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에 광화문에 나갔다가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하는 대학생 시위단이 경찰버스로 연행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얼마나 절박했으면 도로 한가운데에서 저랬을까 하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더군요.

그런데 얼마 후에 동화 면세점 앞에서 고엽제 전우회에서 집회를 갖는데

주변에 고엽제 전우회 구급차 수십대가 차도에 겹겹이 주차되어 있는걸 봤습니다.

두 세 대는 아예 떡하니 인도 한가운데 올라앉아 있더군요.

그런데 주변에 있는 수 백 명의 경찰 가운데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더군요.

화가 치밀어서 근처에 있는 파출소로 들어가 경찰에게 인도에까지 불법 주차를 했다고

신고 했습니다.

근데 경찰관 하는 말이 집회를 갖는 거라 그러는 거라고 태평스럽게 말하더군요.

짜증이 확 나서 집회를 허가받고 하는 거라도 불법 주차까지 해도 되는건 아니지 않냐고 하니까

인도 어디에 주차했냐고 묻기에 인도에 주차된 곳까지 데려가서 빨리 치워달라고 했습니다.

경찰관이 전우회 측 사람한테 민원이 들어와서 치워야한다고 말하는데

그러고도 한참 지나서야 치우더군요.

저한테 말로만 치운다고 할까봐 10분 안에 치워달라고 하고 곁에서 계속 서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현장에 있는 다른 경찰한테 다시 차도에 주차된 구급차도 치워달라고 항의했더니

그 경찰 말이 자신은 지원나온 거고 책임자한테 물어볼테니 파출소로 가보라고 하면서도

어느 범위까지 집회가 허가된 건지 모른다고 말해서 기가 막히더군요.

제가 그럼 집회 허가를 받으면 차량을 차도에 불법 주차시켜도 되는 거냐고

확인차 물었더니

그 경찰관이 지금 현장 책임 경찰을 불러준다고 하지 않느냐면서 짜증을 내더군요.

기가 막혀서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이 그런걸 모르면 어떡하냐고 한 마디 해줬습니다.

파출소에 가서 5분쯤 있다가 현장 책임자가 와서 알겠다고 말하기에

제가 아까 그 경찰관 말이 사실이냐고 확인차 물었더니

잠시 물건을 내려놓을 수는 있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인도에 주차된 차량은 뺐고, 제가 현장 책임자랑 말하는 와중에

집회 주최측에서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면서 구급차 다른 데로 빼라고 방송을 했습니다.

현장 책임 경찰 말이 차가 워낙 많아서 빨리는 못뺀다고 해서

제가 30분이면 되냐고 물었더니 그냥 차가 워낙 많아서라고 말을 얼버무리더군요.

그래서 설마 집회 다 끝날 때까지 못치우는건 아니냐고 한 마디 했습니다.

아참, 그리고 할려면 공정하게 해야하지 않냐고 말했더니

공정하게 하고 있다고 말은 하더군요.

어떤 집회는 도로를 무단 점거해서 시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준다고

경찰관이 시위대에 확성기로 경고하고 경찰버스로 잡아가면서,

어떤 집회는 수 백 명의 경찰관이 두 눈 다 뜨고도 불법을 모른 체 하다니 정말 기가 막힙니다.

더구나 상식적으로 집회 신고를 했어도 차량을 인도와 차도에 무단으로 주차하는건

당연히 불법일텐데,

어떻게 시민도 아는 상식을 경찰관이 어느 범위까지 허가한건지 모르겠다는 답을 하다니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