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

국가보훈처장 명의의 추천서를 이용해 민간시행업체의 주택사업을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의 사업인 것처럼 속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부지를 특혜분양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전직 고엽제전우회장 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공갈 및 사기, 배임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 전 고엽제전우회 회장(68)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고 22억8500여만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아울러 함께 기소된 김모 전 사무총장(70)에게는 징역 5년에 추징금2억9000여만원, 김모 전 사업본부장(70)에게는 징역 6년에 추징금 6억4000여만원을 선고했다.

이들과 함께 사건을 공모해 재판에 넘겨진 중소 건설업체 S사 대표 함모씨(59)에게는 징역 8년에 추징금 154억5000여만원을 선고했으며 25억4000여만원의 몰수 명령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에 대해 “총회장의 지위에서 의사결정 권한을 장악하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함씨의 요구에 응해 회원들에게 공갈 등을 지시했다”며 “복지사업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10년에 걸쳐 22억원의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판시했다.

이어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서도 최초 기소된 내용만 인정하고, 추가로 기소된 내용은 증거가 뚜렷함에도 부인하고 있어 진정 반성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함씨에 대해 “이 전 회장과 함께 핵심 주범으로 택지개발사업은 개인사업 영위에 불과함에도 허위 주장을 일삼고 공기업인 LH를 상대로 반복해서 공갈 범행을 저질렀다”며 “LH로부터 1000억원을 상회하는 택지를 받아 아파트를 신축하면서 260억원이 넘는 이득을 챙기고 40억원이 넘는 돈을 횡령해 이 전 회장 등에게 대가를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회장 등 고엽제전우회 임원들은 함씨와 공모해 S사의 주택사업이 전우회 사업인 것처럼 속이고 LH 관계자들을 협박해 2013년 6월 1836억원 규모의 위례 A2-3 블록 택지와 866억원 규모의 오산 세교 B-5 블록 택지, 아파트시행사업권을 불법적으로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S사를 ‘전우회 주택사업단’이라고 칭하고 S사의 사업이 전우회가 진행하는 보훈사업이라는 취지로 LH에 수십 회에 걸쳐 공문을 발송해 특혜를 요구했다.

또 이들은 LH 본사와 사장 자택 등지에서 전우회 회원을 동원해 집회와 사무실 점거 농성을 벌이고 ‘사장 선친 묘소를 파헤치겠다’고 위협했으며 분양특혜를 요구하며 LH 사무실에 인분을 뿌리고 흉기를 든 채 알몸으로 난동을 피우기도 하는 등 LH 관계자들을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함씨는 위례 택지 사업과 관련해 230억원을 거뒀고 세교 택지 사업도 159억원의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함씨나 S사가 전우회에 제공한 수익은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 전 회장과 김 전 사무총장, 김 전 사업본부장이 주택사업을 계속 지원해 달라는 함씨의 청탁에 대한 대가로 각각 1억5000만원, 6600만원, 2억3000만원을 받은 것을 확인했다.

아울러 이 전 회장 등은 고엽제전우회 내 ‘총회장’직을 임의로 신설한 후 회장에게 매달 300만~400만원의 복지비를 지급하는 총 1억1800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