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김현 기자]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13일 새해 예산안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의 불참 속에 파행으로 처리된 것과 관련, “두 정당의 모습을 보면 ‘치열함은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면피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질타했다.

전 의원은 이날 밤 자신의 홈페이지에 ‘정치는 대국민 쇼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 “어제(12일)는 민노당이 한판을 했고, 오늘(13일)은 민주당이 한판을 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전 의원은 민주당이 예산안 처리에 앞서 국회 본회의장에서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인 것과 관련, “기자들이 사진 찍을 때는 심각한 얼굴로, 분기탱천한 얼굴로 잔뜩 폼 잡고 있지만, 속내는 ‘이거라도 안하면?’이라는 자잘한 계산이 오가는 것을 나는 그동안 수없이 보아왔다”고 꼬집었다.

그는 “선진 국회들도 다 우리와 같은 과정을 겪었지만 지금 그들은 국회 안에서 현수막을 내걸지도 않고 의장석을 점령하지도 않는다. 또 의사진행을 방해하며 욕설을 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 처리 당시를 거론, “하기는 탄핵심판을 받아 울부짖을 때도 그랬다. 나는 당시 집에서 TV생중계로 지켜봤는데 울부짖는 모습에 이어 다른 한쪽을 카메라가 비추면 물마시며 담소하는 모습이 ‘평화로운 일상’처럼 또 보이더라”고 비꼰 뒤 “정치소비자인 나는 그때 ‘정치는 쇼인가?’라고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주 오래전 천규덕이란 레슬러가 승부가 조작된 프로레슬링에 대해 ‘레슬링은 모두 쇼’라고 폭로해 프로레슬링이 몰락의 길을 걸었다”며 “마찬가지로 진보를 표방하는 이들의 그 뛰어난 연기력과 순발력(방송에선 애드립이라고 하죠)이 ‘대국민 쇼’라는 것을 그들의 지지자는 언제쯤 알아차릴까 하는 생각을 내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의 몰락은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당연히 ‘동반몰락’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오늘 국회의 ‘난장판’을 김형오 (국회)의장은 매우 안타까워했다. 한나라당의 한 여성초선의원도 ‘여성의원을 여성의원의 손으로 끌어내리는 전략’에 어쩔 수 없겠지만 자신은 너무 괴롭다고 내게 말했다. 나 역시 너무도 괴롭다고 했다”면서 “그래도 오늘 나는 찬성과 반대토론을 통해 예산안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논리대결하는 모습을 보며 희망을 봤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저렇게 하는 것이 국회의 제 모습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모습은 여전히 우리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상’에 불과할지 모른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한 뒤 “이제 법안 전쟁이 남아있다. 과연 법안통과가 예산안 통과처럼 쉽게(?) 될 수 있을까. 그 장면이 ‘안 봐도 비디오’처럼 죽 펼쳐진다”고 향후 임시국회에서 법안처리 과정의 난항을 전망했다.

전 의원은 “한 마디로 괴롭다. 언젠가 ‘국민이 원하는 모습’대로 되는 국회를 그려보니 더 가슴은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데일리안 = 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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