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3074명 조사

‘산불 감시 근무 중 동료와 축구를 하다가 부상’, ‘지인 상가에서 술을 마신 뒤 16차선 세종로를 횡단하다가 교통사고’, ‘부상한 지 16년 만에 신체검사에서 상이등급 인정’…. 국가보훈처 등의 부실한 심사로 국가유공자로 인정된 공무원들의 ‘황당’ 사례들이다.

감사원은 25일 2000년부터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전·현직 공무원 3074명에 대해 감사한 결과 이 중 32.3%인 993명이 병을 얻은 경위를 허위 제출하거나 부실한 심사로 부적절하게 국가유공자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 부당하게 국가유공자 판정을 받은 이들의 유형은 다양했다. 경북도청의 6급 공무원 A씨는 2004년 부서 공식 회식을 마친 뒤 동료와 따로 ‘2차’를 가서 술을 마시다 다쳤지만 이를 회식 후 남은 업무를 처리하려고 사무실로 돌아오다가 다친 것으로 서류를 꾸몄다. A씨는 국가유공자로 등록돼 공무상 요양비 497만원, 퇴직 후 매월 장해연금 63만원을 받아 온 것은 물론, 자녀교육비 800만원 등의 보훈 혜택도 받았다. A씨처럼 허위로 상병 경위서를 작성해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공무원은 모두 18명이었다.

국가유공자로 지정되면 학자금, 취업, 의료비 등의 지원 외에도 아파트 분양 시 우선순위 부여, 차량 구입 시 세금 면제 등의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이와 관련,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 인정 요건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2월부터 재심의를 하고 장애 정도를 정확히 판정하기 위한 재신체검사를 6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된 것으로 확인되면 등록 취소와 보훈수혜 환수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박진우 기자 dawnst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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