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 국가보훈처장ⓒ민중의소리

국가보훈처는 16일 야권의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기념식 제창 요구를 '국론 분열'을 이유로 거부했다. 보훈처는 현행대로 '합창'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보훈처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금년 (5.18 기념)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공식식순에 포함해 합창단이 합창하고 원하는 사람은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참석자 자율의사'를 존중하면서 노래에 대한 찬반 논란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합창' 방식 유지 방침을 밝혔다.

보훈처는 "2016년 현재까지도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제창과 관련해 찬성과 반대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정부 입장을 정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정부기념식이 국민통합을 위해 한마음으로 진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나뉘고 있는 상황"이라며 "참여자에게 의무적으로 부르게 하는 '제창' 방식을 강요해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보훈·안보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는 '임을 위한 행진곡'에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보훈처는 보수단체 의견을 다음과 같이 자세하게 소개하기도 했다.

보훈처는 "정부기념식에서 '4.19 기념식은 4.19의 노래' 등 기념일과 동일한 제목의 노래는 제창하고 기념일 제목과 다른 제목의 노래는 합창단이 합창해 원하는 사람은 부르게 하는 것이 정부의 관례"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기념곡 지정 문제에 대해서도 보훈처는 "5대 국경일, 46개 정부기념일, 30개 개별 법률에 규정된 기념일에 정부에서 기념곡을 지정한 전례가 없고 '애국가'도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할 경우 '국가 기념곡 제1호'라는 상징성 때문에 또 다른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여야 3당 원내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기념식 제창 문제와 관련해 “국론 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찾아보라고 국가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제창'에 반대해 온 정부 측의 전향적인 조치도 기대됐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입장 변화는 이번에도 없었다.

1997년 5.18 기념일이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까지는 5.18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보수단체들의 문제제기에 의해 2009년부터 합창단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면 원하는 참석자들이 따라 부르는 '합창' 방식으로 변경됐다. 특히 2009년부터 2010년까지 2년 동안은 5.18 기념식 본행사 식순에서도 빠진 채 식전 행사에서 합창단이 부르는 방식으로 대체됐다.

당시 보수단체들은 "특정단체들이 '민중의례' 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묵념하지 않고 민주열사에 묵념하며 애국가 대신 부르는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노래'를 대통령,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정부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주먹을 흔들며 '새날의 그날까지 임을 위해 행진 하겠다'고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야권과 5.18 단체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 왔으나 정부는 '국론 분열'을 이유로 반대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