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에 대한 기소유예제도에 관한 검토

김시목 서울대학교 대학원

제1장 서 론 / 293 제2장 기소유예제도 / 296 제3장 서훈된 국가유공자에 대한 형사사건 처리지침 / 306 제4장 결 론 / 311

【요약문】

지금까지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상 및 복지의 논의는 사회․경제․교육․노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어 왔다.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을 비롯하여 독립유공자예우에관한법률, 참전유공자예우에관한법률 등도 국가유공자 등에 대한 예우와 지원을 위한 보상금․교육보호․취업보호․의료보호 등에 대한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우리 헌법 제32조 제6항에서도 ‘국가유공자․상이군경 및 전몰군경의 유가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우선적으로 근로의 기회를 부여받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비하여 법률분야 특히 형사절차와 관련하여서는 보훈제도의 논의가 거의 이루어진 바 없으며 또한 특별한 관심의 대상도 아니었다. 행정학의 보훈제도나 정책연구에서도 형사절차와 관련하여서는 특별한 논의가 없는 것으로 보여지며, 반대로 형사법학 즉 형법이나 형사소송법 및 형사정책의 분야에서도 국가보훈행정과 관련하여 별다른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한가지 흥미로운 제도가 발견되어 이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그것은 이른바 서훈된 국가유공자에 대한 기소유예제도이다. 즉 상훈법에 의하여 서훈된 자에 대하여 일정한 범죄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1회에 한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는 제도인 것이다.

대검예규 제153호는 ‘서훈된 국가유공자에 대한 형사사건 처리지침 시달’이라는 제목하에 상훈법에 의하여 서훈된 국가유공자에 대한 형사사건 처리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즉 상훈법에 의하여 서훈된 국가유공자가 형사입건된 경우 일정한 범죄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1회에 한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도록 하여, 이른바 ‘서훈자 기소유예제도’를 규정하고 있으며, 서훈된 국가유공자에 대하여 기소유예를 하지 아니하고 기소하는 경우에는 법원에 구형함에 있어 서훈사실을 참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훈사실이 검사의 형사사건처리에 있어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는 것이다.

대검예규 제153호가 직접 밝히고 있는 것처럼, 상훈법에 의하여 서훈된 자는 국가에 대한 공로가 뚜렷하므로 이들에 대한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서 그 공적을 고려하여 기소편의주의를 적극 활용하고 구형에 있어 참작함으로써 검찰권행사의 적정을 기하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다.

서훈된 국가유공자에 대한 형사사건처리에 있어 국가에 대한 공적을 고려하여 기소편의주의를 활용하고 구형에 참작한다는 점에서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훈보상․복지의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이른바 서훈자 기소유예제도는 우선 기소재량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형사사법적 의미를, 그리고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훈보상의 일환으로 국가에 대한 공로를 검찰권행사에 있어서 고려하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보훈행정 측면에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소재량에 있어 하나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 점은 적정한 검찰권행사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법률에 의한 의무규정이 아니라, 검찰예규를 통한 검찰내부의 사건처리지침이라는 점에서 기소편의주의에 반하는 것도 아니라 하겠고, 오히려 기소편의주의를 보완하고 완성시킨다고 할 수 있다.

기소유예는 공소를 제기하는데 충분한 범죄의 혐의가 있고 소송조건이 구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의 재량에 의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함으로써, 구체적 정의와 범죄인의 조속한 사회복귀를 실현하는 형사사법제도이다. 다만 이러한 기소유예에 있어 국가유공자라는 사실이 고려될 수 있음은 이른바 서훈자 기소유예제도의 유무를 떠나서 가능하다. 게다가 이러한 제도가 기소재량에 대한 하나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라는 점에서도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이른바 서훈자에 대한 기소유예제도는 그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한계를 갖고 있음을 비록 부인할 수 없으나, 기소재량의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고자 했다는 점과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훈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편 이러한 제도를 마련한 취지에 비추어 본다면, 좀더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으며, 형사절차와 관련하여 보훈제도의 논의도 좀더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본다.

제1장 서 론

제1절 서 론

지금까지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상 및 복지의 논의는 사회․경제․교육․노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어 왔다.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을 비롯하여 독립유공자예우에관한법률, 참전유공자예우에관한법률 등도 국가유공자 등에 대한 예우와 지원을 위한 보상금․교육보호․취업보호․의료보호 등에 대한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우리 헌법 제32조 제6항에서도 ‘국가유공자․상이군경 및 전몰군경의 유가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우선적으로 근로의 기회를 부여받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비하여 법률분야 특히 형사절차와 관련하여서는 보훈제도의 논의가 거의 이루어진 바 없으며 또한 특별한 관심의 대상도 아니었다. 행정학의 보훈제도나 정책연구에서도 형사절차와 관련하여서는 특별한 논의가 없는 것으로 보여지며, 반대로 형사법학 즉 형법이나 형사소송법 및 형사정책의 분야에서도 국가보훈행정과 관련하여 별다른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한가지 흥미로운 제도가 발견되어 이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대검예규에서 규정하고 있는 ‘서훈된 국가유공자에 대한 형사사건 처리지침’, 이른바 서훈된 국가유공자에 대한 기소유예제도이다. 즉 상훈법에 의하여 서훈된 자에 대하여 일정한 범죄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1회에 한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는 제도인 것이다.

서훈된 국가유공자에 대한 형사사건처리에 있어 국가에 대한 공적을 고려하여 기소편의주의를 활용하고 구형에 참작한다는 점에서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훈보상․복지의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이 글에서는 위 제도를 검토함으로써 형사절차에서의 보훈제도에 관하여 논의해 보고자 한다.

제2절 형사절차에 있어서의 국가유공자

좁은 의미의 형사절차란 법원의 공판을 의미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형사절차는 크게 검찰에서의 수사․공소제기의 단계, 법원의 공판단계, 형의 집행단계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절차에서 국가유공자에 대하여 어떠한 별도의 절차나 지위가 인정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1. 수사․공소제기의 단계

현재 수사기관 즉 경찰과 검찰의 수사단계나 검찰의 공소제기의 단계에서 피의자가 국가유공자라는 사실은 특별한 고려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경찰과 검찰의 피의자 신문단계에서 훈장이나 포장을 받은 사실을 묻고 있지만, 인적사항의 확인과 함께 이루어지는 것일 뿐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라 하겠다.

한편 뒤에서 살펴보게 될 이른바 ‘서훈자에 대한 기소유예제도’는 수사․공소제기단계에서 국가유공자의 유리한 지위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겠는데,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2. 법원의 공판단계

검사가 공소제기를 하게 되면 법원의 공판절차가 시작된다.

법원의 공판단계에서, 종전까지는 국선변호인제도와 관련하여 국가유공자에 대하여 좀더 유리한 지위를 부여하고 있었다. 즉 국가유공자예우등에관한법률에 의한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이 형사사건의 피고인(체포 또는 구속적부심사청구사건에 있어서의 피의자를 포함)인 경우, 국선변호인 선정청구시에 제1심법원은 공소장의 기재사항과 소명자료를 검토하여 그러한 사실이 인정되면 즉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현재 개정되어 더 이상 국가유공자라는 사실의 인정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는 아니하며, 일반인의 경우와 동일하게 국선변호인 선정요건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공판절차가 끝나고 유죄가 인정되는 사안의 경우, 양형(量刑)을 함에 있어 피고인이 국가유공자라는 사실이 고려될 수도 있겠다.

우리 형법 제51조 ‘양형의 조건’이라는 표제하에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도록 하고 있다. 즉 범인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후의 정황 등이 그것이다. 또한 제53조에서는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작량하여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바(작량감경), 피고인이 국가에 대하여 공로를 세운 국가유공자라는 사실은 유죄의 양형에 있어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이 반드시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리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는 피고인이 국가유공자라는 사실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여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받을 수도 있고 비교적 경한 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을 것이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사실상’ 그러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일 뿐 반드시 그러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국가유공자라는 사실 자체가 집행유예의 요건이라거나 경한 형의 선고요건은 아닌 것이며, 단지 여러가지 양형의 요소 중 하나로 고려될 뿐이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유공자가 일정한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해 더 높은 사회적 비난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양형에 있어 국가유공자라는 사실은 어디까지나 사실상이며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일 뿐 직접적이고도 구체적인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3. 형의 집행단계

형의 집행에 있어서는 수형자의 처우와 관련하여 문제가 될 수 있겠으나, 수형자가 국가유공자라는 사실이 특별히 행형에 있어서의 처우나 가석방 등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하겠다.

제2장 기소유예제도

이른바 서훈자 기소유예제도도 결국 기소유예제도의 일종이라 할 것이므로 먼저 기소유예제도를 검토해 보기로 하겠다. 이러한 기소유예제도에 관한 일반적 내용이 대검예규에서 정하고 있는 이른바 서훈자 기소유예제도에도 적용되는 것은 물론이기 때문이다.

제1절 불기소처분

불기소처분이라 함은 수사결과 소추요건의 흠결 등으로 인하여 소추가 불가능(공소권없음․죄가안됨․혐의없음)하거나, 소추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소추의 필요성이 없어(기소유예)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검사의 종국처분을 말한다. 또한 고소․고발사건에 있어서 기소를 위한 수사의 필요성이 없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에 행하는 각하처분도 불기소처분에 포함된다.

종국처분이라 하더라도 불기소처분은 판결의 경우와 같이 기판력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불기소처분을 하였다고 하여 공소권이 소멸하는 것도 아니므로, 가령 혐의없음 불기소처분 후 새로운 증거를 발견한다거나 기소유예 처분 후 그에 상당하지 않은 사정이 새로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가 아닌 한 언제든지 재기하여 기소할 수가 있다.

그리고 기소중지․참고인중지 및 공소보류는 중간처분으로서 성질상 불기소처분과는 다르나, 실무상 하나의 사실 즉 ‘불기소․기소중지․참고인중지사건기록’을 사용하여 결정할 뿐만 아니라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처분으로서 법률상으로도 같이 취급되는 예가 많아(항고․처분통지 등) 넓은 의미의 불기소처분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1. 협의의 불기소처분

협의의 불기소처분에는 “공소권없음, 죄가안됨, 혐의없음”이 있다.

① 공소권없음이란 소추요건을 구비하지 못한 경우 또는 필요적 형면제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 행하는 종국처분이다. 소추요건이 구비되지 못한 경우에 공소를 제기할 수 없음은 당연하며, 만약 이를 간과하여 기소하게 되면 법원은 사안에 따라 면소의 판결(형사소송법 제326조) 또는 공소기각의 판결(동법 제327조), 공소기각의 결정(동법 제328조), 형면제판결(동법 제322조) 등의 재판으로 소송을 종결하게 된다.

② 죄가안됨 처분은 범죄성립요건(구성요건해당성․위법성․책임) 중 구성요건해당성을 제외한 위법성 및 책임의 두 요건 중 적어도 어느 하나가 흠결된 경우에 행하는 종국처분이다. 즉 위법성조각사유나 책임조각사유가 있을 때에 행하는 처분이 바로 죄가안됨 처분이다. 죄가안됨 처분을 하여야 함에도 검사가 이를 간과한 채 기소한 경우에 법원은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무죄의 판결을 선고하게 된다(형사소송법 제325조).

③ 혐의없음 처분은 구성요건해당성이 없는 경우 또는 공소의 제기 및 유지에 필요한 증거가 전혀 없거나 불충분한 경우에 행하는 종국처분이다. 만약 혐의없음 처분을 하여야 할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하여 기소하게 되면, 법원은 사안에 따라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이 진실하다 하더라도 범죄가 될 만한 사실이 포함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소기각의 결정을 하거나(형사소송법 제328조 제1항 제4호),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의 판결을 하게 된다(동법 제325조).

2. 기소유예

기소유예 처분은 공소제기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후의 정황 등 제반 사항을 참작하여 소추의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행하는 검사의 종국처분이다. 이에 대하여는 별도로 뒤에서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3. 각하

각하는 고소․고발사건에 한해 행하여지는 불기소처분의 일종으로, 고소장․고발장의 기재 및 고소인․고발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기소를 위한 수사의 필요성이 없다고 명백하게 인정되는 경우에 피의자 또는 참고인을 조사하지 않고 간략하게 행하는 종국처분이다. 이러한 고소․고발 각하제도는 1995년 6월 24일 검찰사건사무규칙이 개정됨에 따라 신설된 제도로서 무익한 고소․고발의 남용이나 남발에 의한 피고소인․피고발인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진정한 고소인․고발인의 권익 침해에 대하여 수사역량을 집중하게 하려는데 그 취지가 있다.

4. 기소중지․참고인중지․공소보류

기소중지 처분은 피의자의 소재불명 등의 사유로 인하여 수사를 종결할 수 없는 경우에 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행하는 중간처분으로서, 장래에 그 사유가 해소되면 반드시 재기하여 종국처분을 할 것을 예정하고 있는 점에 그 특징이 있다.

참고인중지 처분은 검사가 사건수사 후 참고인․고소인․고발인 등의 소재불명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없는 경우에 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행하는 중간처분이다(검찰사건사무규칙 제74조). 종전에는 피의자소재불명의 경우와 함께 기소중지 처분을 하였으나 1996년 5월 1일부터 참고인중지를 신설하여 운용하고 있다.

공소보류 처분은 공소제기가 가능함에도 공소제기를 2년간 보류하는 일종의 중간처분으로서, 국가보안법위반사건에 대하여만 인정되는 제도이다(국가보안법 제20조 제1항). 기소유예와 유사한 제도라 할 수 있다.

제2절 기소유예의 의의

검사는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는데 이 경우의 불기소처분을 기소유예라고 한다(형사소송법 제247조).

기소유예도 불기소처분의 일종이나 공소를 제기하는데 충분한 범죄의 혐의가 있고 소송조건이 구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의 재량에 의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처분이라는 점에서 협의의 불기소처분과 구별된다. 이러한 기소유예제도는 기소편의주의라고도 불리며, 형사사법의 탄력성 있는 운용을 통하여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고, 공소제기에 대한 형사정책적 고려에 의하여 범죄인에게 조기개선의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불필요한 공소제기를 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기소유예제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에 따라서 피의자 본인의 개선을 기대함과 동시에 공정한 형사사법절차를 보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기소유예의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검사의 높은 식견과 적정한 판단 및 공평무사한 태도가 요구된다.

이러한 기소유예처분은 실무상으로, 범인의 前科, 사안이 경미한가 여부, 범행동기, 피해회복 여부 등을 참작하여 ① 아무런 소환없이 기록만 살펴보고 기소유예처분을 하거나, ② 反省文을 받고 기소유예처분을 하는 방법, ③ 선도조건부기소유예를 하거나 보호관찰소에 선도위탁을 하면서 기소유예처분을 하는 방법 등 정형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제3절 기소유예의 기준

1. 우리 나라의 경우

기소유예 처분을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검사의 자유재량에 속하나, 그 결정을 함에 있어서는 개개의 구체적 사건에 나타난 제반사항을 참작하여야 하므로 그 사유 내지 기준을 획일적으로 정할 수는 없다. 요컨대, 형벌을 과하지 않는 것이 피의자의 사회복귀를 용이하게 할 것인가 또는 그렇게 하더라도 사회질서유지에 지장이 없을 것인가 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형사정책적 차원에서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형사정책적인 판단은 오랫동안의 검찰실무상의 경험에 의하여 어느 정도 통일된 관행상의 척도가 형성되어 있고 그에 따라 행하여지고 있다. 그러나 그 제도는 고정적이고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담당검사에 따라 일정한 진폭을 가지게 될 뿐 아니라 시대의 흐름과 변천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다.

이처럼 기소유예의 사유는 이를 획일적으로 정형화할 수는 없는 것이나 형사소송법 제247조 제1항은 기소유예 처분을 함에 있어서 다음의 사항 즉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51조는 검사가 기소유예를 함에 있어서 참작해야 할 사항으로, ①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② 피해자에 대한 관계, ③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④ 범행후의 정황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규정된 사유는 예시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이외에도 범행에 대한 사회적 평가의 변화, 범행 후의 시간적 경과, 법령의 개폐 등의 사정도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검사가 기소편의주의에 따라 소추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참작하여야 할 형법 제51조에 규정된 사항들은 단시 예시적인 것에 불과하고 피의자의 전과 및 전력, 법정형의 경중, 범행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 사회정세 및 가벌성에 대한 평가의 변화, 법령의 개폐, 공범의 사면, 범행후 시간의 경과 등과 같이 위 법조에 예시되지 아니한 사항도 참작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결정한 바 있다.

결국 범인에 관한 사항, 범죄사실에 관한 사항, 범죄 후의 정황에 관한 사항 등 일체의 사항이 기소유예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에 대한 공로가 있다는 것도, 물론 피의자의 전력에 해당하는 것으로 기소유예처분을 함에 있어 참작될 수 있는 요소, 즉 기소재량의 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2. 외국의 경우

1) 일본

일본 형사소송법 제248조는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면서 기소유예의 기준에 관하여 “검사는 범인의 성격, 연령 및 환경, 범죄의 경중 및 정상 그리고 범죄 후의 정황에 의하여 소추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에는 고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동법 제248조에서 열거되지 아니한 요인까지 종합적으로 평가, 고려하여 적정하고 합리적인 공소권행사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 이론이 없다. 그리하여 일본 형사소송법상의 기소유예 판단기준을 근거로 일본검찰에서는 기소유예의 구체적 이유로서 ① 전과 및 동종전과 ② 사안경미(피해액 경미) ③ 우발적 범행, 범행수단 유치 ④ 피해회복, 피해변상 유무 ⑤ 피해자 용서, 고소․고발 취소 ⑥ 개전의 정 및 재범을 않겠다는 서약 ⑦ 노년, 소년, 미혼의 여자 ⑧ 여죄 ⑨ 보호조치 유무, 신병인수인의 감호서약 ⑩ 범행후 시일이 경과하고, 그후 전력이 없거나 처벌의 실익 없음 ⑪ 과잉방위, 심신미약, 농아자, 신체장애자, 범행시 심신의 결함 ⑫ 미수, 자수 ⑬ 주거와 직업 일정, 부양가족 있음 ⑭ 범죄가담 형태 ⑮ 본 건에 의하여 징계처분을 받았거나 스스로 직을 사임하였음 등을 들고 있다.

2) 독일

독일 형사소송법은 기소편의주의가 아닌 기소법정주의를 원칙으로 하면서 예외적으로 기소유예를 인정하는데 그친다. 그리하여 예외에 불과한 기소유예를 언제 할 수 있는가를 법률이 규정하고 있다. 즉 독일 형사소송법 제153조 이하는 경죄에 대한 절차에서 “행위자의 책임이 경미하고”, “공소제기에 대한 공공의 이익이 없을 때” 검사가 절차를 중단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질적인 재량규정에 의하여 기소유예를 할 수 있는 경우를 유형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책임경미나 공공의 이익흠결과 같은 탄력적인 일반조항을 사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 미국

미국에서는 기소편의주의에 의하여 검사에게 광범위한 기소재량을 인정하고 이에 의하여 형사사법의 탄력적 운용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기소재량권이 자의에 흘러 남용되는 것을 적절히 규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미국에서 기소재량의 통제와 그 개선을 위하여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검사의 기소재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미국 변호사협회의 기소 및 변호에 관한 기준(American Bar Association's Standards relating to the Prosecution and Defence Function)에서는 검사의 기소재량의 가이드라인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즉 검사는 유죄판결을 할 수 있는 증거가 있는 경우에 모두 기소할 의무는 없다.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고 공공의 이익과 일치할 경우에는 검사는 증거가 충분한 경우에도 기소하지 아니할 수 있다. 검사가 기소재량을 행사함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요인을 고려하여야 한다. ① 피의자가 유죄라고 인정할 합리적인 의심 ② 범죄에 의하여 야기된 피해의 정도 ③ 범행과 적용형벌의 비례성 ④ 고소인의 동기 ⑤ 법령의 적용연기 ⑥ 피해자의 증언기피 ⑦ 타인의 범행에 가담하였는가 여부 ⑧ 다른 관할구역에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을 가능성.

한편 연방법무부 산하의 법집행에 대한 원조기관(LEAA:Law Enforcement Assistance Administration)의 자문위원회는 검사의 자유재량에 의한 기소․불기소처분의 결정에 있어서 고려하여야 할 사항으로 ① 피해의 대소 ② 범죄와 형벌의 균형 ③ 고소의 동기가 정당한가의 여부 ④ 피해자의 증언기피 ⑤ 다른 범죄의 방지 및 다른 범행에 가담하였는가 ⑥ 다른 관할구역에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의 유무 ⑦ 형사절차가 피의자의 가정의 붕괴 및 경제의 파탄을 야기하였는가 여부 ⑧ 일반․특별예방효과 ⑨ 형사절차가 사회방위와 형사재판제도의 보장에 기여하는가 ⑩ 기소와 재판에 요하는 시간 ⑪ 적용법조의 빈번성 ⑫ 피의자의 사회봉사활동 등을 열거하고 재량권행사의 적정과 남용방지를 위하여 각 검찰청이 자세한 판단기준을 제정할 것을 권고하였다.

3. 검토

기소유예는 형사사법의 탄력성 있는 운용을 통하여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고, 공소제기에 대한 형사정책적 고려에 의하여 범죄인에게 早期改善의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불필요한 공소제기를 억제할 수 있다는 등의 장점을 갖는 반면, 검사의 재량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검사의 자의적 처분으로 나아갈 위험을 안고 있다. 따라서 적정한 공소권행사를 보장하고 법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어떤 검사가 담당하는가에 따라 기소될 수도 있고 불기소될 수도 있다면 부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소재량의 판단기준을 확정할 필요가 있게 된다.

우리 나라의 현행법은 기소재량의 판단기준으로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후의 정황을 들고 있으며, 이외에도 피의자의 전과 및 전력, 법정형의 경중, 범행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 사회정세 및 가벌성에 대한 평가의 변화, 법령의 개폐, 공범의 사면, 범행후 시간의 경과 등과 같이 현행법에 예시되지 아니한 사항도 판단기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일응 기소재량에 대한 명확한 판단기준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추상적인 기준이 있을 뿐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기소법정주의를 원칙으로 채택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기소유예에 관한 일반조항으로 기소재량의 기준을 규정하고 있는 반면, 기소편의주의를 취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기소재량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판단기준을 확정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하에서 기소유예의 기준을 법률에 의하여 법정하는 것은 기소편의주의의 본질상 허용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소편의주의의 경우에서도 기소재량의 기준을 명백히 해야 할 필요가 있음은 이미 지적한 바와 같다.

이러한 현실에서 대검예규는 서훈된 국가유공자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기소유예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소재량의 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바, 이 제도에 대하여는 별도로 살펴보기로 한다.

제4절 기소유예 처분의 부수절차

1. 서약서

검사가 기소유예의 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경미사건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피의자를 엄중히 훈계하고 개과천선할 것을 다짐하는 ‘서약서’를 받아야 한다(검찰사건사무규칙 제71조 제1항). 구속사건의 경우에는 물론이고 불구속사건이라도 원칙적으로 피의자를 소환하여 훈계하고 서약서를 받아야 한다. 다만, 실무상으로는 업무의 간소화를 위하여 불구속사건으로서 사안이 경미한 사건 등 굳이 소환하여 서약서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피의자에게 ‘경고장’을 발송함으로써 훈계 및 서약서를 받는 것을 갈음하는 수가 있다.

2. 보호알선

기소유예 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피의자의 신병을 그 감호자․연고자․범죄예방자원봉사위원 등에게 인도할 수 있고, 그 감호자 등이 없거나 부적당한 때에는 한국갱생보호공단 등의 보호단체에 보호를 알선할 수 있다(검찰사건사무규칙 제71조 제2항). 기소유예의 처분을 받은 사람도 보호관찰등에관한법률 제3조 제3항의 갱생보호를 받을 자로 되는 바, 갱생보호의 방법에는 숙식제공, 여비지급, 생업도구․생업조성금의 지급 또는 대여, 직업훈련 및 취업알선 기타의 자립지원․선행지도 등이 있다(동법 제15조 제3호, 제65조 제1항).

3. 징계처분

공무원범죄로서 사안이 경미하다는 이유로 기소유예의 처분을 할 때에는 당해 공무원의 소속기관에서 징계처분한 결과를 확인한 후에 처리하여야 한다. 다만 공무원에 대하여 수사를 개시한 때에는 10일 내에 소속기관의 장에게 당해 사실을 통보하고 있으나(국가공무원법 제83조 제3항 참조), 각 기관에서는 이러한 수사개시의 통보를 받았다 하더라도 즉시 징계의결의 요구 기타 징계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므로(동조 제2항 참조) 실제로는 징계처분결과를 확인하고 기소유예할 수 있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아니하다.

제3장 서훈된 국가유공자에 대한 형사사건 처리지침

(대검례규 제153호, 1983.10.5.)

제1절 의의

대검예규 제153호는 ‘서훈된 국가유공자에 대한 형사사건 처리지침 시달’이라는 제목하에 상훈법에 의하여 서훈된 국가유공자에 대한 형사사건 처리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즉, 상훈법에 의하여 서훈된 국가유공자가 형사입건된 경우 일정한 범죄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1회에 한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도록 하여, 이른바 ‘서훈자 기소유예제도’를 규정하고 있으며, 서훈된 국가유공자에 대하여 기소유예를 하지 아니하고 기소하는 경우에는 법원에 구형함에 있어 서훈사실을 참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훈사실이 검사의 형사사건처리에 있어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대검예규 제153호가 직접 밝히고 있는 것처럼 상훈법에 의하여 서훈된 자는 국가에 대한 공로가 뚜렷하므로 이들에 대한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서 그 공적을 고려하여 기소편의주의를 적극 활용하고 구형에 참작함으로써 검찰권행사의 적정을 기하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다.

제2절 적용대상자

이러한 서훈자 기소유예제도는 상훈법에 의하여 훈장 또는 포장을 받은 국가유공자를 그 적용대상으로 한다.

상훈법 제2조는 ‘대한민국훈장 및 포장은 대한민국 국민이나 우방국민으로서 대한민국에 뚜렷한 공로를 세운 자에게 수여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9조 이하에서는 훈장과 포장의 종류를 각각 12가지로 규정하고 있는바, 국가유공자로서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 등에 의하여 혜택을 받는 자라할지라도 상훈법에 의한 서훈을 받은 바 없다면 위 대검예규의 적용대상이 아니된다.

제3절 내용 및 절차

형사입건된 자가 서훈된 국가유공자인 경우, 다음과 같은 범죄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1회에 한하여 기소유예의 처분을 한다. ① 국가안전에 관한 죄(내란, 외환의 죄, 국가보안법위반) ② 강력범(살인, 강도, 강간, 방화) ③ 상습범 ④ 누범 ⑤ 기소유예처분이 국민의 법감정을 현저히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범죄

한편 서훈된 국가유공자에 대하여 기소하는 경우에는 법원에 求刑함에 있어 서훈사실을 참작하고, 공판카드(구형란)에 서훈받은 훈장 및 포장을 적시한다.

서훈사실 및 기소유예 사실의 유무는 ‘서훈사실조회서’를 의하여 행정자치부에 조회하여 확인하고(사경에서 입건 수사중 이를 확인한 경우는 제외), 서훈으로 인한 기소유예처분의 경우에는 그 처분결과를 훈기부 등 관계장부에 이를 기재토록 ‘서훈된 국가유공자에 대한 형사사건 처분결과 통지서’에 의하여 행정자치부장관에게 통보하고 그 사본을 기록․편철한다.

제4절 검토

이른바 서훈자 기소유예제도는 우선 기소재량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형사사법적 의미를, 그리고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훈보상의 일환으로 국가에 대한 공로를 검찰권행사에 있어서 고려하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보훈행정 측면에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소재량에 있어 하나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 점은 적정한 검찰권행사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법률에 의한 의무규정이 아니라, 검찰예규를 통한 검찰내부의 사건처리지침이라는 점에서 기소편의주의에 반하는 것도 아니라 하겠고, 오히려 기소편의주의를 보완하고 완성시킨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제도가 과연 타당하고 합리적인 것인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의문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아래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1. 헌법 제11조 제3항과 관련하여

우리 헌법 제11조 제3항에서는 ‘훈장등의 영전은 이를 받은 자에게만 효력이 있고, 어떠한 특권도 이에 따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영전일대의 원칙을 채택하여 영전의 세습제를 부인하고 있으며, 서훈된 것 자체만으로는 어떠한 특권도 주어지지 않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우리 헌법 제11조 제3항은 ‘훈장 등의 영전은 이를 받은 자에게만 효력이 있고 어떠한 특권도 이에 따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를 같은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과 관련하여 풀이하면 이는 이른바 영전일대의 원칙을 천명한 것으로서 영전의 세습을 금지함으로써 특수계급의 발생을 예방하려는 것이라 볼 수 있다. ... 독립유공자나 그 유족에게 국가보은적 견지에서 서훈의 등급에 따라 부가연금을 차등지급하는 것은 위 헌법조항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이른바 서훈자 기소유예제도가 서훈 등 영전에 의한 특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위 헌법규정에 반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헌법재판소가 인정하고 있듯이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훈제도의 일종으로 허용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예컨대 서훈된 국가유공자에 대한 형벌면제와 같은 극단적인 경우라면 명백한 특권의 부여에 해당되어 헌법규정에 반한다고 할 수 있겠으나, 이른바 서훈자 기소유예의 경우에는 이러한 극단적인 경우라 할 수는 없겠다.

서훈자에 대한 기소유예제도가 형사절차에 있어서의 서훈자에 대한 유리한 지위를 규정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일반인의 경우 기소유예의 일반원칙에 따라 검사의 기소재량에 의해 기소유예 여부가 결정됨에 반해, 서훈자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기소유예하도록 하는 것은 분명 특별하며 유리한 처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서훈자에 대한 유리한 제도가 우리 헌법상 금지된 특권부여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대검예규의 규정을 살펴보면, “서훈된 자에 대하여는 일정한 범죄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1회에 한하여 기소유예 처분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마치 이러한 경우 기소유예하는 것이 검사의 기속행위인 것처럼, 즉 검사는 반드시 기소유예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하지만 우리 형사소송법상 기소유예제도는 본래 검사의 기소재량을 전제하고 있는 것으로서 어디까지나 기소유예처분을 할 것인지 여부는 담당검사의 재량에 해당한다. 기소편의주의에 있어서의 기소유예란 것은 검사의 기소재량을 개념본질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소재량에 대한 기준이란 것은 말 그대로 하나의 기준일 뿐이지 검사의 공소제기 여부가 반드시 그에 기속되는 것은 아니라 하겠다. 결국 대검예규에서 정하고 있는 서훈자에 대한 기소유예 제도도 검사의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하나의 참고기준이 될 뿐이며, 피의자가 서훈자라고 하여 반드시 기소유예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대로 피의자의 입장에서도 자신이 서훈자라고 하여 검사에 대하여 기소유예 처분하여 줄 것을 요청할 아무런 권리가 없다고 하겠다. 피의자 스스로가 서훈된 국가유공자임을 적극 주장하는 것은 검사가 기소유예처분을 할 것인지를 결정함에 있어 사실상으로 그리고 간접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기대해 볼 수 있겠으나, 피의자가 서훈자라는 사실 자체만으로 형사절차법상의 권리,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 하겠다.

이런 점에서 이른바 서훈자 기소유예제도는 우리 헌법 제11조 제3항이 금지하고 있는 특권부여가 아니라 할 것이다.

2. 운영에 있어서의 실효성 문제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른바 서훈자 기소유예 제도라는 것이 법적인 권리의무를 발생시키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이러한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있을 수 있다.

현재 이 제도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검사의 공소제기여부의 결정에 있어 반드시 이 지침을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제도적 한계가 있는 것임은 이미 설명한 바와 같다.

국가유공자가 피의자인 형사사건의 경우, 검사의 기소단계에서 그러한 점이 사실상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즉 기소유예 처분을 받거나 기소되는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적은 형량으로 구형될 수 있으리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짐작될 수 있다. 이것은 국가에 대한 공로가 있다는 점, 즉 국가유공자라는 점이 사실상 고려되리라는 짐작일 뿐이다. 하지만 항상 그러한 것은 아닐 것이다. 예컨대 범행의 동기가 매우 불량하고 범행후 반성의 태도가 없으며 사회적 평가도 매우 부정적인 경우라면, 국가유공자인 경우라 하여 반드시 기소유예처분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한 경우까지 국가에 대한 공로가 기소유예처분의 사유가 되지는 못할 것이며, 결국 기소재량의 행사에 있어서의 다양한 고려사항은 종합적으로 고려될 뿐 어느 하나의 사항이 다른 사항보다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거나 상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결국 이러한 대검예규는 기소유예 처분에 있어 하나의 참고기준이 될 수 있을지언정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실효적인 운용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제5장 결 론

이상에서는 이른바 서훈자 기소유예제도를 검토해 보았다. 이는 ‘검찰의 공소제기에 있어 국가유공사실의 고려’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러한 제도가 대검예규에 규정되어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검사의 검찰의 적정한 공소권행사에 목적을 두고 있으며, 다소 추상적이고 자의적으로 행사될 수 있는 기소재량의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자 한 점에서 의의가 있음은 이미 지적한 바와 같다. 또한 국가에 대한 공로를 검찰권행사에 있어서 고려하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국가유공자에 대한 일종의 보훈보상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기소유예는 공소를 제기하는데 충분한 범죄의 혐의가 있고 소송조건이 구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의 재량에 의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함으로써, 구체적 정의와 범죄인의 조속한 사회복귀를 실현하는 형사사법제도이다. 이러한 기소유예에 있어 국가유공자라는 사실이 고려될 수 있음은 이른바 서훈자 기소유예제도의 유무를 떠나서 가능하다. 게다가 이러한 제도가 기소재량에 대한 하나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라는 점에서도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이른바 서훈자에 대한 기소유예제도는 그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는 점에서 매우 결정적인 한계를 갖고 있음을 비록 부인할 수 없으나, 기소재량의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고자 했다는 점과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훈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편 이러한 제도를 마련한 취지에 비추어 본다면, 좀더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으며, 형사절차와 관련하여 보훈제도의 논의도 좀더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본다.

<첨부자료 1>

서훈사실조회서

<첨부자료 2>

서훈된 국가유공자에 대한 형사사건 처분결과 통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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