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참전 남편과 사별하자 ‘고엽제 후유의증 수당’ 뚝

홀로 남은 미망인 ‘생계 막막’

대구 3천∼4천명 미망인 참전수당 등 지원 끊겨

참전자 사망 이후 유족 관리 제대로 안돼

이모씨(여·64·대구시 서구 원대동)는 2년전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남편과 사별했다. 당시 베트남에서 고엽제 피해를 입은 남편은 1975년 결혼한 이후에도 늘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이씨가 가장 노릇을 하며 가계살림도 도맡아 해야했다. 이씨는 팔달시장 등을 돌며 과일장사를 했지만, 벌이가 시원찮아 살림살이는 언제나 궁핍했다. 그나마 보훈청으로부터 지급받는 ‘고엽제 후유의증 수당’(1998년 1월1일 시행) 55만원이 생계에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남편이 사망한 뒤부터는 이 지원금마저 끊겼다.

이씨는 “남편이 참전 후유증으로 제대로된 생활을 할 수 없어 생계유지가 늘 위태위태했다. 비록 참전용사였던 남편이 사망해도 끝까지 그 식솔을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눈물로 하소연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씨는 지난 7월쯤 난소암 판정을 받았다. 넉넉지 않은 경제사정에 항암치료까지 받고 있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남편과 사별한 미망인이 정부 지원금마저 끊기는 바람에 생계유지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보훈당국은 이들에 대한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2일 베트남(월남)참전자회에 따르면 대구에는 3천~4천명의 미망인이 이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보훈청이 베트남 참전자에게 지급하는 지원금은 △상이군경(부상을 입은 자) 보훈급여(1~7급 차등 지급·월 34만8천~583만5천원) △참전수당 (월 17만원) △고엽제 후유의증 수당 (고도장애 74만 5천원, 중등도장애 55만원,경도장애 36만1천원) 등이다.

상이군경 보훈급여는 참전자 사망 뒤에도 유족에게 일정금액이 지급되고 있지만, 참전수당(부상을 입지 않고 사회복귀)과 고엽제 후유의증 수당은 사망 이후 지급 중단된다.

이에 월남전참전자회 대구지부는 지난 7월부터 참전자의 미망인을 돕기 위해 백방으로 신상파악에 나서고 있다. 대구지역 전체 미망인의 30%(1천여명)라도 우선 파악해 정부에 도움을 요구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파악된 미망인은 고작 7명 뿐이다.

이는 지원금 지급이 끊기자 미망인이 떠돌이 생활로 연명하는 탓에 거주지 파악이 쉽지 않은 데다 보훈청도 참전자 사망 이후에는 별도로 그 가족을 관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원 월남전참전자회 대구지부 사무처장은 “현재로선 수소문을 통해서 미망인을 확인하는 방법밖엔 없다”며 보훈당국과 시민 협조를 당부했다.

이와관련해 대구지방보훈청 관계자는 “유족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기에 앞서 지원예산 관련 법부터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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