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요리인 분짜와 짜죠. 분짜는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와 채소, 쌀국수를 국물에 말아먹느 냉쌀국수이고,

짜죠는 돼지고기와 채소, 향료를 '소'로 쌀피로 만든 튀김만두이다

베트남 음식에 미친 남자. 1년에 몇번씩 베트남으로 향한다. 오로지 그곳의 음식을 섭렵하기 위해서. 체류기간 내내 음식만 탐하다 온다. 그런 그가 드디어 일을 내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이 취미수준을 넘어 업으로 진화하듯, 이 남자도 베트남 요리에 인생을 걸었다. 그런 사실을 모님에게 전해 들으니 그곳에 가면 뭔가 있을 것만 같다. 그래, 최근 댕겨 왔다.

사실 개인이 베트남 요리 전문점을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시중에 널린 체인점이야 본사에서 다 알아서 해주니 수월하겠지만, 독자적으로 태어난 점포는 일정 수준의 공력이 있어도 쉽지가 않을 터. 어쨌든...

△ 참숯에 구운 돼지고기

메뉴에 분짜와 짜죠가 있어 주문. 분짜는 베트남 서민식으로 냉 쌀국수를 말한다. 국수라고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니다. 숯불의 풍미가 진하게 벤 돼지구이가 딸려 나오기 때문이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처음부터 국물에 담가 나오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볶은 숙주 위에 올려져 따로 나온다. 일단 돼지고기 한 점을 나온 그 상태로 맛보았다. 웬만한 돼지갈비집보다 나은 맛이다. 최대한 원류에 가까운 맛을 내기 위해 숯도 숯가마에서 직접 구입했다는 자랑이다. 인정! 이 정도라면 자랑할 만하다.

△ 베트남에서 공수한 쌀국수

△ 분짜 국물

△ 구운 돼지고기, 채소, 쌀국수를 국물에 말아서 먹는다

면은 부드럽지만 탄력이 약간 있는 게 그동안 맛본 쌀국수와는 차이가 있다. 베트남에서 공수해왔다는 자랑이다. 이것 역시 자랑할 만 하다. 새큼달큼한 국물에 숯불향이 진한 돼지고기와 채소를 담가 맛을 보았다. 국물에 고기 향이 퍼져 풍미가 산다. 그래도 나의 미각에는 부족하다. 국물이 조금 더 현지식이었으면 좋겠다.

△ 신선해보이는 민트와 고수

허브를 찾았다. 사실 고수정도만 있을 줄 알았고 없으면 인정 안하려고 했다. 헌데 민트까지 나온 것도 부족해 신선도가 고깃집의 상추 깻잎보다 신선하다. 이때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마트나 장에서 사온 게 아니라 수원 근처에 베트남 할머니가 재배하는 데까지 가서 구입해다 쓴다고 한다. 민트향은 고수보다 럭셔리했다. 전해들은 대로 역시 열정이 있는 쥔장같다. 덕분에 분짜의 맛도 업된다. 짜죠는 분짜+짜죠(2개) 세트메뉴지만 2인이라 짜죠 2개를 추가했다. 인당 2개씩.

△ 베트남식 튀김만두 짜죠

짜죠는 고기나 채소, 향신료를 쌀피로 말아 튀겨낸 요리다. 분짜에서 아쉬웠던 향료의 풍미가 제법 느껴져 만족이다. 분자와 짜죠는 나눠먹고 쌀국수 한 그릇씩을 주문. 나는 차돌안심쌀국수를 선택했다.

△ 안심차돌쌀국수

△ 안심차돌쌀국수에 고수나물을 보탰다

고명으로 올라간 차돌과 안심이 흉내만 내는 차원은 아니다. 호주산이었지만 질도 괜찮은 편. 국수의 씹힘성 역시 적당한 긴장감인게 면의 질이 싸구려는 아니다 판단했다. 역시 본고장에서 수입했다는 설명이다.

국물은 그냥 먹으면 다소 밋밋하다. 조미료로 맛을 낸 다른 쌀국수집과 달리 최소한으로 첨가했기 때문이다. 내 개인적으론 만족이지만 조미료에 함락당한 미각들은 어떤 점수를 줄지 별로 궁금하지는 않다. 쥐똥고추를 넣고 허브와 레몬즙도 넣고 나니 한결 임팩트 해진다. 사각거리는 숙주와 살짝 긴장감 넘치는 면발, 개운한 육수가 고만고만한 쌀국수와 참 비교된다.

전반적으로 음식에 생명력이 살아있다는 느낌. 좋은 식재와 올바른 요리를 만들고자 하는 마인드가 있기에 가능하다. 개인적 바람이라면 한국인의 미각에 타협하기보다는 본국의 맛을 선보이는데 주력해주었으면 좋겠다. 아무튼 주인장에게서 정진하려는 자세가 있어 보이니 오늘보다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집이 아닐까 싶다. 쌀국수전문점 물건으로 번창하시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