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암, 갑상선기능저하, 파킨슨병 유사 증상…심의 단계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미국 정부가 베트남전 당시 대량 살포된 고엽제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질병 수 확대 검토에 나섰다.

밀리터리타임스 등 미언론은 12일(현지시간) 보훈부가 방광암, 갑상선기능저하, 파키슨 병 유사 증상 등이 과거 알려진 것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고엽제 노출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미 학술원 산하 의학원(IOM)의 최근 보고서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훈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15개인 고엽제 관련 추정 질병군에 이들 질병을 포함시킬지 여부를 로버트 맥도널드 보훈 장관이 결정할 수 있도록 실무선에서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의학원 산하 위원회가 보고서에 포함한 모든 권고 내용과 이후 추가한 정보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등 심의 과정에 있다"며 " 보훈부 차원의 모든 대응책을 마련, 장관 등 간부진에 제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심의 과정 기간이 최장 2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관계자는 이어 새로운 질환이 고엽제 관련 질병 명단에 포함되면 연방관보를 통해 공표되고 나서 30일 후부터 발효된다고 덧붙였다.

보훈부에 따르면 현재 의료지원 대상에 포함된 베트남 참전자 수는 100만여 명이다.

지난 1년 동안의 자료를 바탕으로 살펴본 결과 이 가운데 5천484명이 방광암 진단을 받았고 1만5천983명이 갑상선기능저하, 1천833명은 파킨슨 유사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훈부 실무팀은 고혈압과 고엽제 노출 간의 상관관계도 조사 중이다. 현재 고혈압을 앓은 베트남전 참전자 수는 30만7천324명으로 집계됐다.

관계자는 "고혈압은 오랫동안 거론된 문제로 베트남전 참전자들은 현재 60대 이상 고령자들"이라며 "이런 참전자들은 고령과 관련한 고질병을 앓기 시작하기 때문에 고혈압이 연령이나 고엽제 노출 때문에 발병했다는 것을 정확하게 진단하기란 민감한 문제"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보훈부는 1991년부터 호지킨병, 다발성 골수종, 비호지킨림프종, 전립선암, 호흡기암, 연부조직육종 등 15가지 질환이 베트남전 당시 대량으로 살포된 고엽제 노출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인정해왔다.

의학원은 지난 3월 보고서에서 방광암, 갑상선기능저하 등 이들 질병이 고엽제 노출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앓는 참전자들을 자동으로 장애 혜택과 의료 지원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권고했다.

의학원은그러나 참전자 자녀 가운데 척추갈림증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연구를 통해 입증할 수 없다며 이 질환과 고엽제 간의 연관성을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