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왜냐면
휘발유 값은 유가 하락 반영되는데
폭등한 엘피지 값은 그대로
정부 반값 약속 간데없어
장애인 차량 정책 유명무실
올해 초부터 폭등한 액화석유가스(LPG) 값이 내리지 않고 있다. 계속해서 1050원 선에 머물고 있다. 휘발유 값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천천히 내려가는데 엘피지 값은 꿈쩍도 않고 있다. 이제 엘피지 값은 휘발유 값의 80%를 육박하고 있고 낮은 연비를 고려하면 엘피지차는 운행하면 할수록 손해다. 정부가 엘피지 가격을 휘발유 가격의 50%로 해 주겠다는 약속을 믿었던 장애인은 망연자실할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이 이동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크다. 대중교통도 불편하고 편의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 보니, 장애인을 위한 엘피지 차량 정책이 나온 것이다. 처음에는 엘피지 값이 무척 싸서 장애인에게는 고마운 정책이었을 것이다. 그 뒤 자동차 업계의 마케팅 논리로 일반인이 사용하는 엘피지차가 늘어나자 엘피지 유류 세금을 대폭 인상하고 장애인 반발을 우려해 보조금 형식으로 장애인에게 일정액을 환급해준 적이 있다.

환급제도 얼마 지나지 않아 고소득 장애인과 저소득 장애인으로 편가르기를 하더니 갑자기 중단해 버렸다. 그리고 정부가 약속한 것이 장애인 엘피지 가격을 휘발유의 반값으로 유지시켜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제유가와 환율이 요동치면서 모든 시선이 휘발유 값으로 집중된 와중에 정부는 정작 엘피지 관리체계를 놓쳐 버렸다. 이 틈에 엘피지 업계는 장애인의 신음을 못 들은 척 무한질주하고 있다.

주유소마다 휘발유의 값 차이는 많이 나는데, 엘피지는 충전소마다 천편일률적으로 값이 비슷비슷하다. 분명한 사실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장애인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엘피지 업계가 공정거래를 하고 있는지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일반인들이 국제유가 하락으로 휘발유값 인하 혜택을 조금이나마 보고 있는 현실에서 엘피지 고유가를 계속 유지하려는 대기업의 횡포에 장애인이 시달리고 있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쓰면 쓸수록 손해만 보는 장애인 엘피지 차량이 처치 곤란이다. 정부가 나서서 엘피지 값을 정상화해 주든지 아니면 차량을 다시 사주든지 해야 할 판이다. 정부는 장애인 엘피지 정책을 엉망으로 무력화하기 전에 장애인을 위한 이동수단의 편의 증진이 충족되었는지부터 반성해야 한다.

홍창의 관동대 경영대 교수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한겨레> [한겨레신문 구독 | 한겨레21 구독]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