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 안학수 하사의 실종사건
월남전 포로 안학수 하사는 왜 '월북자'가 됐나?
- 조선닷컴 / 조성관
주간조선은 40여년간 ‘월북자’로 분류됐다가 가족들의 끈질긴 싸움 끝에 ‘국군포로’로 인정받은 고(故) 안학수 하사의 사연을 보도했다.
북한은 1964~1970년 베트남전에 공군과 공병부대를 파병했다. 북한 공군은 베트민(월맹) 공군의 미그21기를 몰며 미공군과 공중전을 벌였다. 당시 베트콩과 베트민은 국군 포로를 잡으면 ‘참전 동맹국’인 북한에 넘겨주기로 비밀리에 약속했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6년 안학수(安鶴壽·당시 23세) 하사는 주월사령부 산하 비둘기부대가 관리하는 제1외과병원에 근무중이었다. 매월 사이공(현 호치민)으로 출장을 가서 미군 보급창에서 의약품을 수령해오는 일을 했다.
그해 9월9일 안 하사는 제대를 1주일 앞두고 사이공으로 마지막 출장을 떠났다. 하루 전인 8일에는 가족들에게 16일쯤 한국에 도착한다는 마지막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그는 출장길에 실종됐다.
처벌받을 것을 두려워한 지휘관들은 안 하사의 실종을 보고하지 않았다. 보안 부대도 이 사실을 몰랐고, 주월사령부에 공식적인 실종자 발생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 ▲ <위>가장 절친했던 전우와 함께한 안 하사(오른쪽).1966년 5월 베트남에서 보내온 사진. <아래>2009년 12월 1일 육군으로부터 받은 전사통지서.
예정된 날짜에 안 하사가 돌아오지 않자 가족들은 국방부에 문의하기 시작했다. 국방부는 “알아보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는 대답을 반복했다. 안 하사 부친 안영술씨는 아들의 전우들을 찾아다니며 실종의 실마리를 찾으려 애썼지만 허사였다.
이듬해인 1967년 3월27일 ‘안학수 하사’가 갑자기 나타났다. 실종됐던 그는 북한의 대남 방송에 출연하고 있었다. 경북 포항 동부초등학교 교장이었던 부친 안영술씨는 바로 중앙정보부에 신고했다. 그날 밤 12시 중앙정보부 요원 2명이 안영술씨를 찾아왔다. “안 하사가 공무 출장을 나갔다가 베트콩의 포로가 됐다. 그는 베트남에 나와 있던 북한 군사고문단에 넘겨졌고, 북한이 중국을 거쳐 안 하사를 데리고 갔다”고 설명했다.
2달 후 이번에는 보안사 요원들이 가족들을 찾아왔다. 그들은 대남 방송에 출연한 안 하사의 가족들을 ‘월북자 가족’으로 몰아세웠다. 안영술 교장의 사퇴를 종용하고, 월북자 가족은 잠재적 간첩이므로 최하위 계층으로 살아야 한다고 협박했다. 가족들은 ‘간첩 접선 대상’으로 분류돼 수시로 조사를 받았다. 부친은 교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모자라 강원도 횡성의 교재 창고에서 일하는 임시 노무원으로 쫓겨났다.
1992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안 하사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그해 5월12일 경향신문은 귀순간첩 정상환씨와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그는 평남 대동면의 ‘의거자 정치학교’에서 안 하사와 1년간 같은 내무반 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의거자 정치학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활해온 자들을 대상으로 사상개조학습을 벌이는 곳으로 당시 60명쯤 수용됐었다”고 했다.
가족들은 이 기사를 근거로 관계 기관에 안 하사 문제를 다시 조사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했지만 “근거가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2008년 비밀 해제된 베트남전 관련 문서가 발견됐다. 총 402쪽 분량의 이 문건에서 안 하사와 관련된 부분은 10쪽, 포로 업무와 관련된 문건은 30쪽이었다.
안 하사의 동생 안용수씨는 이 문건을 근거로 국방부, 국정원, 기무사, 육군본부를 대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정부가 갖고 있는 안 하사 관련 모든 문서를 보여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입수한 기무사 비밀문건에는 안 하사가 1975년쯤 평양에서 총살당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 ▲ 안용수씨가 안학수 하사와 관련된 자료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photo 허재성 영상미디어 기자
2008년 10월 ‘안학수 하사에 관한 사실조사를 위한 정부합동조사단’이 구성됐다. 조사단은 베트남 현지 조사를 거쳐 보고서를 발표했다. 통일부가 납북자 판정 심의를 통해 안 하사를 납북자로 인정했다. 결국 국방부는 2009년 7월1일 안 하사를 ‘국군포로 추정자’로 인정했다.
하지만 국방부의 인사기록부에 안 하사는 여전히 전사(戰死)로 처리되지 않고 ‘탈영·납북’으로 기록돼 있었다. 안용수씨는 다시 민원을 제기했다. 국방부는 마침내 2009년 8월28일 이를 ‘국군포로’로 정정했다. 2009년 12월1일, 가족들이 안 하사의 전사 통지서를 받으면서 43년간의 긴 싸움이 막을 내렸다.
※자세한 기사는 <주간조선> 최신호(2141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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