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당시 국군으로부터 '양민학살피해'를 주장한 응으옌티탄(여, 64세)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법무부와 국방부가 대응 중이다. 이런 가운데 보훈부 산하 월남전참전자회가 변호인 자문을 위해 모금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보훈부가 감사까지 나섰으나, 아직 결과는 내놓지 않고 있다. [이창환 기자]](https://cdn.ilyoseoul.co.kr/news/photo/202405/487830_425588_752.jpg)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베트남전쟁 당시 국군의 양민학살 피해를 주장하는 ‘응우옌티탄(여성, 64세)’이 지난해 대한민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바 있다. 법무부와 국방부 등이 관계부처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당시 1심 패소 이후 정부는 2심을 철저하게 준비해 대응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후 보훈부 산하 공법단체인 월남전참전자회가 법적 대응에 대한 자문역을 자처하며 변호인 자문을 진행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만 참전자회가 18만 회원들로부터 변호사 자문을 위한 비용 마련을 위해 모금한 2억 원의 행방은 묘연하다.
대한민국 피소당한 베트남전 소송… 월남전참전자회, 대응 자격?
보훈부, 참전자회 ‘내부고발’ 대대적 감사 단행… 이후 결과 침묵?
지난해 2월 베트남인 응우옌티탄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한국 국군의 민간인 학살 피해’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했다.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즉 우리 정부의 패소였다. 당시 대응에 나섰던 국방부와 법무부 등은 유감을 표하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국방부는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항소심 판결이 내려질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법무부 등과 함께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역시 매한가지. 해당 재판 과정을 지켜봐 왔던 보훈부 산하 공법단체인 월남전참전자회(참전자회)는 해당 재판부의 결정을 두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당시 참전자회는 취재진에게 해당 재판에 당사자 자격으로 참가할 수는 없어 지켜보기만 하는게 안타깝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이로부터 이후 1년이 지난 현재. 법무부와 국방부 등은 2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응우옌티탄의 국가배상소송 항소심 첫 공판에는 10여명의 정부 대리인단이 나섰다. 정부법무공단 소속 변호사 및 국방부와 법무부 등의 법무관, 별도의 변호사 등이 소송대리인단을 구성해 참석했다.
이와 관련 취재진이 법무부 등 해당 소송을 위한 정부 관계부처에 확인한 결과, 지난 10일 “정부에서는 법무부와 국방부 소속 직원들이 대한민국의 수행자로 지정되어 소송을 수행하고 있다”고 답변을 받았다.
참전자회, 변호사비 모금 왜? 1억8500만 원 돈의 행방 묘연
다만 지난해 7월 참전자회 주간업무보고에서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 복지사업국 주요업무 사항에 ‘양민학살 음해소송 대응’이라는 항목에서 법률자문계약 및 자문료 지급 6000만 원 이라는 내용이 확인된 것. 추진 과제로 법률자문계약 법무법인의 소송 대리인 지정여부 확인(절차 진행 중)이라는 내용에 이어 ‘법률자문 변호인에 자료 제공’ 등이 기재돼 있었다.
이에 대해 참전자회 소속 관계자는 취재진을 찾아 “해당 소송에서 법적 대응 자격이 없는 참전자회가 전국 각지 회원들로부터 소송에 대한 변호사비 명목으로 불법 모금을 진행했다”라면서 “이를 통해 약 1억8500만 원이 모금됐는데 변호사 자문료 명목으로 6000만 원을 지급했다고 보훈부에 보고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진행된 소송에서 법무부와 국방부가 당사자 자격이 있고, 추가적으로 보훈부가 대응할 입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정부 기관도 아닌 참전자회가 나서서 변호사비 명목으로 회원들로부터 모금하고, 또 정부에 변호사를 지원해 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취재진은 지난 10일 법무부에 ‘보훈부와 월남전참전자회의 법적 대응 자격 여부’를 물었다. 사실상 법무부와 국방부가 법적 대응 당사자 자격으로 재판에 임하고 있는 상황. 이에 보훈부나 월남전참전자회 입장이나 의견을 공유 받거나, 법무부나 국방부의 입장을 보훈부 및 참전자회 등으로 공유해 주는지 확인을 위해서다.
법무부는 “현재 2심 진행 중인 베트남전쟁 관련 국가소송의 경우, 정부에서는 법무부와 국방부 소속 직원들이 대한민국의 수행자로 지정되어 소송을 수행하고 있다”라면서 “국가소송 수행에 있어 필요한 경우 법령에 따라 보훈부 등 관계 행정청의 협조를 받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그 밖에 소송 진행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인 이유로 답변이 어려움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참전자회, 법적 대응 자격 無… 보훈부, 내부고발 통해 감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9조(관계행정청과의 협조) 국가소송 또는 행정소송을 수행하는 법무부의 직원, 검사, 공익법무관 또는 행정청의 직원은 법무부장관, 소속검찰청의 장 또는 행정청의 장을 통하여 관계 행정청의 장에게 소송수행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즉 법무부의 답변대로 보훈부는 관련 법령에 따라 법무부나 국방부의 소송 대리 절차상 협조할 수 있다. 하지만 참전자회는 그 어떤 내용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왜 참전자회는 변호인 지원비용을 모금했을까.
위의 관련법에서 얘기하는 행정청은 아닐뿐더러, 행정청(보훈부)이라 할지라도 협조를 할 수 있지만 직접적으로 법적 대응 자격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더욱이 보훈부가 참전자회에 자료 수집 등의 지원요청을 했다하더라도 참전자회가 변호인 자문에 나서야 할 상황은 더더욱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취재진을 찾았던 참전자회 관계자는 “국가소송을 위한 변호인 비용으로 모금한 것도 불법이지만, 100번 양보에서 변호인 자문료를 6000만 원 냈다고 치자”라면서 “그렇다면 모금액 나머지 1억2500만 원은 왜 회원들에게 돌려주지 않는지 이를 보고받은 보훈부는 해당 내용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당 사실 등과 관련해 보훈부는 참전자회 소속 일부 임원 등 내부고발자의 제보를 받아 지난 3월 대대적인 감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감사에 대한 결과는 아직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
![응우옌티탄 등 관계자들이 전쟁기념관 내 베트남전쟁 관련 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https://cdn.ilyoseoul.co.kr/news/photo/202405/487830_425589_104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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