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정의, 국가유공자에게 등 돌린 정부

 
 국가를 위한 애국심이 이렇게 허탈하게 돌아와도 되는 걸까요?

제초제의 유무도 제대로 모른 체 전쟁에 참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말 뿐인 존경과 예우를 받으면 힘겹게 살아가는 가

난한 참전 용사들.

홍상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상욱 : 조국의 정의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박승춘 : 조국의 정의는]

[지상욱 : 내가 태어난 나라]

[박승춘 : 네 나라 사랑하는...]

[기사]
지난 6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사랑하는 조국에 외면당한 한 노병의 이야기가 전해졌습니다.

[지상욱 : 6.25 참전을 하셨던 서정열 어르신이 계십니다. 연세 90세 되셨습니다 .이 분이 기초연금으로 20만 원 받으시고 생계급여로 47만 원 받아서 매달 67만 원 갖고 사셨는데 2014년 국가 유공자로 지정이 됐습니다 그래서 51만 원을 받습니다. 그 덕에 67만 원이 날아갔습니다.]

[인박승춘 :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서정열옹 : 전쟁 중에 가슴에 총상을 입었습니다....국가유공자로 받는 돈이 있으니까 기초생활 수급자를 박탈하더라고]

올해 나이 일흔, 최희철 할아버지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아침부터 외출에 나섰습니다.

얼마 전, 일하다가 다친 다리를 치료받기 위해 보건소를 찾았는데요.

[최희철 : 자전거 타고서 순찰하는 일을 했거든요 오전만 그래 거기서 이제 넘어졌는데 살짝 넘어졌는데 이렇게 병원에 두 달 입원해 있다가 휠체어 타고 지금 많이 나아졌지만]

하지만, 부러진 다리보다 더 아픈 곳은 따로 있다고 합니다.

[최희철 : 상처가 자꾸 낫지를 않아요. 그래서 피부가 자꾸 나빠지고 피부에 딱정이가 생기고 이렇게 막 그러면서 낫지를 않아 아무리 좋은 약을 쓰고 해도 낫지를 않아 그러다가 당뇨까지 오고]

몸은 흘러간 세월을 고스란히 기억했습니다.

지금은 움직이는 종합병원 신세지만 젊은 시절에는 나라의 부름을 받아 먼 타국 땅을 누비던 씩씩한 청년이었습니다.

최희철 할아버지는 베트남 참전 용사입니다.

[최희철 : 작전지역 가면 비행기에서 제초제 뿌리거든요 그거 작전 쫓아 나갔다가 (맞았죠.)]

[황보연 : 그거 고엽제인지 알고 계셨어요?]

[최희철 : 몰랐지 나는 그 당시에는 군인들도 전부 몰랐어요 나중에서야 알았지]

[황보연 : 뿌릴 때 안 도망갔어요?]

[최희철 : 뿌릴 때는 시원하니까 더 맞죠 그게 시원해요 그게 더 맞지 군인들이 더 맞지]

무사히 조국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전쟁의 상처는 커져만 갔습니다.

고엽제 후유증을 인정받은 최 할아버지는 2004년, 7급 국가유공자로 등록돼 겨우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최희철 : 일단 주거 문제가 해결됐죠. 임대아파트 우선순위로 해주죠. 급여 조금씩 그 당시에는 30만 원인가 나왔었어요.]

그래도 빠듯한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됐습니다. 하지만..

[최희철 :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2008년 그 당시 했었어요 그러다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그만 뒀죠.]

[황보연 : 왜요.]

[최희철 : 혜택받는 게 하나도 없으니까 제가 국가에서 보훈급여를 받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급여는 줄 수 없다.]

국가유공자 보훈 급여와 기초생활보장 수급비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겁니다.

결국 최 할아버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자격을 포기하고 매달 보훈 급여 40여만 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최희철 : 국가를 위해서 젊었을 때 이런 대가로써 이런 병을 얻고 이렇게 지금 고생하고 있는데 그걸 겸해서는 안 되고 그러면 많이 고마워하지만 섭섭한 점이 많아요.]

한국전쟁나 베트남 전쟁 등에 국가를 위해 나섰다.

다쳐 유공자로 지정된 사람은 총 68만 9천여 명.

이 가운데 최 할아버지처럼 기초생활 수급자로 지정될 만큼 생활이 어려운데도 유공자 지원금과 기초생활 수급자 지원금 중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사람은 약 만 8천 명에 달합니다.

[최희철 : 이런 돈을 아깝다고 하면 그건 국가가 아니죠. 내가 나라를 위해서 희생했을 때 그만큼 나라가 나를 지켜주고 보람 있게 자랑스럽게 그 나라를 생각할 수 있게 해줬을 때 비로소 조국이 되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고 봅니다. 나라가 나서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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