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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상영
작성일 2020/11/22 (일)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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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 류 나뿐놈.
추천: 0  조회: 195  
Re..비밀계좌의 온상이었던 스위스

참여와 소통

비밀계좌의 온상이었던 스위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11-09 16:16
조회
14
깜깜한 지중해 바다 한가운데에 총상을 입고 표류하던 남자는 이탈리아 어선에 의해 구조된다. 의식은 깨어나지만 자신의 이름은 물론 아무 기억도 못하는 기억상실증만 기다리고 있었다.

몸속에 박힌 조각에서 발견된 스위스 은행 계좌번호가 유일한 정보다. 취리히 은행에 찾아가 열어 본 비밀금고에는 고액의 돈이 담겨져 있다. 여권에 적힌 이름대로 '제이슨 본'은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프랑스로 떠난다.

- 비밀계좌의 온상이었던 스위스

스위스 은행에는 숫자로만 인식하는 계좌가 있다. 1934년부터 은행비밀보장법을 통해 외국 자본의 무기명 계좌를 운영하면서 은행이 계좌 소유자의 실명을 공개할 경우 범죄로 규정했다. 제이슨 본이 신분증 없이도 은행 금고를 열람하고 가명의 여권들과 고액권 지폐 반출이 가능한 이유다.

스위스에서 대부분의 프라이빗 뱅크는 비밀주의에 덮어져 있다. 계좌명이나 실 소유자도 나타나지 않는다. 프랑스 루이14세가 신교도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핍박받던 신교도들이 스위스로 건너가 은행업을 시작한 것이 비밀주의의 뿌리다. 프랑스 혁명과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에서 꿋꿋이 유지한 철통보안은 글로벌 금융 위기 속에서도 강대국의 압력과 견제도 잘 견뎌냈다.

스위스는 아름다운 풍광과는 달리 은행 예금자 보호와 막강한 금융자본으로 탈세천국의 원조, 부정축재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떨치고 있다. 재무리스크가 제로인 프라이빗 뱅크에다 강력한 사생활 보호는 전세계 검은 돈을 빨아들이고 독재자들의 부정한 자금세탁이 합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한때는 검은 돈과 유착된 은행 권력에 항거하기 위해 시민들이 나섰지만 국민투표에서 부결될 만큼 조세피난처 빨대의 달콤함을 떨쳐내기 어려웠다. 오랜 세월 민주주의와 자치주의를 유지하면서도 정부와 은행이 결탁한 계좌보호주의는 스위스의 핵심 경쟁력이면서도 국제사회의 공공의 적이었다.

- 빗장 서서히 풀리는 비밀계좌

그럼에도 국제사회의 비난과 미국, 유럽 국가의 탈세 방조행위에 대한 강력한 응징과 벌금 폭탄으로 스위스 비밀계좌의 빗장이 서서히 풀리고 있다. 역외탈세를 뿌리 뽑기 위한 조세협정과 무기명 계좌에 대한 국제적 제재 또한 드세게 몰아치고 있다.

스위스 최대 은행 UBS도 주요 탈세 혐의자 명단과 계좌 정보를 넘겨줘 기업가들의 비자금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스위스 정부와 은행의 자정 노력과 절대적 금융비밀주의를 포기함에 따라 검은돈은 줄어들고 상식적인 금융자금 거래로 전환되고 있다.

알프스 산맥의 긴 능선에 걸쳐진 스위스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국토의 대부분이 산이 차지하고 천연자원이 부족한 배고픈 나라는 연방과 중립국이라는 상품을 발굴해 국민소득 수준을 높여 나가고 있다.

스위스는 이제 글로벌 금융산업의 중추로서 다양한 금융상품 플랫폼과 고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하이테크 금융인프라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알프스의 상쾌한 공기와 고즈넉한 자연환경은 오랜 전통의 금융과 정보통신기술과 어울려져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펼쳐나가고 있다.

- 크립토밸리 '주크'

알프스 산기슭 끝자락 풍경을 예쁘게 담아내고 있는 호수를 간직한 시골도시 주크는 스위스에서 국민소득이 가장 높은 마을이다. 주크(Zug)는 '어망을 잡아 당긴다'의 의미를 갖고 있는 어촌이자 농업이 주류인 한적한 지역이었다. 90년대 후반 낙농업과 어업 위주에서 정보통신과 무역, 서비스 업종으로 급속히 변신한 배경에는 추크시의 과감한 세제혜택이 주효했다.

현지 기업들이 세금 절약을 위해 모여들기 시작한 주크에 외국기업들이 둥지를 틀면서 일자리는 늘어나고 실업률은 떨어뜨렸다. 편리하고 저렴한 행정서비스로 신속한 법인 설립과 규제 무풍지대는 글로벌 허브 위상에 버금가는 윤택한 삶의 질을 보상해주기 시작했다.

주크 공무원들의 감각적인 개방적 마인드와 현장 우선주의에 매료된 비탈린 부테릭은 '이더리움재단'을 주크에 설립한다. 이를 계기로 주크는 글로벌 ICO와 혁신적 기술 개발, 대규모 투자유치로 블록체인의 메카로 자리 잡게 된다.

당시 규제와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던 국가들과는 달리 주크에는 금융감독법과 자금세탁방지와 같은 엄격한 승인을 받아야 ICO를 진행할 수 있었다. 우수한 해외 인재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대한 친화적인 주크의 현장 지원 정책은 블록체인 산업을 불 지피고 '크립토밸리'라는 경제특구로 활활 타올랐다.

- 주크를 빛낸건 자율규제와 깨어있는 공무원

무엇보다 주크를 빛낸 건 자율규제다. 스스로 관료주의를 깨부수고 열정과 희망으로 똘똘 뭉친 주크 공무원들의 태도는 알프스만큼이나 맑고 순수한 빛을 번뜩이고 있었다.

미국 특허청에 가상자산 '리브라'를 등록한 페이스북은 핀테크 기업 자회사인 '리브라 네트웍스 LLC'를 스위스 제네바 상업등기소에도 등록했다. 페이스북의 자체 가상자산인 리브라는 인증, 결제, 송금 등 금융서비스와 빅데이터와 블록체인을 결합한 스테이블 코인 발행 준비도 완료했다.

리브라는 어쩌면 백악관과 연방준비제도의 강력한 규제 대응에 밀리지 않으려고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스위스에 교두보 마련을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년전 가상자산 광풍이 몰아치고 간 빈자리에 블록체인 열풍은 식지 않았던 작은 도시는 인구수보다 많은 일자리 수가 유지되고 있다. 비밀주의와 철통보안으로 번성해서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도약하고 행복의 나라로 진입한 스위스는 과거 VIP 독재자들의 부정한 돈 은닉과 세탁소라는 양심불량을 벗어 던지고 블록체인과 핀테크 기반의 하이테크 기술금융을 갈망하고 있다.

지역경제와 고용확대에 발 벗고 나선 스위스 지자체, 이러한 지방행정을 든든히 지원하고 있는 중앙정부의 쌍두마차는 융프라우 설원을 환하게 질주하고 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는 리스크에 대해 묻지 말고, 기회에 대해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 주크 시장의 육성은 우리 금융산업에도 울림이 되고 있다

산자락 끝에 자리한 작은 마을의 짙푸른 호수위에 떠오른 첨단기술과 집단지성은 미래금융의 노을을 물들이고 에델바이스의 새하얀 꽃향기는 더욱 진하게 품어내고 있다.

글=김정혁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김정혁

사이버금융 플랫폼과 시장감시 시스템, 정보보안 시스템 구축을 시작으로 전자금융 표준화, 금융안전대책 수립, 핀테크 혁신 지원을 거쳐 블록체인 기반 빅테크 전략컨설팅을 맡고 있다. KIST, 대우증권,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 한국은행, 한패스의 경험으로 해외 전자금융인프라 컨설팅과 부산블록체인특구 컨설팅을 담당했다. 현재 한국디지털혁신얼라이언스 사업추진단장,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겸 자율규제위원, 부산특구 자문위원으로 하이브랩 디지털화폐연구소장과 서울사이버대학교 빅데이터정보보호학과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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