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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기행
 베트남 Lost Hours in Vietnam - [연합뉴스] 월남(越南), 그리고 비엣남. 월남전, 월남국수, 월남쌈에 접두어처럼 붙은 월남은 베트남을 뜻한다. 똑같은 한자를 두고 한국에서는 월남, 베트남에서는 비엣남이라고 읽을 뿐이다. 베트남 사람들도 한국을 '코리아'가 아니라 '한꾸억'이라고 한다. 예부터 한문을 함께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성조 표시를 더한 알파벳을 쓰지만, 베트남은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한자를 주로 이용했다. 조금이라도 오래된 유적에는 여지없이 한문이 적혀 있다. 동아시아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한자 문화권에 속한 나라였던 셈이다. 베트남이 자리 잡고 있는 '인도차이나 반도'는 이 지역의 사정에 어두웠던 서양인이 붙인 지역명이다. 동남아시아의 한 축을 이루는 이곳의 핵심적 속성을 명쾌하게 집어내지 못했던 그들은 대강 '인도와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반도'라고 뭉뚱그려 생각했다. 하지만 북쪽 국경을 중국과 맞대고 있는 베트남은 인도 문화의 영향은 거의 받지 않았다. 동남아시아에 속한 국가들이 다들 개성이 도드라지지만, 베트남은 나머지 나라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역사적으로 동남아시아에는 강한 권력을 지닌 왕조가 그리 많지 않았다. 거개는 작은 부족들의 집합체 형태를 띠었다. 물론 화려하기 그지없는 앙코르와트를 건설한 크메르 제국도 있었지만, 패망한 뒤 캄보디아에는 강성한 왕국이 성립되지 않았다. 그런데 중국의 정치체제를 흡수한 베트남은 줄곧 권위적인 왕이 정점에서 전국을 통치했다. 동남아시아에서 현재와 유사한 국명을 1천 년 전부터 견지해 온 나라는 베트남뿐이다. 베트남의 왕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사명'은 중국으로부터 자국을 지키는 것이었다. 비록 중국의 우산 아래 있었고 10여 년간 명(明)나라의 지배를 받기도 했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독립된 나라로서의 지위를 고수하고자 했다. 고려와 조선도 중국의 속국으로 편입될 뻔한 아픈 경험을 겪었던 적이 있다. 이처럼 그들의 역사를 살피다 보면, 한반도의 과거와 닮은 점을 여럿 발견하게 된다. (사진/김주형 기자/yn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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