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오늘, 미국이 베트남의 ‘닌 도우안’省의 밀림 지역에 수송기를 동원한 대량의 고엽제를 살포합니다. C-123 ‘프로바이더’ 수송기에 100갤론 용량의 약품 탱크를 싣고 자동살포 시스템에 연결된 36개의 노즐에서 약물이 고압으로 분사할 수 있도록 개조한 전용기는 정글 위 40미터 이내의 저공을 비행하면서 4분 이내에 탱크 안의 모든 약품을 살포했죠. 비행기 한 대가 지나간 정글은 폭 80m, 길이 16km에 걸쳐 완전히 말라 버렸습니다.

열대와 아열대의 밀림은 북베트남군과 베트남 민족해방전선 게릴라들에겐 천혜의 은거지가 되었고, 가공할 파괴력을 자랑하던 미군의 항공 전력도 베트남의 무성한 밀림 속에선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죠. 또한 밀림 속에 숨겨져 있는 대공화기에 의해 피해가 속출하자, 미군은 고엽제라 부르는 화학약품을 밀림에 쏟아 붓기 시작한 겁니다. 정글의 바다위에 살포되는 고엽제는 방해가 되는 정글을 말려 죽여서 없애 버리겠다는 다분히 미국적인 발상의 산물이었습니다.

C-123 수송기 내부에 설치된 약품 탱크.

미군의 약품 취급 매뉴얼에는 “에이전트 오렌지는 사람과 짐승에 무해하며, 항공기에서 살포한 약제에 노출된 인간에 대한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명시되어 있었지만, ‘에이전트 오렌지’에는 비소보다 독성이 3천배나 강한 ‘다이옥신’(Dioxin)이 다량 포함되어 있었죠. 인류가 발견한 가장 강력한 독성 물질인 ‘다이옥신’은 치사독성 뿐 아니라 발암성이나 최기형성(催奇形性)과 같은 만성독성에서도 훨씬 치명적이며, 1ppt(1조분의 1), 1ppq(1,000조분의 1)라는 단위로도 인체와 환경에 심각한 오염을 일으킬 수 있죠. 하지만 고엽제 살포 후 48시간 이후에 투입되어야 한다는 안전수칙은 무시되었으며, 사전 교육이나 경고도 없었습니다. 베트남의 온갖 농작물들과 식수도 맹독성 물질에 오염 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민간인들과 미군과 한국군을 비롯한 참전군인 2백여만 명이 이 치명적 독극물에 오염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만, 아무도 정확한 수치는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끔찍한 결과는 곧 드러납니다. 1969년 베트남의 일간신문 ‘디잉산’이 고엽제 살포지역에서 기형아 출산이 급증했다는 기사를 실었고, 미국내에서도 동물에 대한 임상 실험결과 고엽제가 심각한 기형과 사산을 불러일으킨다는 보고서가 나옵니다. 베트남에 살포되고 있는 ‘에이전트 오렌지’에는 미국국내의 허용 기준치보다도 훨씬 높은 농도의 다이옥신이 혼합되어 있다는 것도 발각되었죠. 고엽제가 미군 병사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살포횟수를 줄여나간 미군은 1971년에 이르러서야 살포를 중지합니다.

짙게 표시된 부분이 고엽제 살포 지역입니다.

하지만 이미 베트남의 열대우림은 갈기갈기 찢겨 엉망이 되어버린 후였습니다. 망글로브 숲의 40%가 없어졌고, 내륙 밀림지역의 12%, 경작지의 5%가 황폐화 했는데, 그 면적은 무려 240만 헥타르에 달했습니다. 또 먹을거리와 물을 통해 인체에 흡수된 다이옥신은 절대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았고,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들을 일으켰죠. 더욱 끔찍한 것은 그 유전 독성이 생식세포의 유전자 수준, DNA 수준에서도 손상을 일으켜 부모가 이 독극물에 접촉한 것만으로도 2세에게 선천적 이상을 가져오는 것이었습니다. 베트남 주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다수의 참전 미군들의 아기들도 심각한 기형을 안고 태어났습니다. 무뇌아, 쌍체아, 팔이 없거나 손가락, 발가락이 없는 아기들이 태어나기 시작 했죠. 모두 32만 명의 병력을 파병했던 한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많은 베트남 참전 군인들이 심각한 피부질환은 물론 각종 암과 정신착란, 호흡기 질환, 무기력증세, 신경쇠약 등을 앓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던 이 질환을 그냥 ‘월남병’, ‘전쟁병’이라고 불렀을 뿐입니다.

미 국방성과 다우케미컬의 군산복합체가 만들어낸 치명적인 화학무기인 ‘에이전트 오렌지’는 베트남 민중과 참전군인 등 모든 사람들을 자신의 제물로 만들었습니다. 베트남에서 총성이 멎은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치명적 독극물에 노출되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죽기 전에는 결코 끝나지 않을 또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