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극복 1분1초가 아까운데….’

경제살리기 각종 법안이 ‘난투극’ 상황을 빚고 있는 국회에서 갈길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글로벌 경제위기에 맞서 국가의 흥망성쇠를 걸고 생존을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한국의 정치권은 국민들을 팽개친 채 정쟁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때문에 중소기업의 부도시계는 째깍째깍 돌아가고, 경제위기 한파 한가운데 내몰린 서민들의 애간장만 타들어 가고 있다.

5일 청와대 및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수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서 수출입은행에 3000억원의 자본금을 확충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국회에서 한국수출입은행법 통과가 막히면서 처리가 늦춰지고 있다. 현재 수출입은행은 법정자본금 한도액 4조원이 차서 증자를 하려면 이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법안 통과가 미뤄져 자본금을 확충하지 못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중소기업들은 추가대출을 받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수출입은행법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려움에 처한 수출 중소기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라며 “다른 법안은 몰라도 경제살리기 법안만은 선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보호를 해야 하는 서민들에게 더 큰 고통을 주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대부업체의 이자율 상한선 규정을 2013년까지 연장하는 대부업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따라 연간 49%인 최고 이자율 상한선 제한이 풀리면서 이자한도를 넘은 대출이 1일부터 가능해졌다. 당장 생계가 어렵거나 급하게 돈을 써야 하는 자영업자와 서민들은 대부업체가 고금리를 요구해도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외국환평형기금의 원화채권과 외화채권 발행을 신축적으로 조정하려던 계획도 현재로서는 무산될 상황에 처해 외환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신속한 추가경정 예산편성을 가능하게 하려고 했던 국가재정법도 난관에 빠졌다. 대기업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역시 입법이 늦어지면서 기업마다 투자 계획 수립에 차질을 빚고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을 연착륙시키고 건설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한 각종 법안도 국회의원들의 서랍속에 처박혀 있다. 땅값이 하락할 때 공익 목적으로 토지를 미리 사들인 뒤 추후에 공급하도록 하는 공공토지 비축에 관한 법률은 시행조차 못하고 있다. 여기에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고엽제법,참전자법 등이 줄줄이 표류하면서 고용창출과 투자촉진,서민경제지원 정책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통합을 위한 한국토지주택공사법도 처리가 늦어지는 등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서 전체적인 공기업 개혁이 실종될 위기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