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앙지검에 들어서는 비선실세 최순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최순실 일가의 자금세탁 의혹에 대해 특검이 수사에 착수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독일 헤센주 프랑크푸르트 검찰은 삼성이 비덱 스포츠 등에 보낸 자금이 최순실에게 전해지는 과정에서 자금세탁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진행중이다.

특히 독일 검찰은 비덱 스포츠의 관리자로 추정되는 최술실과 정윤회, 크리스티안 캄플라데 등 3명 외에 ‘30세 한국인 남성’을 수사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15일 보도했다. 다만 이들의 독일체류 여부가 분명치 않아 수사진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삼성이 보낸 자금의 세탁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나, 향후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추가 혐의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최씨의 자금세탁이 사실이라면 이번 한 번뿐이 아닐 것이라는 주변의 증언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92년부터 수백개 페이퍼컴퍼니 통한 자금세탁 의혹 제기

▲ 최순실과 정윤회가 1992년 독일에서 설립했다 98년 청산된 유벨에 대한 기록. <출처=머니하우스>

최씨가 처음 독일에 법인을 설립한 것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 기업정보 사이트 머니하우스(www.moneyhouse.de)를 조회해보면, 유벨(JUBEL)이라는 회사가 등장한다. 관리자로는 정윤회와 최순실, 중국인 이름으로 보이는 듯한 1명이 등장한다. 유벨은 수출입유통을 목적으로 92년 설립돼 98년 청산절차를 밟았다.

이 밖에 럭셔리 헨델(LUXURY Handels), JH 헨델(JH Handels), 동남아(DONGNAMA) 등이 90년대 후반 최씨가 설립했다가 해산한 법인으로 최근 새롭게 드러났다. 설립목적은 한국음식점 운영, 한국관련 수출입 사업 등이다. 문제는 최씨가 해당 법인으로 사업을 운영한 흔적을 찾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비슷한 목적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해산하는 식으로 자금세탁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지난 14일 최순실게이트 국정조사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1992년 최순실과 정윤회, 유천호라는 세 사람의 명의로 유벨이라는 회사가 건립됐다. 올해까지 10개의 페이퍼 컴퍼니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정유라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최근 독일 출장을 다녀왔다. 

특히 안 의원은 설립시기에 주목했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최태민 일가에 대한 재산추적과 몰수를 우려해 독일로 자금을 미리 빼돌렸다는 얘기다. 최순실의 독일법인 설립 다음 해인 93년, 김영삼 정부는 금융실명제를 실시해 차명계좌에 있는 검은 자금을 추적한 바 있다. 안 의원은 이에 대해 “최순실은 92년부터 독일을 제 집 드나들 듯하며 돈세탁을 했다”며 “독일에 회사를 설립한 시기와 (문민정부 출범 시기가) 맞다. 우연한 일치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최순실이 소유한 독일 법인 비덱 스포츠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법인들 네트워크 동그라미 친 법인이 비덱스포츠다. <출처=독일 머니하우스>

나아가 안 의원은 자금세탁 규모가 수천억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자금과 연관성을 의심했다. 15일 tbs라디오에 출연한 안 의원은 “독일사람 이름으로 수백 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돈이 세탁이 됐다”며 “이것을 조사하다보면 박정희의 사라진 통치자금이 추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비덱 스포츠를 머니하우스에서 검색한 결과, 직ㆍ간접적으로 연관되는 법인이 600개가 넘게 나타난다. 2015년에 설립된 소액자본의 법인이 이처럼 복잡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독일 유명 만년필 브랜드로 1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몽블랑의 경우 연관된 법인이 10여 개에 불과했다.

때문에 야권에서는 특검이 독일 검찰과 공조해 최순실의 자금세탁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안 의원은 “2007년과 2012년 대선 직전에 뭉칫돈이 빠져나간 흔적들이 있다. 불법대선자금으로 사용되지 않았을까 싶다”며 “하루빨리 특검이 최순실의 돈세탁 액수를 파악해 전부 몰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특검은 독일어가 가능한 수사관을 추가하고 일단 삼성의 정유라 지원에 대해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