' 이것이 전략촌 정책이다. 베트남 농촌은 우리와 비슷하게 비슷한 성씨를 가진 사람들이 촌락을 이루며 살았다. 여기 저기 흩어져있는 씨족적인 촌락들을 천 가구씩 모아 전략촌에 수용하는 것이다. 이 전략촌은 마을이라기보다 수용소처럼 만들었다. 전략촌 주민의 명부를 만들어 아침에는 들판으로 내보내고 저녁에 다시 이곳에 집어넣는 것이다. 정시에 복귀하지 않는 사람은 사살해도 무방하다는 지침을 내린다. 베트콩은 전략촌을 파괴하려고 하고 미국은 이곳을 어떻게든 사수하려고 했다. 한국군이 베트남전쟁에 참가하고서는 전략촌 사수가 가장 중요한 임무의 하나였다. 한국군은 서부산악지대나 접경지대에서 전투를 거의 하지 않았다. 공군력을 갖고 있는 미군이 주로 전담했다. 한국군은 주로 중부 지역 평화지대인 마을과 해안지역에 주둔하였다. 한국군은 전략촌 사수가 아주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였다. 실제 전략촌을 사이에 두고 한국군과 베트콩은 계속 서로 교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군이 들어온 초기 시절인 1966년 초에 주둔지를 결정한다. 여기는 유격전이기 때문에 주둔지가 결정하면 부대 주변 마을과 사람들을 다 소개해야 한다. 부대 주변에 사람을 두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전략촌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베트콩을 파괴하려고 하고 한국군은 사수하려고 한다. 한국군이 많은 양민 학살을 하게 되는데 이 유형가운데 전략촌 학살이라는 것이 있다. 전략촌을 사이에 두고 서로 교전이 일어나게 되어 만약 한국군이 한 두 명 사상이 생기게 되면 그 다음날 본보기로 전략촌의 사람을 열 명 정도 끄집어낸다. 그리고 보복으로 죽인다. 그러면 어떤 효과를 나타나는가 하면 베트콩들은 우리가 한국군을 건드리면 무고한 자기들의 인민들이 죽게 되고, 주민들에게는 어떤 공포나 베트콩을 도우면 너희들이 이렇게 된다는 심리적인 공포를 주었다. 나중에 당시의 베트콩 기록을 보면 되도록 웬만하면 가급적이면 한국군과 교전을 피하려 했다고 한다.』 전략촌 정책(Strategic Hamlet)이란 게릴라가 아닌 순수한 양민들만 전략촌이라 부르는 철조망으로 둘러친, 바깥과 고립된 마을에 몰아넣고 마을 밖은 모두 게릴라라는 발상이다. 디엠은 농촌주민을 힘으로 다스리기 위한 주민 강제 이주 정책만은 적극 수용해서 1962년 봄부터 전략촌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1만1천3백여 개에 달하는 전략촌을 설치하고 이곳에 농촌 주민을 억지로 집어넣어 이들을 철저히 감시한다는 발상이었다. 그리하여 1961년 4월부터는 ‘평정계획이 시작되었다. 농민을 강제적으로 집단수용하는 전략촌 설치는, 디엠이 군부 쿠데타로 죽은 63년 가을까지 전국적으로 8천979촌에 달했다. 베트남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430여만 명이 이곳에 수용되었다. 그러는 동안 수백 개에 이르는 남베트남의 전통 마을이 파괴되고 주민들은 군대의 철조망 안 전략촌으로 옮겨졌다. 그렇게 하면 마을 주민들이 민족해방전선의 전사들- 오로지 외국인들의 지지만 받는 남베트남 정부에 대항해서 투쟁하고 있는 게릴라들-을 돕지 못하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조상 때부터 살던 집에서 쫓겨나 포로수용소와 같은 강제집단수용소로 이주한 것은 농민의 반정부 감정을 더욱 부채질하였다. 베트남의 마을들은 수세기 동안 공동체로서, 자기들끼리 스스로 다스리며 마을을 이끌어 나갔다. 저수지와 논을 돌보거나 둑과 제방을 관리하는 것은 언제나 집단적인 힘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빽빽한 대나무 울타리로 에워싸인 오래된 마을 안에서 촌로들은 모여서 논의하고 세금을 거두고 분쟁을 해결하였으며, 도깨비 전설과 지난날의 영웅을 떠올리게 하는 사원은 얕은 진창과 벽돌집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미국의 침략으로 베트남 사회의 이러한 기초 단위가 파괴되자 삶의 터전을 박탈당한 침울한 피란민들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자기 자신, 혹은 자신의 어머니와 누이들을 의기양양한 침략자에게 팔아 넘기거나, 아니면 민족해방전선에 참가하기 위해 밀림 속으로 잠입하는 것뿐이었다. 농민들은 전략마을에 끌려가 복종하기보다는 민족해방전선 혁명대열에 가담하기를 선택했다. 민족해방전선 군사력은 무럭무럭 커져만 갔다. 전략마을정책은 처음에는 민족해방전선의 활동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었으나, 한편으로는 디엠 정권에 대한 농민대중의 저항의식을 심화시켰다. 민족해방전선은 전략마을을 슬기롭게 이용하였다. 전략마을의 경비는 현지 주민들로 구성된 민병대가 맡았는데 지극히 허술하였다. 민족해방전선은 곧 밤마다 이곳으로 스며들어 사람들을 모아놓고 소위 "사상교육"을 하거나 남베트남 정부에 협조한 "부역자"를 본보기로 처형하는 활동 무대로 삼은 것이다. 20만명에 불과한 정부군으로 수천 개의 전략마을을 모두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또한 전략마을은 민족해방전선의 새로운 요원들을 위한 훈련기지였다. 그리하여 전략마을은 농민들 자신과 민족해방전사들에 의해서 대부분 파괴되었다. 결국 전략마을 계획은 디엠 정권의 붕괴로 좌절되었으며, 민족해방전선과 민중을 분리하려는 노력은 아무런 성과를 남기지 않았다. 미군 사령부는 베트남인들을 전략마을에 다 집어넣어라. 그리고 전략마을 밖은 전부 자유발포지역이다라고 설정했다. 이것은 전략마을 밖 아무 데서 아무나 다 쏴 죽여도 된다는 것을 뜻했다. 베트남전쟁은 적을 찾아서 죽이는 게 아니라 보이는 데로 죽이는 초토화 작전이었다. 10『베트남전쟁을 일으킨 3대 주역(악역) 웨스트모얼랜드 베트남 총사령관 닉슨-1952년 부통령으로 베트남을 다녀갔고 1969년 대통령으로 베트남전쟁을 확대시킨 장본인 맥나마라-베트남전쟁 당시 미국의 국방장관』 베트남 주둔 미군 총사령관 웨스트모어랜드(Westmoreland) 장군은 존슨 대통령에게 전쟁 진행 상황에 대한 1968년 신년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 보고서에는 터널 끝에 한 줄기 빛이 보인다라고 썼다. 그러나 1월 31일 텔레비전에 비친 미국 대사관 점령 장면을 본 일반시민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제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해졌다. 미국이 이 전쟁을 이길 수 없으리라는 것이다. 하룻밤 사이에 반전을 주장하는 시위대가 세 배나 늘었다. 웨스트모어랜드 장군의 새파래진 얼굴이 전 세계 텔레비전 화면에 나타났다. 그의 얼굴에 허장성세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파산자였다. 미군의 증파를 요구했지만 존슨 대통령은 해임해 버렸다. 11.『한국전쟁에는 유엔의 16개국이 참여한 3년 전쟁이었다. 베트남전쟁은 20세기 가장 치열하고 악랄한 전쟁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베트남 전쟁에서 많은 나라들이 싸웠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싸웠던 나라는 몇 나라 되지 않는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필리핀, 타일랜드, 한국(남쥬딘;남조선)에 불과했다. 미국은 베트남전쟁을 한국전쟁처럼 국제적인 전쟁으로 몰아가려고 노력했다. 미국은 베트남전쟁에 참전하면서 제일 먼저 노력한 것은 유엔에 참전을 요청한 것이다. 유엔은 이 전쟁은 더러운 전쟁이라 못하겠다고 하였다. 미국이 그 다음에 한 것이 미국 동맹국들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도 미국의 요청을 거부한다. 그다음에 시토(동남아시아 조약기구)에 요청하나 타일랜드만 참전하게 된다. 유엔도 나토도 시토도 거절한다. 그래서 미국은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큰 우방국가라는 25개국을 골라 개별적으로 베트남전 참전을 요청한다. 거기에 최종적으로 답한 나라가 이 다섯 나라이다. 그중에서 한국은 여러 가지에서 기록적인 나라이다. 미국의 요청에 가장 빠르게 응답한 나라이다. 미국이 요청하기 전에 끊임없이 베트남에 참전하겠다고 오히려 요청하였다. 그 최초의 인물이 이승만이었다.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나고 1954년에 한국은 미국과 프랑스에 파병을 하겠다고 요청을 한다. 그 때 프랑스가 거절하는데, 그 이유는 프랑스 군대가 베트남을 지켜주고 있는 상태에서 파병을 한다면 그것은 프랑스에게 정치적으로 더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프랑스는 이승만의 요청을 거절한다. 그 뒤로도 끊임없이 파병요청을 하는데 1961년 5·16 구테타 이후 박정희가 케네디를 만나서 우리가 베트남에 파병하겠다고 요청을 한다. 그때도 미국이 거절을 한다. 1965년 유엔을 비롯한 거의 대부분 나라가 거절을 하니까 존슨의 베트남에 "더 많은 깃발을(more flags)"정책으로 25개국에 서한을 보냈는데 한국이 미국의 요청에 가장 먼저 손을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파병 인원(연병력)은 오스트레일리아 7천 명, 뉴질랜드 6백 명, 필리핀 2천 명, 타일랜드 1만3천 명이었다. 한국군은 5만 명을 파병해서 8년 5개월 동안 모두 32만 명이 베트남전쟁에 참전한다. 미국과 한국을 제외하고 다른 나라는 전투 병력을 파병하지 않았다. 한국만 유일하게 3개 사단 규모로 파견하였다. 퀴년에 맹호사단, 백마 사단이 빈호아, 청룡여단이 출라이, 나트랑(나짱)에 한국군 사령부, 사이공에 수송부대, 붕타우에 한국군 이동외과 병원이 주둔하였다. 박물관 전시장에 지도상에 한국군이 주둔한 장소에 흰 딱지를 붙여 놓는데 한국사람이 오면 손이 닿는 데는 모두 떼어낸다고 한다. 박물관 관계자가 다시 붙여도 떼어낸다고 한다. 남의 나라 박물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베트남전쟁에 참여한 나라는 미국(55만), 한국(5만), 태국(1만1천), 호주(7천),필리핀(2천), 뉴질랜드(5백), 대만(30명), 영국(6명)이다. (괄호 안은 최대상주 병력 숫자이다.) 한국은 1966년에서 1972년 동안 달러 수입은 군인 및 기술자 송금, 용역 및 건설군납, 특별보상지원 등에 의한 무역외수입이 6억 4,190만 달러, 수출 및 물품군납이 2억 1,560만 달러였다. 한국군의 월남 파병에 따른 경제적 이득은 직접적인 달러 수입에만 한정되지 않고 국내 인력상품의 동남아시아 진출, 특별 미국 국제개발국 차관 공여, 각종 민간경제협력의 추진 등에도 기여함으로써 그 당시 한국 경제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우리 사회 보수세력은 베트남참전을 공산세력에 맞서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해 왔다. 또 참전의 대가로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무엇이 부끄러워 남의 나라 전시장에 있는 딱지를 함부로 떼어 내는지, 그런 이중성이 항상 궁금하다. 12.『1970년부터 베트남전쟁을 종결하기 위한 회담을 하게 된다. 미국은 베트남화 라는 정책을 쓴다. 1972년부터 미국은 철수를 시작한다. 1972년 말 미국의 동맹국의 주력군도 다 철수를 한다. 한국은 가장 늦게까지 철수를 하지 않는다. 미국은 한국과 약속을 어기게 된다. 미국이 한국군 참전을 할 때 한국의 동의없이 미군은 한반도에서 철수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다. 그런데 1970년 미군 1개 사단을 한국에서 철수를 일방적으로 통보를 한다. 박정희는 미군 철수를 막기 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닌다. 결국 막지 못한다. 그래서 한국도 1972년 말 일차 철수를 감행한다. 1개 사단이 철수를 한다. 이 시점에는 다른 나라는 물론 미군도 거의 철수를 했다. 이 기간에는 한국군 병력 수가 미군보다 훨신 많았다. 철수를 계속 끌다가 1973년 1월 베트남전쟁을 종결하는 파리협정이 체결된다. 이 협정에 의하면 조인한 날부터 2개월 안에 모든 외국군은 철수한다. 한국군은 이 마지막 날인 3월 29일에 철수를 완료한다.』 한국군은 지난 8년간 적 사살 4만1천462명, 포로 4천633명 등 전과를 올렸으나 아군측도 전사 3천844명의 피해를 봤다. 아군전사 대(對) 적 사살 비율은 1대11이다. 제2대 주월한국군 사령관인 이세호 중장은 철군이 거의 완료한 1973년 3월15일 수원공항에서 열린 귀국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군은 세계 역사상 전례가 없는, 게릴라전에서 "1당10"의 전과를 올린 셈이다. 그러나 한국군의 전과보고는 한국을 제외한 세계 어느 언론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1972년 10월9일 뉴욕타임스의 크레이그 휘트니 사이공 특파원은 주월한국군사령부에서 열린 전황브리핑을 다녀온 뒤 “한국군은 민간인을 죽여놓고 적을 사살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적었다. 미군이 철수하는 마당에 한국군은 어리석게도 자신들의 ‘용맹성"을 자랑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했기 때문이다. 13『전쟁 당시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군을 '따이한(대한)' '남쥬딘(남조선)' '박정희 병사들'이라고 불렀다. 지금도 베트남 사람들은 노무현 보다 박정희라는 이름을 더 많이 알고 있다.』 우리가 현재 일본 수상 이름은 잘 몰라도 도요토미 히데요시나 이토 히로부미의 이름을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것처럼 아마 베트남사람들도 박정희를 기억할 것이다. 14『1975년 베트남이 통일하자 한국과 베트남은 완벽히 국교를 단절한다. 1992년 다시 국교를 재수립하는 20년 동안 원수처럼 단절하였다. 베트남에 참전했던 다른 나라들은 평화협정이 체결된 후 다시 국교관계를 수립한다. 한국이 외교관계를 수립 못했던 것은 미국에 눈치를 보는 것 때문이었다. 미국은 자존심 때문에 1995년 외교관계를 수립한다. 1992년 외교관계를 수립할 때 한국은 베트남에 한 가지 조건을 내 놓는다. '더이상 우리를 따이한이나 남조선으로 부르지 말아 달라.' 남조선이라 부르지 말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따이한 즉 대한민국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는 것은 베트남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베트남사람들은 한국이라 부르고 있다.』 스스로 자신을 부정하는 것만큼 부끄러운 일이 또 있겠는가? 15『1965년부터 사용한 폭탄양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서 사용한 총 폭탄양을 합한 것의 1.5배를 사용하였다. 고작해야 미국의 뉴멕시코주 만한 나라에. 베트남 사람들은 1평방미터당 폭탄 하나가 떨어졌다고 한다. 지상에는 살 수가 없어 두더지 처럼 살아야 했다고 한다. 그래서 구찌 터널같은 땅굴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땅굴에서 생활하고 애도 낳고 학교도 다녔다. 한국전쟁에서 생겨난 새로운 군사용어가 '초토화 작전'이였고 베트남에서 더 나아가 '융단폭격'이라는 용어가 생겼다. 융단을 깔듯이 폭격을 했다는 것이다.』 한 국가나 민족이 다른 인종에게 자행한 학살행위를 제노사이드(genocide)라 한다. 법률학자 라파엘 렘킨Raphael Lenkim이 국제법에서 집단 학살을 범죄로 선언할 것을 제안하면서 1944년 처음 사용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처럼 베트남전쟁도 미국의 제노사이드임은 명백하다. 16.『베트남에서 7200억달러의 전비를 썼다. 미국을 이긴 대가를 베트남은 철저히 치러냈다. 미국은 27년간 경제적으로 봉쇄(엠바고embargo 정책) 하였다. 그래서 경제적 파행을 겪지 않을 수 없었다. 베트남에 오토바이가 많은 이유는 엠바고의 휴우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동차를 거의 들여올 수 없었다. 엠바고가 풀리자 베트남은 쌀수입국에서 쌀수출국으로 전환하였다.』 그 당시 우리나라 1년 예산이 10억 달러 정도였다. 미국은 이런 천문학적 돈을 전쟁으로 낭비하자 경제위기를 맞이했다. 미국이 1971년 달러를 평가절하하고 그때까지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던 금태환 중지 조치를 취하자, 국제통화체계가 크게 동요하고 국제 금융 혼란이 닥쳤다. 베트남의 승리가 세계질서를 흔들 결과를 낳았다. 엠바고는 요즘 일반적으로 보도금지를 뜻하는 매스컴 용어로 쓰이고 있지만, 원래는 한 나라가 상대편 나라의 항구에 상업용 선박이 드나드는 것을 금지하도록 법으로 명령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자존심을 마구 구긴 대가로 베트남은 철저하게 경제봉쇄 당했다. 17『1975년 4월 30일은 베트남통일의 극적인 순간이다. 대통령 궁에 해방군의 탱크가 밀고 들어갔다. 1호차는 하노이에 있고 대통령 궁에 있는 것은 2호차이다. 탱크 깃발을 들고 있는 어린 소년병은 대나무에 달린 깃발을 들고 막 뛰어가서 3층에 있는 남베트남 삼색기를 떼어내고 해방군 깃발을 꽂는다. 이때 승리한 군인들은 100년의 압제와 전쟁을 끝난 순간에 장전된 총알을 하늘에 대고 다 쏘아댄다. 이 소리가 사이공 전역에 물결처럼 이어졌다. 이 당시 베트남 사람들은 '나의 모든 총알을 사람이 아닌 하늘을 위해 쏘았던‘ 바로 이 순간이 '내 인생에 가장 황홀했던 아름다운 순간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1975년 4월 30일 베트남이 민족통일을 하던 날, 사이공의 한 아주머니는 이렇게 기쁨에 들떠 있었다. “해방군이 사이공에 가까워졌을 때 우리는 남모르게 많은 해방깃발을 만들었어요. 티우 정권은 이 깃발을 금지했을 뿐만 아니라, 해방깃발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적․황․청 3종류의 천을 한꺼번에 사기만 해도 체포했으니까요. 그러니까 이 깃발을 만드는 일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었지요. 우리 집 둘레에 이미 60여 명의 여성들이 각오를 다지고 모여 있었습니다. … 4월 28일 탄손누트 공항이 폭격을 받았을 때 나는 라디오로 해방방송을 듣고 이제야말로 깃발을 게양할 때라고 생각하여 사진관의 지붕에 해방기를 게양했습니다. 이웃에 있는 주부들도 일제히 깃발을 내걸었습니다. 바로 그 날, 대한민국 박정희는 모멸감과 치욕감 그리고 두려움을 느꼈다. ‘베트남 민족통일’을 ‘월남패망’이라고 혼자서 수도 없이 되뇌었다. 티우처럼 독재를 하던 박정희는 심사숙고 한 뒤, 1975년 5월 13일 언론의 자유를 극도로 제한하는 긴급조치 제9호를 발동했다. 전국적으로 위기의식을 고조시키고 대대적으로 반공과 안보를 선전하였다. 유신헌법의 부정, 반대, 왜곡, 비방, 개정 및 폐기 주장, 청원, 선동 또는 이를 보도하는 행위 자체까지 일체 금지시켰다. 박정희는 유신독재 말로에 돌이킬 수 없는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18『여기는 역사 진실관의 마지막 장면이다. 아까 보았듯이 맥나마라는 베트남전쟁의 3대 주역이다. 맥나마라는 베트남 전쟁이 끝난 지 20년 만에 베트남전쟁의 문제점을 낱낱이 밝힌 회고록을 1995년 발표했다. 회곡록에서 "우리는 잘못을 저질렀다. 아주 끔찍한 잘못을 저질렀다. 우리는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우리가 왜 이런 잘못을 저질러야 했는지 설명해야 될 빚을 안고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전쟁을 직접 계획하고 집행했던 로버트 맥나마라(Robert McNamara : 1916∼)는 미스터 컴퓨터로 불리는 기업가이자 경제학자이다. 포드 자동차회사 사장을 거쳐 1961년 케네디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내면서 베트남전쟁을 정당화하는 데 진력하였다. 그러나 1966년부터 베트남전쟁에 회의를 품기 시작했고 결국 1968년 존슨대통령이 해임을 하였다. 그 뒤 1981년 까지 세계은행(IBRD) 총재를 지냈다. 맥나마라는 남베트남 붕괴 20주년을 맞으면서 1996년에 발간한 회고록 「'베트남전쟁의 비극과 교훈」에서"베트남전쟁은 잘못된 전쟁이었다. 몸서리치게 잘못된 전쟁이었다(Vietnam war was wrong, terribly wrong)"라고 말하며, 베트남전쟁이 방향도 잃고 목표도 없는 전쟁으로 끝났다고 스스로 비판하였다. 19 맥나마라 사진 앞에서 구수정 선생은 우리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맥나마라의 이 말을 우리 한국사람은 꼭 새겨야 할 것이다. 저는 1966년에 태어났다. 1966년이면 한국군의 양민학살이 막 일어나던 때이다. 여기에서 해설하면서 맥나마라의 말을 매번 되새긴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저는 말을 많이 해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다. 우리도 우리와 관계한 이 박물관을 봤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다음 세대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할 의무가 있을 것이다.』 http://www.medi4peace.org/ 한국의 대표 진보언론 민중의소리 RSS 센터 뉴스 프리미엄 매거진 시민사회포탈 지역네트워크 베트남, 순박한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들 [기고]8박 9일간의 잊을 수 없는 베트남평화의료단 활동 박재만(한의사, 녹색한방병원 근무) 기억한다는 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 베트남에 다녀온 지 벌써 3주가 지났다. 오래될 기억들로 가득했던 베트남을 기록한다는 게 이러저러한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져왔다. 마음이 콩밭에 가있었던 탓도 있었지만 즉자적인 글쓰기보다 오래 묵어질 것들로 남기고 싶은 바람 때문에 기록은 여태 미뤄졌었다. 다행인 것은 베트남에서 틈틈이 써두었던 메모들이 그때를 마치 어제 일처럼 떠올리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베트남에 가게 된 건 아주 우연이었다. 청한 뒤풀이 술자리에서 내가 활동하고 있는 ‘참의료 실현 청년한의사회’ 장병권 사무차장이 나에게 베트남 한번 가보지 않겠냐고 물었다. 나는 '되겠냐' 하는 마음으로 병원에서 보내주기만 하면 기꺼이 가겠다고 대답했다. 정말로 말 그대로 병원에서 보내주게 되었다. 3일간의 병원 공가와 3일간의 자투리 휴무를 합치고 2번의 일요일을 모아서 8일간의 여정이 만들어졌다.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은 늘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 같다. 3월 22일부터 30일까지 8박 9일간의 잊을 수 없는 베트남평화의료단 활동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9시 베트남평화의료단. 치과, 한의사 진료단과 통역을 맡은 베트남 호치민대학 한국학과, 동방대학 한국학과 학생들. 베트남평화의료연대(www.medi4peace.org) 베트남평화의료활동은 1965년부터 10년간 32만명의 월남파병 한국군이 베트남 양민들을 대량 학살한 것에 대해 사죄하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10년째 계속되어 왔다. 이번 9기 베트남평화의료단은 16명의 치과의사, 8명의 치위생사, 4명의 한의사, 10명의 스태프진 그리고 의료단의 통역과 진료를 도와주었던 10여명의 호치민대학 한국어과 학생들로 구성되었다. 베트남의 중부 빈딩성 따이선현, 따이븐사, 따이안사에서 치과진료와 한의진료가 함께 진행되었고 진료단은 별도의 시간을 내서 학살지역을 직접 찾아가 위령비에 참배하기도 하였다. 베트남, 화려한 과거 인도차이나 반도의 동쪽 해안선을 따라 길게 늘어선 나라. 프랑스, 미국 2개의 제국주의 나라와 싸워서 이긴 강인한 민족. 대학시절 ‘사이공의 흰옷’을 읽으며 베트남을 처음 알게 되었다. 미제국주의로부터 해방하기 위해 베트남 대학생들이 어떻게 투쟁했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낸 혁명소설이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전투적이었던 한국의 학생운동만큼이나 베트남 학생운동도 격렬했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한동안 한국의 길거리에 내걸린 ‘베트남처녀와 결혼하세요’라는 플래카드로 베트남은 종종 만나졌다. 사실 한국의 농촌총각과 베트남처녀와의 결혼은 브로커와 뒷돈이 오고가는 씁쓸한 거래이다. 살다보면 서로 좋아지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첫 시작이 사람과 돈이 거래된다는 것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국의 제조업 공장들이 중국을 거쳐 베트남으로 몰린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기도 했다. 엄청나게 싼 물가, 한달에 10만원한다는 가정부, 자본주의 개방 정책, 호치민, 베트남 쌀국수, 아오자이, 하노이, 삿갓 모자... 이런 것들이 내가 알고 있었던 베트남의 전부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와 미국에 맞선 반세기에 걸친 조국해방투쟁, 베트남전쟁, 호치민, 사이공의 흰옷... 자본주의 개방 정책, 베트남처녀, 한국기업들의 진출... 과거의 베트남은 강인한 그 무엇이었고 현재의 베트남은 급격한 변화 그 자체였다. 이번 베트남평화의료활동은 과거의 베트남으로 시간을 되돌아가는 여정이었다. 베트남전쟁 당시 잔혹했던 한국군의 만행을 우리는 대신 사죄해야 했다. 미국에 맞선 베트남 민중의 처절하고 강인했던 투쟁에 우리는 탄복해야 했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베트남 사람들에게서 우리는 안쓰러움과 연민을 동시에 느껴야 하기도 했다. 한국군의 양민학살을 알리는 벽화. 베트남평화의료연대(www.medi4peace.org)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 역사에서 사라진 소비에트의 문양, 낫과 마치가 아직도 내걸려 있었고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별을 새긴 붉은 깃발은 지금도 펄럭이고 있었다. 정치는 사회주의이지만 경제는 자본주의 개혁 개방 정책을 쓴다고 하지만 정치와 경제가 분리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껍데기만 남았다는 과거 혁명전사의 말은 씁쓸하게 들려왔다.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사회양극화를 불러오듯 지금 베트남에도 사회양극화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의 베트남은 총성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눈에 보였던 제국주의 침략자들에게 그렇게도 강인했던 그들은, 실체가 없는 것 같은 자본주의 침습 앞에서 그들은, 물러서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역사의 주인인 민중은 때가 되면 또다시 들불처럼 일어날 것이다. 다행인 것은 그들은 과거의 역사를 여기저기에 기록하고 기억하고 있었다. 베트남 사람들, 매력적인 사람들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참 순박했다. 물질이 덜 발달하면 사람이 그만큼 발달한다더니 재작년 평양에 갔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함께 밥을 먹을 때 옆사람의 밥그릇을 먼저 덜어주는 그들에게서 배려가 몸에 배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밥통에서 자기 먹을 밥그릇에 먹을 밥을 덜어서 밥상에 올리지만 그들은 함께 나눠먹을 큰 밥그릇을 밥상에 올려놓고 있었다. 함께 먹는 것보다 함께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에서 베트남의 지혜를 읽을 수 있었다. 베트남의 계절은 우기와 건기가 있다고 한다. 쌀농사가 주업인데 일년에 3모작을 하기 때문에 들판에는 막 씨뿌린 논이 있는가 하면 바로 옆에는 걷이를 하고 있기도 했다. 그들의 부지런함은 쉴틈없이 씨뿌리고 걷어들이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날씨 탓도 있겠다 싶었다. 런나를 쓰고 아오바바를 입은 베트남 농민들은 들판 여기저기에서 쉴새없이 일하고 있었다. 베트남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나지막한 탁자에 마주앉아 음식먹는 걸 자주 볼 수 있었다. 뭘 그렇게 맛있게 먹나 했더니 쌀국수를 즐겨 먹는다고 한다. 간혹 선지국도 먹는다고 한다. 베트남 쌀국수는 독특한 향내가 맛을 돋우는 것 같았다. 그들은 누군가와 함께 있었다. 예전에 러시아 사할린에 갔을 때 혼자 있거나 혼자 길을 걷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대조적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수다스러웠다. 우리말은 일정한 톤을 유지하지만 베트남말은 중국의 4성보다 더 많은 6성 발음이라고 하니 말하는 게 마치 랩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들은 쉬지 않고 말을 하면서도 또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하다못해 그들은 주름이 파이도록 웃고 속삭였다. 통역을 도와주었던 호치민대학 한국어과 학생들은 참 귀엽고 상냥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타이거 리, 제일 예쁜 린, 똑똑한 투, 정이 가는 짱, 금세라도 웃을 준비가 되어 있는 미, 구슬같은 눈물을 흘리던 낀, 한칼 할 것 같은 헌, 그리고 양, 응언... 이름을 채 기억하지 못하지만 얼굴 보면 금세 생각날 사람들이었다. 모두 어찌나 호의적이었던지 사람 마음을 쏙 빼놓는 것 같았다. 그들은 내가 궁금한 게 생겨서 물어보면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면서도 답을 곧잘 해주었다. 처음 며칠간 생활하면서 그들에게 못마땅한 것들도 있었다. 왜 저렇게 저자세일까? 그들이 자기 의견을 내세우는 걸 보질 못했다. 거의 대부분 우리가 하자는 대로 따라오기만 했다. 분명히 자기 의견이 있을 거고 또 더 나은 방법을 알고 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호치민대학은 베트남에서 최고 명문대학이라고 하고 한국어과는 가장 선호하는 학과들 중 하나라고 하는 걸 보면 그들은 베트남에서 엘리트일 텐데... 나의 오해는 함께 생활을 하면서 또 베트남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생기면서 풀려갔다. 베트남 사람들은 상대를 배려하는 게 아주 익숙하고 당연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번은 통역학생에게 진료단 점심식사를 준비해준 분에게 맛있는 음식을 차려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통역학생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하는 눈치였다. 그 학생 하는 말이 베트남말에 밥 차려줘서 고맙다는 말이 없다는 거다. 자기들은 ‘맛있게 먹어라’는 있어도 ‘차려줘서 고맙다’는 말은 안 한다는 거다. 아... 이들은 상대방에게 무엇인가 해주는 것을 아주 익숙해하는구나 싶었다. 그것이 때로는 순종적으로만 비쳐지기도 한다. 저자세와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내가 본 것은 행동방식이었지 그 속마음이 아니였던 것이다. 최근 ‘너를 위함’을 배우는 중이었는데 베트남 사람들에게서 새삼 그 진수를 배우는 것 같았다. 베트남 사람들은 정말 매력있는 사람들이었다. 베트남평화의료단을 다녀온 사람들은 또다시 가게 된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아... 사람들이 이래서 가고 또 가는구나 싶었다. 통역학생들과의 아쉬운 작별만찬에서 ‘내년에도 오실 거죠?’ 하며 손가락을 걸어오는 학생들에게 ‘그래요’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평양 사람들이 ‘우리 꼭 다시 만나요’하는 말처럼 여기에서 끝나지 않게 하는 마력을 가진 말이라고 생각했다. 호치민시, 사이공의 밤 3월 22일 밤8시 베트남행 비행기는 4시간 30분 가량 비행한 후 현지시각으로 밤11시경 호치민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호치민시는 끝없이 넓어보였고 마치 개미집처럼 어딘가를 향해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 호치민, 사이공의 밤이었다. 치과진료에 필요한 물자를 담은 대형 가방 40여개에 비해 한의진료 가방은 달랑 1개였다. 마치 준비해온 정성의 차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낯선 이들이 공항에 마중나와 있었다. 통역학생들과 현지 스태프진이었다. 여러 번 베트남을 오갔던 사람들은 반가움에 껴안으며 서로에게 그동안의 안부를 물었다. 낯선 땅, 베트남의 공기는 후텁지근했다. 아직 봄이 채 시작되지 않은 한국을 떠나 이곳에서 곧바로 여름을 맞아야 했다. 여름 날씨인 줄 알면서도 입고 간 겉옷을 벗지 않았다. 아직은 베트남에 몰입할 준비가 덜 되어 있었던 것 같다. 호치민의 밤거리는 한산했다. 호치민시내 머무를 숙소로 가는 시각이 자정을 넘긴 야심한 밤이라 밖에 나올 사람이 적기도 했겠지만 불야성을 이룰 술집 같은 게 없기도 했다. 버스 차창으로 보이는 호치민의 거리는 낯설지 않고 언젠가 보았을, 지나갔을 것만 같았다. 베트남 호치민시에서의 첫만남에 순간 떠오른 건 80년 오월 광주의 밤거리였다. 뜨거웠던 한낮의 열기를 뒤로하고 사람들은 저 길가 골목 어느 집엔가에 모여서 내일을 도모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한낮의 거리는 다시 저 숨죽이고 있는 군중들의 아우성으로 채워질 것이다. 무성해진 잎들이 담 너머로 넘실거리는 게 사람들의 속닥거림을 은폐해주는 것만 같았다. 사이공과 광주의 밤은 닮아있었다. 호치민에서 맞은 첫날(3월 23일) 아침, 나는 도로에서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수백대의 오토바이떼가 도로를 점령한 채 우 하고 오가는 게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우리나라 울산 대공장 출퇴근시간에나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각양각색의 오토바이에 다들 헬멧을 쓰고 얼굴에는 두건을 두른 채 어떤 사람은 혼자서, 어떤 사람은 둘, 셋씩 타고 있었다. 마치 도시의 도적떼들 같았다. 저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한국은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었다는데 베트남은 젊은이들의 열기로 넘쳐나는 것 같았다. 전후 30년간 전쟁에 사라져간 사람들을 다시 채우기라도 하는 듯이 인구가 늘어갔기 때문에 베트남은 젊은 사람들로 부산했다. 도시의 분주함 속에서 베트남의 성장을 어렵지 않게 예감할 수 있었다. 증오비, 슬픔은 증오를 낳고 1975년 4월 30일, 베트남은 오랜 투쟁 끝에 침략자 미군을 몰아내었다. 그리고 나서 그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침략군대에 의해 학살된 사람들을 조사하고 그들의 영혼을 달래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마다 집집마다 죽임을 당한 자, 돌아오지 못한 자, 행방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을 수소문하였고 그들의 원한과 슬픔을 모아 탑을 세웠다고 한다. 그 탑들은 위령비도 아니고 애도비도 아닌 증오비였다. 그들은 죽은 자들을 애도하거나 위로하지 않고 그들을 도륙한 자들을 증오한 것이다. 슬픔이 커지면 분노한다더니 그들의 슬픔이 얼마나 깊었을까 짐작할 수 있었다. 진료지역이었던 빈딩성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처참한 대량학살이 있었던 고자이 마을을 찾아가서 증오비에 헌화하는 일이었다. 고자이 마을 증오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하늘에 가닿을 증오, 미침략자들에 대한 증오를 깊이 새긴다. 이곳에서 미군의 지휘아래 남조선 꼭두각시 군인들이 380명의 무고한 양민을 학살하였다. 1966년 2월 26일.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6년 2월, 미군의 지휘아래 한국의 맹호부대는 용안작전이라는 베트콩 탐색 소탕작전 도중에 위령비가 세워진 이곳에서 380여명의 고자이 마을 주민들을 단지 3시간만에 무자비하게 학살했다고 한다. 구덩이에 산채로 파묻거나 구덩이에 몰아넣고 수류탄을 터뜨리기도 하고 여성의 음부에 죽창을 쑤셔넣고 불태워 죽였다고 생존자들은 증언했다고 한다. 그 잔혹함에 숨소리조차 크게 낼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 얼마나 잔혹했던 날이었을까? 증오비 바로 옆에 타일을 하나씩 붙여 당시의 참혹한 학살현장을 묘사한 벽화가 얼마전 세워졌다고 한다. 타일 하나하나가 그날 증오에 찬 베트남 양민들의 눈처럼 보였다. 참가자들은 진료가 진행되는 중간에 조를 나눠 학살지역 위령비를 참배했다. 베트남평화의료연대 참가자들이 한국군 학살지역 위령비를 참배하고 있다. 베트남평화의료연대 진료 일정 도중에도 진료단 일부는 교대로 학살지역 마을을 방문하였다. 이번에 간 곳은 긴따이 마을이었는데 긴따이라는 말이 금옥이 많이 나고 재능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 마을에도 여전히 증오비가 세워져 있었다. 1966년 1월 9일 남조선 군대가 37명의 양민을 학살했다고 적혀 있었고 학살된 사람들의 이름과 나이가 기록되어 있었다. 2살 아이부터 70살 노인까지 마을에 있던 모든 사람은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특이한 건 20, 30대 젊은이가 하나도 없었는데 젊은 사람들은 보이기만 하면 잡혀가 죽임을 당해야 했기 때문에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마을에 사는 한 분이 우리에게 반갑다며 인사를 청해왔다. 우리가 한국말을 하니까 종이에 한국(寒國)이라고 쓰면서 잘 안다는 듯이 말했다. 한국은 그들에게 차가운 나라였던 것이다. 진료, 그들을 직접 만나다 9기 베트남 평화의료단의 진료활동. 사진 속 인물이 박재만 한의사. 베트남평화의료연대 9일간의 일정은 오고 가는 데 하루씩, 그리고 학살지역 답사와 몇몇 군데 방문을 빼고 나면 실제 진료는 5일간 진행되었다. 새내기 한의사 최이영씨와 나는 따이븐사에서 진료를 했는데 둘 다 진료 속도가 느려서 하루 40명 정도 소화하는데도 시간에 쫓기곤 했다. 진료를 받으러 오는 분들은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농촌에서 오랫동안 농사일을 해온 터라 허리아픔, 무릎아픔, 어깨아픔은 기본으로 깔고 들어갔다. 뙤약볕에서 일을 많이 해서인지 어지럽고 머리 아프다는 분들도 많았다. 진료하면서 틈틈이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들을 나누곤 했다. 무슨 농사를 짓느냐, 이 마을에서 몇 년 살았느냐, 전쟁 때는 어땠느냐 등등 진료 반 질문 반이었다. 디엡 할머니는 온몸 여기저기가 화상을 입은 듯 얼룩덜룩한 백반증 환자였다. 언제부터 그랬냐고 물으니까 오래전부터 그랬다는 거다. 끼 할머니는 왼팔이 오래전부터 저리다고 한다. 당신들이 말하는 오래전이라는 건 언제부터이냐고 물었더니 디엡 할머니는 베트남전쟁 때 미군이 마을을 침략해서 출산 4일만에 마을사람들과 함께 땅굴로 숨었는데 미군이 살포한 독가스를 맡고 나서부터 이렇게 되었다고 한다. 끼 할머니는 전쟁 때 왼쪽 어깨에 미군이 쏜 총알을 맞았다고 한다. 그들이 말하는 오래전은 베트남전쟁이었다. 30여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그때의 상처와 잔흔은 지금도 매일매일 계속되고 있었다. 전쟁박물관, 상흔의 기록 베트남에서 둘째날(3월 23일) 진료단 일정 중에 호치민시에 있는 전쟁박물관과 여성박물관 방문이 있었다. 처음 온 사람들은 전쟁박물관에 들르기로 해서 나는 전쟁박물관으로 향했다. 전쟁박물관은 베트남전쟁의 기록이었다. 미군에 의해 자행된 만행과 학살이 생생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네이팜탄 같은 각종 대량살상폭탄들, 미군 폭격기와 탱크, 고엽제, DDT 살충제... 미군의 학살은 무자비했다. 1954년부터 전쟁이 끝난 1975년 4월 30일까지 미군은 한국전쟁 보다 6배, 2차 세계대전 보다 2배나 되는 전쟁비용을 들였다고 한다. 한국전쟁 때 미군의 폭격방식이 무차별폭격이었다면 베트남전쟁에는 융단폭격이었다니 용어만 들어도 섬뜩했다. 융단처럼 촘촘히 폭탄을 투하했다니 베트남의 들판과 산하에 상흔이 없는 곳이 있었을까 싶다. 어쩌면 베트남 사람들이 땅속으로 기어들어갈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박물관에는 미군의 잔혹함과 더불어 베트남 사람들의 처참한 고난들도 기록하고 있었다. 죽임, 기아, 장애는 결과일 뿐 그렇게 만든 방식은 입에 담을 수 없도록 잔혹했다. 장애인 인권운동을 하는 분이 하는 말이 장애는 단지 불편함일 뿐이라는 평소 지론을 여기에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 사진 속 사람들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공포, 애원, 살고 싶다는 밑바닥 애착이 들었을까? 그들의 눈빛에서 느낀 것은 슬픔 보다는 고통과 학살을 이겨내는 강인함이었다. 침략자들 앞에서 왜 죄없는 우리를 죽이느냐며 호의를 베풀어주기를 호소하기 보다 너희들의 만행을 두 눈 부릅뜨고 기억할 것이고 이 고난을 감내하겠다는 듯이 보여지기도 했다. 그 눈빛에 다시 한번 섬뜩하기도 했다. 전쟁 동안 13명의 자식을 잃은 베트남의 한 할머니가 정글에서 미군 시체들을 찾아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기 자식들 중 6명의 시신은 찾았고 나머지들은 어찌되었든 조국 땅에 묻혔다지만 미군들은 이 머나먼 이국땅에서 어딘지도 모른 채 묻혀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의 어머니들은 대지의 어머니이기도 했다. 베트남 호치민 전쟁박물관. 베트남평화의료연대(www.medi4peace.org) 전쟁박물관은 베트남 아이들에게 훌륭한 교육장소라고 생각했다. 자기의 아픈 역사를 덮어두지 않고 오늘에 되살려 잊지 않게 하고 있었다. 흰 웃옷에 붉은 머플러를 한 아이들의 진지한 얼굴들이 지금도 선하다. 우리 역사에도 베트남과 같은 처절한 역사가 있었다. 일제로부터 해방되었지만 미군정에 의해 처참히 학살되었던 제주도 4.3항쟁과 지리산 빨치산 투쟁, 그리고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들... 우리는 아직까지 마지막 승리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잊어서는 안 될 역사들을 오늘에 생생하게 살리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웠다. 용산에 있는 전쟁박물관처럼 전쟁 무기들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상흔과 투쟁을 기록하는 역사박물관을 우리도 언젠가 꼭 세울 수 있기를 베트남의 전쟁박물관에서 소원해보았다. 구찌터널, 기나긴 항쟁 모든 일정을 마치고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날(3월 29일) 우리는 다시 호치민시로 돌아왔다. 나처럼 베트남에 처음 온 사람들은 구찌터널에 가고, 전에 와봤던 사람들은 메콩강에 가기로 했다. 사실 베트남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은 바로 구찌터널이었다. 기다리던 그날이었다. 프랑스 식민지시절 베트남 민중은 침략자 프랑스군대와 싸우기 위해 땅굴을 파기 시작했다. 그때 파놨던 땅굴은 두 번째 제국주의와의 전쟁, 미군과의 전투에서 매우 요긴하게 쓰였다고 한다. 구찌터널은 구찌유격대가 호치민시, 당시 사이공시 외곽에서 사이공을 긴밀하게 연결하기 위해 판 땅굴이었다. 베트콩은 도시와 도시, 중심지역과 외곽지역을 땅굴을 통해 이동하고 연락하였다고 한다. 땅굴은 지하 3층까지 파내려가 서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미군 융단폭격에도 끄떡없었다고 한다. 그곳에 대피해서 전투준비를 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심지어 학교, 병원, 무기 수리소까지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땅굴에 불과 50m정도 들어가 봤는데도 금새 어디가 어딘지 분간할 수 없었다. 한번은 출구가 위에 있는데도 그걸 못보고 막혔다며 뒤돌아가는 바람에 다들 배꼽잡고 웃기도 했다. 땅굴 속은 오리걸음으로만 이동할 수 있었고 후덥지근해서 오래 있을려면 인내심이 꽤 있어야겠다 싶었다. 미군이 이곳에만 들어오면 미쳐나갔다는 게 실감되었다. 중무기로 무장한, 참을성 없는 고깃덩이들이 이곳에 들어와서 어디가 어딘지도 모른 채 헤맸다면 생지옥이 따로 없었을 것이다. 구찌터널같은 땅굴이 250km에 이른다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말이 250km이지 달랑 호미와 바구니로 파냈다고 생각하니 베트남 민중의 힘에 찬사를 보내고 싶었다. 민중의 힘은 위대하다고 했는데 이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베트남 사람들은 어떤 심정으로 이렇게 긴 땅굴을 파댔을까? 수십만명이 땅굴파기에 동참했을지도 모른다. 강압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여기저기에서 파다 보니 개미집같은 땅굴세계가 만들어진 것도 아닐 것이다. 베트남 민족이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투쟁의 지도부는 땅굴파기를 결정했을 것이고 이 결정은 민중의 인내와 고생을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지배자들이 쌓아올린 만리장성에는 민중의 강제노역과 굶주림이 있었지만 베트남 민중이 발벗고 파내려간 땅굴에는 인내와 웃음이 있었을 것이다. 조국을 짓밟고 가족과 동지를 학살한 침략자들에 대한 증오에 찬 웃음들이 땅굴 속 공기에서 들려왔다. 구찌유격대는 인민을 위해 싸우는 친근한 군대였지만 미군에게는 가혹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유격대원들은 농민 출신으로 그곳 지리에 익숙해 미군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유격대는 ‘한 손에는 총, 한 손에는 호미’라는 구호를 들고 전쟁 중에도 농사를 도와주었다고 한다. 그러니 모든 집은 요새였고 모든 인민은 전사였다고 할만하다. 또 그들의 전쟁 물자는 미군에게 포획된 것들이 많았다고 한다. 총, 대포, 화약, 식량 심지어 탱크까지. 어찌 보면 침략자 미군이 그들의 무기 공급자이기도 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구찌의 노랫소리는 멈추지 않았다고 하니 전쟁이 길었을 뿐 승패는 이미 나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구찌터널 일정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폐타이어 신발 한 켤레를 사 신었다. 베트콩은 미군이 버린 폐타이어를 잘라 신발을 만들어 신었다고 들었는데 막상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이었다. 불과 하루 신고 다닌 것뿐이었는데 발바닥이 제법 아팠다. 호치민은 평생을 이 폐타이어 신발을 신고 다녔다니 그의 검소함과 강직함에 존경심이 저절로 생겼다. 베트남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그를 추앙하는 게 충분히 공감이 갔다. 우공이산(愚公移山), 우직한 사람이 산을 옮긴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현란함에 있지 않고 우직함에 있다. 진실은 화려한 미사여구로 채워지지 않고 모두를 끄덕이게 할 단순함에 있다. 베트남에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게 있었다. 아니 어떻게 이 사람들이 미국을 이길 수 있었을까? 아직도 소달구지를 끄는 나라가 최첨단 뉴욕의 나라, 미국을 물리쳤다는 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진료 받으러 오는 농촌의 촌로들이 그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니 도대체 어찌된 노릇인지 갸우뚱해질 뿐이었다. 세계 최강의 제국주의 나라 미국은 이곳 베트남에서 패배한 후 전세계 지배전략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을 그 깊은 수렁에 빠뜨린 베트남, 알 듯 모를 듯한 나라였다. 우리의 일정들 속에 수수께끼를 풀 실마리들은 숨겨져 있었다. 집집마다 침략자 미군에 죽임을 당하지 않은 집이 없었다고 한다. 두 눈 부릅뜨고 살육을 지켜봐야 했던 그 순박한 사람들은 슬픔을 넘어 증오심을 키워갔다. 그들이 만들어낸 땅굴과 함정 속에는 잔혹한 응징이 담겨져 있었다. 죽창, 대못, 칼날처럼 그들은 침략자들에게 잔혹한 공포로 화답했다. 베트남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족, 동지들에 대한 원한으로 똘똘 뭉치게 한 건 다름 아닌 침략자 미군이었다. 그리고 호치민이라는 위대한 혁명 지도자가 그들과 함께 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20년이 넘는, 아니 반세기에 걸친 식민지 해방투쟁에서 그들이 끈질기고 우악스럽게 버텨낼 수 있었던 건 그들이 우직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만일 베트남 사람들이 이해타산이 빠르고 꾸미기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면 분노는 했을지라도 오래가지는 못했을 거다. 새삼 세상을 바꾸는 힘은 화려한 현란함에 있지 않고 소박한 우직함에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최근 한국의 복잡한 사회변화에 대해 무언가 멋들어진 설명을 갈구하던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모든 수수께끼는 처음의 실마리에서 풀려지게 마련이다. 사이공을 떠나는 밤비행기 호치민공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는 서서히 떠올랐다. 호치민의 밤 불빛들이 그렇게 포근할 수 없었다. 작열하는 한낮을 보내고 내일을 도모하기 위해 어디엔가 모여 있을 것만 같았던 베트남은 이제 각자의 집에서 하루를 쉴 뿐이다.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또다시 내일의 고단함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혼자들만의 휴식이 더 절실할지도 모른다. 그들이 언제 다시 모일지 모른 채 분주한 오늘을 살아내야 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현재의 생존이기 때문이다. 격정의 투쟁사를 살아냈던 베트남에게 지금의 변화는 때론 더 가혹할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는 침략자들에 맞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며 시련을 극복해야 했던 과거가 그들에게는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급격하게 변화해가는 오늘, 그들은 각자들의 전투를 힘겹게 해가고 있다. 베트남 시인인 찜짱 씨와 구수정 씨. 구수정 씨는 을 통해 처음으로 한국군의 베트남 양민학살을 알려낸 분이다. 베트남평화의료연대 베트남의 혼을 표현했다는 찜짱 시인에게 물었다. 2개의 제국주의를 물리쳐낸 베트남의 강인한 혼은 지금 어디에서 숨쉬고 있냐고. 찜짱은 이렇게 대답했다. 베트남의 민족혼은 분주한 하루하루를 생존의 방식으로 살아내고 있다고. 언젠가 또다시 베트남의 강인한 혼은 되살아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고. 길 것 같던 베트남에서의 의료활동은 언제였냐 싶게 끝났다. 오길 잘 했다 싶었고 언젠가 꼭 다시 오고 싶었다. 베트남 사람들을 닮고 싶다 베트남 사람들을 닮고 싶습니다. 함께 밥을 먹으면서 옆사람의 밥그릇을 먼저 채워주는 ‘너를 위함’의 마음을 닮고 싶습니다. 땅에 발딛고 사는 사람들의 우직하고 부지런함을 담고 싶습니다. 인류역사에서 베트남 사람들보다 더 강한 평화의 메시지를 던진 자가 또 있었던가? 집집마다의 가족사에 흘러내렸던 학살의 아픔에 그만큼 강인하게 살아낸 민족이 있었던가? 돈의 가치가 아닌 사람의 가치로 그들을 존중하고 또 그들은 충분히 존경받아야 합니다. 베트남이여! 부디 평화와 함께 영원하라. ©민중의소리 기사입력: 2008-04-29 16:28:26 최종편집: 2008-05-03 11:26:39 민중의소리를 후원하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십시오. 국내선두월남쌈과황돈since1996년 호주식 월남쌈과 황돈 구이와 샤브샤브 전문점.커리헛베트남 요리소스 및 인도커리, 동남아 요리소스 전문 판매점.아시아마트 쌀국수쌀국수 재료 할인판매. 현지의 전통맛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제품, 요리법 안내. 1 기사내용은 너무 좋습니다. 그런데 메인페이지에... 불쾌 0 0 기사내용은 너무 좋습니다. 그런데 메인페이지에 올린 기사글 사진 선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베트남 벽화그림을 메인에 올려야 하는 건가요? 여성의 몸을 기사에 이용한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평화의료연대의 활동모습이나 그런 것을 올렸으면 좋았을 텐데요. 사회국제기고베트남의료봉사사이공박재만한의사여러분도 태그를 넣을 수 있습니다: 환율 75원 폭등..개장 직후 장중 1,350원 돌파"국민 67.7%, MB정부 노동정책 기업편향"경찰·교육·법무공무원 '비리 1·2·3위'정부, 미군 전쟁예비탄약 25만9천톤 인수키로검찰, 김기완 진보연대 조직국장 강제연행지관 스님 "촛불 수배자 문제, 곧 해결될 것""구속된 사람이 대의원대회 참석?..검찰이 억지 혐의 씌워" 검찰, 김기완 진보연대 조직국장 강제연행지관 스님 "촛불 수배자 문제, 곧 해결될 것"검찰, 취재기자에 "공무집행방해 연행" 엄포"학원 후보" 공정택, "그분들도 은행에서 빌린 돈"되찾으려는 10년, 도구도 목표도 국보법 부활'안 좋은 노동지표는 한국이 죄다 OECD 1위'"검찰, 조직폭력배식 촛불보복...표적탄압" 검찰, 김기완 진보연대 조직국장 강제연행시장인간과 촛불시민평화와 번영을 원치않는 1%...99%는 평화를 바란다평화협정일까? 북한의 핵 보유일까?부자들에겐 감세특혜, 공무원만 고통 분담?국제앰네스티 "한국경찰, 촛불집회 과도한 무력사용"미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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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
2008-10-08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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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 이거 다 보고읽을려면 1년도 더걸리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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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영
2008-10-0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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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료연대. 참 좋은 이름입니다, 멀리 갈겄없이 이나라에 있는 고엽제 의증의 환자에게도 조그마한 관심을 가져주면 좋으련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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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영
2008-10-09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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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최해영 님 ,지루한 병상에서 나와신지요? 부산지부장님께서 몸이많이 축낮다고 하길래 걱정많이 하였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건강 잘돌부시고 남은 인생 잘살아지요? 지금죽으면은 억굴하여 못죽습니다, 명예회복 착고서 눈을 감아야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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