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한 해를 갈무리하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바쁘신 줄 알면서도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군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져 주시는 의원님들이라고 들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군의 인권이 개선될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길 진정으로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난 7월 군에서 동생을 잃었습니다. 평소에 너무나 활달하고 성실하게 지내 온 동생이었기에... 아직도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정말 믿을 수 없었습니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 지금. 삶에 있어서 한 곳이 텅 비어져 버린 채 절룩거리며 살아간다는 생각 밖에 안 듭니다. 물론 저희 부모님의 아픈 마음은 저도 가늠할 수 없는 것이겠지요. 슬픔. 눈물. 이라는 단어보다 ‘정신 바짝 차려라.’라는 다짐만 해야 했던 날들이었습니다. 슬프다고 말할 수도, 눈물 흘리고 앉아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이렇게 되게 만든 것인지... 매일 생각해야 했습니다. 예전에는 몰랐습니다. 이렇게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그저 남의 일이라 쉽게 넘겨 버린 일이 저희에게 닥치고 나니 숨이 막히더군요.

  너무나도 많은 분들이 마음에 한을 담고 지내고 있는 것을, 그 분들의 찢어지는 마음을, 아이를 따뜻한 곳에 묻지도 못한 채, 독한 어미, 애비 소리 들으며 꾸역꾸역 참아내야 하는 서러운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동생을 가슴에 묻으며, 십 년 안엔 따뜻한 곳에 묻어 줄 수 있길 간절하게 바라며, 시계를 태웠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같이 따라 가고 싶어도 참고, 삽니다.

  자신이 보살피지 못한 곳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얼마나 힘들었던 것인지... 그 이유가 무엇이건, 그 선택이 누구에 의한 것이건 부모의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것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곳에서 사라져 버렸다면...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이유를 묻고,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저 역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제 탓이라고 자책도 하고, 여기서 그만 두고 싶다. 그저 동생이 편안하고 따뜻한 곳에 묻혔으면 했습니다. 남들 다 가는 군대였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 애써 부모님을 설득해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왜 비겁한 전사로 욕을 들어야 하고, 젊고 젊은 나이에 너무도 꿈 많은 아이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야 합니까? 집에 있었다면, 학교에 있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최소한 자신이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옆에 사랑하는 이들이 있으니까요.

  첫 휴가에 나와서 그러더군요. ‘우리가 나라를 잘 지켜야 한다고’ 들뜬 모습으로 자신이 맡은 일을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에서 도리어 아버지는 웃으시며 군대에서 교육 너무 많이 받은 거 아니냐고 하셨습니다. 전 그저 그런 동생이 자랑스러웠고 듬직했습니다. 저 역시 한때 여군에 지원을 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제 아이디가 나라사랑하자입니다. 전 대한민국을 너무나 사랑합니다. 군대가 한 순간에 살상 무기로 변할 수 있다는 것, 국가의 꼭두각시가 되어 총을 들고 싸우는 상황이 두려워 군인의 꿈을 접은 대신 대한민국의 미래를 돕겠다고 사범대에 진학했고, 우리말과 글을 전하고자 국어과에 들어갔습니다. 동생도 자원해서 군에 입대했습니다. 그런데 자대 배치 받은 지 얼마 뒤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참담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도, 울 수도, 믿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건 배신감이었습니다.

  동생이 탔던 배에 올랐습니다. 정말 좁고 어둡더군요. 37년이나 된 배랍니다. 이제 곧 패선한다더군요. 멀쩡한 사람도 며칠 있으면 답답해서 미칠 것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좁은 침대 맨 아래 칸에서 잠들었을 동생이 그려졌습니다. 그 곳에서 함께 생활했을 다른 군인들도 힘들었으리라 압니다. 동생 일로 그들도 마음 아팠을 줄 압니다.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수도 있겠지요. 그들 속엔 진정으로 슬퍼하고 동생을 이해해 주려는 이도 있었을 겁니다.

  전, 그 부대원들 탓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아직도 믿을 수 없는 점이 있지만, 그래서 매일 온갖 가정 속에서 이유를 찾게 되지만... 그들도 부모님을 떠나, 나라의 부름을 받고 온 이들임을 알기에 대한민국에, 대한민국의 국방부에게 책임지는 태도를 부탁드립니다.

  한 해에도 수많은 청년들이 입대를 합니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건아이기에 그 부름을 받아  들입니다. 혹시 있을지 모를 전쟁에 대한 예방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유발시킵니다. 특권층의 자제가 면제를 받았다. 사회 내에서도 현역과 방위, 그리고 군가산점 문제를 놓고 다툽니다.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국방의 의무. 하지만 군 내 기강을 훼손시켰다. 군인으로서 자질이 의심된다. 저희 동생은 그들에게 나쁜 짓을 한 적도 없습니다. 다만, 너무 힘들어서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검사를 할 때는 군복무를 하기에 문제없다고 하셨잖습니까? 왜 아이를 그렇게 돌려보내십니까? 국가는 무엇으로 국민의 의무만을 강요하고 권리는 묵살합니까?

  저도 아무 탈 없이 군 복무 마치고 오는 동기들을 보며, 우리 지훈이는 더 잘할 거야. 아무런 의심도 걱정도 없이 아이를 군에 맡겼습니다. 정보통신과 학생에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경력도 있어서 정보관련 분야에서 일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사건이 일어나고 부대장님이라는 분이 그러시더군요. 사실 저도 얼마 전까지 정보병 모집 시기가 따로 있는지 몰랐다고... 그렇게 오래 근무하신 분들도 모르는 것을 처음 입대하는 아이가 어떻게 압니까? 위로라고 하신 말씀이셨겠지만... 전 그 순간 가슴 한 곳을 짓누른 답답함과 분노를 느꼈습니다.

  군대가 복무 선택하기 쉬운 곳인 줄 아냐? 라고 반문하실 줄 압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한 번만 돌려 생각해 보십시오. 왜 그런 생각이 당연한 것이 되어서 개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가치를 포기하게 만드는 지. 힘들다는 소리도 나약한 놈, 정신 빠진 놈 소리 들을까봐 못합니다. 우리 사회는 불필요한 의무감을 심습니다.

  사회의 틀에 맞추지 못하는 이들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그 정도도 못 참느냐 합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다릅니다. 개인의 잘못이라고만 돌리는 것은 우리의 책임 회피입니다. 그들을 약한 인간으로 취급하고 사회의 틀을 들이대는 것은  인간을 도구화하는 것입니다. 보상도 필요 없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왜 그랬을까? 한 번만 같이 고민해 주십시오. 사회의 부름을 받고 자신의 삶을 잠시 접었던 이들에 대해 이제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벌써 21세기입니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가치관으로 국가를 운영할 수 없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국가입니다. 진정으로 우러나오는 애국심, 난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군대는, 권력의 주체로서의 권위와 조작된 이데올로기를 버리고 진정으로 한 나라를 지키고 국민 개개인을 존중하는 자세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국방의 책임을 받고 복무한 군인들에게 어떤 이유에서건 국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방법은 급하지 않습니다. 인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유가족에겐 큰 힘이 됩니다. 고인에겐 명예와 위로가 됩니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