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국내 최초로 ‘베트남영화 특별전’을 선보인다. 전주영화제 기간 동안 선보일 베트남 영화는 1960년대 베트남전 기간 및 전후, 그리고 최근 베트남 영화의 대표작들로 베트남의 역사와 현실을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이들 상영작을 통해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베트남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특별전은 전시(戰時) 영화 2편, 통일(1975) 후 영화 2편 및 ‘도이모이’(Doi Moi) - ‘쇄신’을 뜻하는 베트남어로 1986년 12월 이후 베트남 공산당이 취한 개혁·개방 정책 - 이후 영화 3편으로 구성된다. 베트남의 역사는 물론, 베트남 영화사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는 것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베트남 영화의 걸작으로 꼽히는 응우옌 홍센의 [와일드 필드], 당 낫민의 [10월이 오면] 등은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베트남 민중들의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담고있다. 아울러 베트남 영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베트남 영화 전문가이자 베트남 영화에 대한 최초의 영문연구서를 펴낸 응오 푸옹란 교수가 참석해 베트남 영화에 대해 미처 몰랐던 이야기들을 전한다. 또한 상영작 중 [하노이에서 온 소녀]를 연출한 응우옌 하이닌 감독, [미세스 남]과 [정의의 길]을 연출한 라이 반신 감독이 전주를 방문, 관객과의 대화를 가질 예정이다. 전주국제영화제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미지의 영화를 발굴, 소개하는 데 주력해왔던 전주국제영화제가 올해 ‘중앙아시아 영화 특별전’, ‘알렉산더 클루게 특별전’, ‘벨라 타르 회고전’에 이어 우리에게 미지의 땅으로 남아있던 베트남 영화에 관한 특별전을 기획했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문화다양성을 실천하고 그 의미를 강화하고자 했다”며 행사 취지를 밝혔다. <‘베트남영화 특별전’ 상영작 정보> * 전시(戰時) 영화 (2편) [미세스 투 하우 Mrs. Tu Hau] 베트남 | 1963 | 90min | 35mm | B&W | Feature Dir. 팜 키남 PHAM Ky Nam 1950년대 초반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전쟁 드라마. 남부 베트남 여인의 비극을 그린다. 바닷가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던 ‘투 하우’는 마을을 급습한 프랑스 군인에게 강간당한 후,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딸마저 유괴당하는 상황에 처한다. 수줍음 많던 젊은 여성이 반복되는 시련 속에 투사로 변해가는 모습에는 1950년대 베트남 민중들이 겪었던 고난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1963년 모스크바영화제 ‘은상’) [하노이에서 온 소녀 The Little Girl from Hanoi] 베트남 | 1975 | 60min | 35mm | B&W | Feature Dir. 응우옌 하이닌 NGUYEN Hai Ninh 어린 소년 ‘응옥 하’는 전쟁으로 어머니와 여동생을 잃고, 집마저 폭탄에 맞아 쓰러진다. 사실적인 전쟁 장면과 미사일 포격 장면을 위해 당시 베트남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기술들이 도입됐다. 특히 화염에 휩싸인 하노이와 전쟁 전 평화롭던 ‘응옥 하’의 과거가 플래시백으로 펼쳐지면서 전쟁의 참상을 부각시킨다. (1975년 모스크바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 통일(1975) 후 영화 (2편) [와일드 필드 The Wild Field] 베트남 | 1979 | 90min | 35mm | B&W | Feature Dir. 응우옌 홍센 NGUYEN Hong Sen 베트남 영화사를 대표하는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이자, 통일 이후에 나온 최고의 베트남 영화. 게릴라 전사인 ‘바두’는 그의 아내, 그리고 아기와 함께 습지에 숨어살며 베트남 혁명세력의 교신자로 활동한다. 미군 헬리콥터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가족을 위협하지만, 죽음의 위험 속에서도 바두 가족은 서로 의지하며 행복하게 지낸다. 전쟁과 일상이 수시로 교차되는 불안한 삶을 살아야 했던 당대 베트남 민중들의 현실을 놀라울 만큼 디테일하게 그려낸 영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를 연상케 할 만큼 빼어난 야외촬영 장면이 압권이다. (1981년 모스크바영화제 ‘대상’) [10월이 오면 When the Tenth Month Comes] 베트남 | 1984 | 90min | 35mm | B&W | Feature Dir. 당 낫민 DANG Nhat Minh 북쪽의 한 마을에서 시아버지와 아들과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두옌’은 참전한 남편을 기다린다. 수소문 끝에 남편의 전사 소식을 들은 ‘두옌’은 늙고 병든 시아버지를 걱정해 마을 교사인 ‘캉’에게 남편의 편지를 대신 써달라고 부탁한다. 현세적 삶과 내세적 삶이 혼재된 베트남 특유의 정서가 잘 드러난 한편, 이전 시기 베트남 영화들과 달리 전쟁이라는 테마를 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다뤘다. 1980년대를 대표하는 베트남 영화로 손꼽히는 작품. (1985년 하와이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도이모이(Doi Moi)’ 이후 영화 (3편) [모래 위의 삶 Sand Life] 베트남 | 1999 | 90min | 35mm | Color | Feature Dir. 응우옌 탄반 NGUYEN Thanh Van 『플랫폼의 세 사람 Three People in the Platform』이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20년간 남북으로 분단되었던 베트남이 통일되며 삼각관계에 빠진 세 남녀를 다룬 작품이다. ‘토아’는 북베트남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남편을 20년간 기다리지만, 고향으로 돌아온 남편에게 젊고 예쁜 아내와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쟁이 끝났으나 행복할 수 없는 이들의 인간적인 갈등과 용서, 이해의 모습이 담겨있다. (2000년 아시아태평양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미세스 남 Mrs. Nam 'The Mad'] 베트남 | 2000 | 20min | 35mm | Color | Documentary Dir. 라이 반신 LAI Van Sinh 베트남 사람들은 죽고 나서 태어난 땅에 묻혀야만 영혼이 온전히 쉴 수 있다고 믿는다. 전쟁기간 동안 불구가 된 여 간호사 ‘도 김홍’은 베트남전 당시에 죽은 병사들의 시신을 발굴, 그들의 고향땅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의 헌신은 모두가 그녀를 존경하고 사랑하게 만든다. [정의의 길 Path to Justice] 베트남 | 2004 | 30min | 35mm | Color | Documentary Dir. 라이 반신 LAI Van Sinh 고엽제에 들어있는 다이옥신으로 인해 고통받아온 사람들의 정의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베트남전 당시 미군은 베트콩 소탕을 위해 수백만 갤런의 고엽제를 전국 숲에 뿌렸고, 참전자들은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신적 육체적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혜미 기자(skyathena@cinetizen.com) 영화와 네티즌의 만남 "시네티즌(www.cinetiz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