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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재산몰수 특별법' 제정 어디까지 왔나] "월남전참전용사가 법 제정에 앞장선다"월남전 전투수당 빼돌려 비자금 조성 의혹 … 안민석 "최순실 돈의 뿌리는 박정희비자금"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을 폭로했던 장시호씨가 석방된 날, 최순실 재산몰수 특별법 제정을 위한 4차 공청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주최해 8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는 국정농단사건 국정조사특위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국민의당 이용주, 바른정당 하태경, 정의당 윤소하 의원 등 당시 특위 위원들이 참석해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안 의원은 "특별법 추진에 동의하는 여야 의원들을 모아 의원모임을 결성하겠다"며 "국민의 지지와 국회의원의 힘을 모아 반드시 특별법 제정을 성사시키겠다"고 밝혔다.

8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최순실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몰수를 위한 특별법 4차(최종) 공청회'에서 안민석 의원이 미국 의회에서 1978년 발간된 프레이저 보고서 번역본을 들어 보이며 박정희 비자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안 의원은 "이 보고서에 따르면 박정희 대통령의 비자금은 당시 돈으로 8조5000억원이고, 현재 돈으로 환산하면 약 300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사진 안민석 의원실 제공

◆박정희 비자금 거론한 프레이저 보고서 = 안 의원은 "최순실의 돈은 국민의 돈이고 그 뿌리는 박정희 비자금"이라며 "박정희 비자금은 국민의 피와 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 근거로 미국이 1978년 발간한 프레이저보고서를 들었다. 프레이저 보고서(Fraser Report)는 1976년 코리아게이트사건(일명 박동선사건)이 터진 후 조직된 국제관계위원회 산하 국제기구소위원회(소위 프레이저 위원회)가 1978년 10월 31일 미국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말한다.

보고서는 박정희 정권의 미국내 불법 활동과 이에 대한 대책에 맞춰져 있지만, 박 전 대통령과 측근들이 기업들과 각종 이권사업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을 어떻게 모으고 관리했는지도 적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정희 스위스 은행 계좌설'에 대한 언급도 나온다.

안 의원은 "이 보고서에 따르면 박정희 대통령의 비자금은 당시 돈으로 8조5000억원이고, 현재 돈으로 환산하면 약 300조원에 이르는 돈"이라며 "보고서는 박정희 스위스은행 계좌 비자금 국고환수위원회를 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도 이러는데)우리가 이것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정농단세력이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것"이라며 "지난 시절 박정희 비자금을 환수했더라면 국정농단은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에 헌납했다고 생각해 참았는데..." = 이런 주장에 뜻밖에도 월남전참전전우회가 적극 지지했다. 대한해외참전전우회 회장을 대리해 참석했다고 밝힌 김상영씨는 "정의당과 민주당 등 진보적인 당을 제외한 나머지 당들이 이런 것(최순실 재산몰수 특별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그들 개인의 취지를 되살려서 운동을 해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이들 단체가 나서 보수 정당들에게 관련법의 통과에 찬성해달라는 운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앞서 김씨는 "월남 참전 용사들이 (전투수당 중 상당부분을 국가가 가져간 것에 대해) 국가발전을 위해 헌납했다라고 생각했으니까 지금까지 참고 있었는데, 30년 보존연한이 지나 미국쪽에서 나왔던 사항에 따르면 거기에 상당부분이 아무도 모르게 국정원이나 박정희 대통령 스위스계좌로 집어넣고 그것이 (최순실 일가로) 빠져 나갔기 때문에 전국의 참전 용사들이 보수적 집단이지만 이런 장소에 나와서 읍소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월남전 당시 미국은 전투수당을 100% 한국 참전 군인에게 지급했지만 한국정부는 이중 10% 가량만 지급하고 90%를 따로 챙긴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월남전 참전국인 전투수당지급을 위한 특별법이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입법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지며 최순실 일가 재산이 박정희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월남전참전용사들이 최순실 재산 몰수법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재산도피 막기위한 긴급성 있어" = 하지만 입법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간 4차례 공청회 과정에서 지적된 문제는 크게 두가지다. 명확한 개념규정과 소급입법 등이 그것이다.

최순실 일가 재산을 환수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국정농단에 의한 부당수익으로 조성된 것이고, 또 그 원천이 되는 최태민의 재산이 부정축재 등 범죄적 수단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 하지만 국정농단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최태민의 행위까지 법률의 효력을 미치게 한다는 점에서 소급효를 인정해 위헌논란이 있다.

발제를 한 박현석 변호사는 "현재 법원의 형사재판 결과가 나온후 인정된 범죄사실을 바탕으로 국정농단행위를 규정하는 게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면서도 "그러나 현재도 진행되고 있을지 모르는 재산도피를 막기 위한 긴급성이 있어 재판 확정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영선 의원은 "최순실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 몰수를 위한 특별법에 대해서만 소급효 때문에 안된다는 주장을 잘못"이라며 "이미 유병언법이나 전두환특별법, 친일재산환수법 등에서도 소급적용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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