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20분 호치민발  7시 30분 퀴논(현지발음:위녕) 도착 수속이 사전 항공권 예약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꽤나 걸려서  거의 마지막으로 셔틀버스를 타고 탑승하여 퀴논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베트남 현지 안내인(이름:레우)이 우리를 반겨주고 환영하여 주었습니다. 현지 안내인은 한국에서 우리가 베트남과 일정 연락이 지연되는 바람에 호치민에서 열차로 12시간 넘게 타고 왔다니 미안한 감이 없잖아 많았습니다.

퀴논공항은 베트남전쟁 당시 풋캇(PHU CAT) 미군비행장을 이용한 민간공항으로 아직도 군사 겸용으로 활용하는 것 같이 보였습니다.

 우리 일행은 현지인을 고용해야 한다는 이나라 법에 따라 현지인 가이드를 고용하고 차량은 현지인 운전수를 고용한 14인승 승합차를 빌렸다.  운전수, 차량, 기름값을 포함하여 1일 100$로 현지 채용방식으로 고용한 셈이 됩니다.  공교롭게도 현지가이드나 차량운전수는 우리말과 영어를 한마디 하지도 듣지도 못하여 의사소통에 다소의 지장이 있었습니다.

 풋캇 시가지는 그다지 크지 않은 우리의 60년대 시골마을을 옮겨놓은 듯 조용하고 누가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습니다.

아침식사를 위해 기사의 안내로 식당으로 갔습니다. 기사는 퀴논이 집으로 이 지방의 지리에는 익숙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식당을 찾으니 이 식당으로 쉽게 안내해 주었습니다.

 식당에서는 돼지고기, 과일을 곁들인 밥이 나왔습니다. 향채(고수 : coriander)로 인해서 괴로워하는 전우와 향채를 향기롭게 드시는 전우가 있어서 식탁의 메뉴가 나뉘는 현상이 일어나곤 했습니다. 한국에서 공수해간 고추장, 김, 참치캔과 반주로서 팩에 담긴 소주를 곁들였습니다.

 식당의 진열장에는 뱀과 전갈로 술병을 만들어 진열해 놓았는데 누군가 찾는 사람이 있으니 진열해 놓았겠죠? 뱀과 전갈은 독성을 가졌으니 이 독성이 알콜과 섞여서 몸에는 이로운 작용을 한다고 믿는가 봅니다. 우선 징그러워서 .... 

맹호기갑연대 1중대 op 및 638 고지를 가는데 19번 도로를 따라서 흐르는 콩강을 보았습니다. 건기라서 콩강의 물줄기는 낮아졌지만 옛모습 별다름없이 강은 흐르고 ....
맹호기갑 1대대본부가 가까이 다가옴을 콩강과 산세를 통하여 어렴풋이 짐작되었다. 저 멀리 연기가 나는 뒷산이 안케 계곡이고 흐르는 강이 콩강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재월당시 19번 도로의 교량은 맹호 기갑연대 7중대가 경계를 담당하였습니다.

7중대가 담당한  마지막 교량이 제15교량이었습니다. 15교량은 1대대 본부에서 빈딩성 빈케군 동포마을을 지날 때 반드시 통과하는 교량으로 교량 상하 좌우에 철조망으로 에워싸고 다시 양쪽에 초소를 세워 사주경계를 철저히 하는 곳이었습니다. 이제 그 흔적조차 없어진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동포마을은 옛 모습과 별다를 게 없었습니다. 옛날에는 초가집이 많았는데 콘크리트 집으로 조금 변하였을 뿐 인구는 크게 늘어난 것 같지 않았습니다. 동네 한가운데 사탕수수 공장이  들어선 것이 옛날과 크게 다른 점이었습니다.

 똥포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쨩을 찾았습니다. vietvet을 통해 익혀오던 모습이라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를 보고 활짝 웃으며 반겨주는 모습이 마치 우리를 기다리고나 있었듯이 맞아주셨습니다.

쨩은 사실 그때  겨우 17-18세의 말괄량이 소녀에 불과했지만 전쟁이라는 것이 생활전선으로 일찍 내몰았고 어린나이라서 한국말을 쉽게 깨우쳐서 한국군의 마스코트가 된 셈이지요. 그때 가장 친하였던 단짝인 레우는 멀리 시집가서 왕래가 거의 없는 것 같았습니다.

쨩의 나이를 물어보니 55살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그 당시 우리가 근무할 때는 17살이었습니다. 지금도 그의 어머니가 장사하던 가게는 여전히 길 모퉁이에 있었으며 언니도 이웃에서 장사를 하면서 그대로 살고 있었습니다. 그곳은 그 당시 한국군의 쉼터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목 마른 장병은 1불에 한국의 OB맥주, 크라운맥주를 골라 실컷 마시고 안주로는 땅콩을 무한 리필해주었습니다. 그 때 콩강 주위에 땅콩이 많이 생산되었는데 지금은 그 땅콩을 보기 힘들었습니다.

한국군이 철수하고 베트남이 통일 된 후  많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 치하에서  고통받은 것을 생각하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단지 한국군과 친했다고해서 적대감을 가지고 고통을 받지는 않았을까하고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쨩은 성장하여 어엿한 신부로서 신랑감을 만났는데 지금 현재의 남편과 결혼을 하여 3남 1녀의 부모로서 큰 딸을 시집보내고 두 아들은 호치민에서 생활하고 막내 아들을 데리고 고향을 지키며 비교적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다행입니다. 개고기를 파는 장사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니 집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살고 있었습니다. 우리말을 아직 잊지 않고 유창하게 하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

  남편은 아주 말이 적은 점잖은 분이셨습니다.  월남군 사병으로 전역하였으며 현재 58세로 통일 후 약 3개월가량 감옥생활을 했다고 토로하였습니다. 재산은 원래부터 없었기 때문에 몰수당한 게 없다고 하였으며 자신의 다리에 관통상을 입은 자국을 직접 보여주었습니다. 상처를 보는 순간 이 분도 베트남전쟁의 또다른 희생자로서 같은 시대의 아픔을 안고 살아온 처지를 생각하니 갑자기 주체할 수 없는 서글픔이 엄습해왔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