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138 이름: 최상영 2009/2/7(토) 조회: 1795 | |||
 비둘기부대(ROK MAG-V)에서 일어난 일 비둘기부대(ROK MAG-V)에서 일어난 일
1. Vietcong의 야간기습공격(1965년 4월 1일)
2. 해병대 창설기념 Party에서 일어난 일
3. 전속 부관의 취중 난동
2. 해병대 창설16주년 기념Party에서 일어난 일
1965년4월15일은 해병대 창설 16주년 기념일이다. 이때 해병 제1독립공병중대는 한국군 최초의 파월부부대인 주월 한국군(비둘기부대, 건설지원단)의 소속부대로서 지난 3월16일 월남의 Saigon 항에 해군 함정편으로 도착한 후 Saigon 인근의 Di-an 일대에서 육군 건설공병대대의 병력과 함께 도로건설공사를 하고 있었다.
이날 해병 제1독립공병중대는 해병대 창설기념일 축하하기 위하여 해병공병중대본부에서 야간에는 비둘기부대 장교들을 위한 축하Party를 부대본부의 장교식당에서 열었고 해병공병중대에서는 해병들을 위하여 맥주 Party를 열었다. 우리는 해병대의 노래를 해병들과 함께 어깨동무하고 신나게 한국까지 들리라고 목청이 터지라고 부르기도 했다. 조문환 단장도 잠깐 다녀갔다.
 해병 제1독립공병중대 장교들( 중앙 필자 J-2 이근식 중령) - 월남 Di-An에서.1965년5월 - 저녁에는 부대본부 전장교, 육군 경비대대(대대장 이광로 중령, 육군 공수단 대대장출신), 육군 건설공병대대 및 육군수송중대 장교들 전원을 장교식당으로 초대했다. Party 준비는 해병공병중대 장교들의 수중에서 갹출한 기금으로 했는데 내가 보기에도 많은 비용을 들여 요란스럽게 여러 종으로 준비했었다. 준비에 고생깨나 한것 같았다.
외국에서 우리 해병해 창설기념 Party를 연다는 것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고 또한 감개무량했다. 그것도 우리가 복구지원을 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더욱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식사는 "부페"로 준비됐고 우리는 실컷 먹고 마시면서 우리가 평소에 애창하는 해병대의 노래도 불렀다. 얼마 지나서 조 단장과 육군 장교들이 숙소로 돌아간 후에도 우리는 계속 흥에 겨워 술을 마시고 그리고 술이 우리를 마셔버릴 정도가 됐다.
나는 취안으로 주변을 돌아보니 육군 장교들은 한명도 안보였다. 밤도 깊어서 그들은 자기 숙소로 돌아갔는데 그때 내가 느끼기엔 이들이 돌아 갈 때는 당연히 감사하다는 인사쯤은 하고 갈 줄 알았는데 아무소리 없이 가버렸으니, 혹시 내가 그들이 돌아가면서 우리에게 인사한 것을 잊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나는 은근히 우리가 무시당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나는 "야! 육군들이 인사도 않고 돌아간 걸 보니 감사할 줄 모르는가 보다. 예의도 차릴 줄 모르는 무식한 족속들이야!"하고 소리 지르고 나도 취해서 나오면서 "부셔버려"라고 혼자말처럼 소리를 질렀다. 나의 지난날의 야성적인 습관이 취중에 되살아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숙소로 돌아와 잠에 빠졌다.
해병대 창설 16주년 기념 Party에 참석한 비둘기부대 지휘관 및 참모들.
 좌로부터: 조형구 대위(J-3 해병보좌관 해간 19기, 건너서 박동규 소령(해병 공병중대장 해간 12기), 송택구 대령(참모장), 조문환 준장(비둘기 부대장, 카키 복 이근식 중령(필자 J-2 해간 3기) 아침에 전령이 와서 깨우는데 지난 밤에는 너무 많이 마셔서 머리가 무거워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전령이 "참모님, 큰 일 났습니다. 지난 밤에 해병대 장교들이 장교식당을 다 때려 부셔서 아침식사도 없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이 소리에 나는 순식 간에 술이 깬 것 같았다. 장교식당으로 단숨에 뛰어가 보니 아주 난장판이 돼 있었다. 부수기도 아주 철저하게 부셨다. 트럭 1대분은 족히 되는 것 같이 보였다.
순간 나는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어젯 밤에 내가 식당을 나오면서 "부셔버려"라고 지나가는 말로 한 마디 한 것이 도화선이 되어 해병대 장교들이 부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그래서 나는 우선 조 단장에게 뛰어 갔다. 노크하고 단장 사무실에 들어서니 그의 얼굴이 잔뜩 화나 있었다. 우선 나는 사과부터 먼저했다. 왜 부셨는지는 그때까지 나는 모르고 있었으나 이곳에서 해병대 장교의 선임자이니 해병대 장교들의 난동을 사과했다.
  J-2 이근식 중령(필자) 조 단장은 "해도 너무 했어! 다 저렇게 부셔버리면 장교들은 어디서 식사하라는 거야!" 이 한 마디가 나를 더욱 미안하고 송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단장은 입을 꼭 다물고 있다. 나도 어떻게 됀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물론 후에 알게 되었지만.
한국에서도 출국준비 중에 경기도 '현리'에서 해병 공병중대원들과 육군공수단출신들과의 충돌로 단장께 폐를 끼친 일이 있었는데 또 이렇게 됐으니 미안하고 또 할 말도 나는 없었다. 나는 "오늘 중으로 부서진 기물을 전부 새것으로 교환하여 저녁식사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나는 단장실을 나와 해병 공병중대장에게 전화 했다.
"지난 밤 어떻게 된거요?" 하고 물었더니 "어제 밤 참모님의 말씀 한마디에 우리 장교 몇 명이 장교식당을 다 때려부셨기 때문에 지금 트럭을 몰고 Saigon시내에 나갔으니 더 좋은 기물을 구입해 올겁니다." 하는 것이 아닌가? 역시 내가 한마디 한 것이 기폭제가 됐구나 하면서도 나의 한마디에 좋은 일이건, 아니건 그대로 움직여 준 해병대 장교들에게 오히려 나는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또한 자랑스럽게도 느껴졌다.
선배 해병들의 전통의 일부를 이들이 여기서 보여 준것이다. 그러나 좀 슬기롭지 못했다. 오후에 Saigon시내에 식당기물을 구입차 나갔던 트럭이 돌아왔는데 번쩍 번쩍하는 새 집기에 전자제품등을 트럭에 하나 가득히 싣고 있었다. 물론 저녁식사는 늦지 않고 우리 모두 새 집기에 그리고 새 식탁에서 할 수 있었다.
며칠 후 조 단장이 나에게 "해병대가 부럽다."하면서 당시의 그의 심경을 니에게 토로한 바 있다. 아무렴 물론 부럽겠지 하고 나는 속으로 중얼 거렸으나 나는 이때의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사건 후부터 나는 술을 마시면 더욱 나의 입을 조심하기에 노력했다. 나는 술을 많이 마시거나 기분이 격해 있을 때는 똑같이 말을 많이 하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비둘기부대장인 조문환 장군은 내가 보기에 원칙을 준수하고, 부하를 사랑할 줄 알고 또한 부하의 정당한 건의를 받아들일 줄 아는 포용력을 가지고 있는 멋있는 장군임에는 틀림없었다. 이때 나는 그를 보면서 우리 해병대에도 이런 용장이 있었으면, 하는 어떤 부러움같은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나도 조 단장을 잘 몰랐지만 몇 개월 간의 그의 참모생활을 통하여 그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사람됨을 보고 나는 육군의 장군으로서 멋있는 장군이라는 결론을 얻게 된 것이다. 그러나 육군장교들은 안그런 것 같았다. 이들은 원칙을 준수하면서 엄격한 조 단장의 통솔방침에 그의 앞에서는 아무소리 하지 않으면서 뒤에서는 상관을 비난하는 비열한 자세로 일관 했으며 심지어는 육본이나 합참본부에까지 이상한 소문으로 변질시켜 퍼지게 하여 조 단장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조 단장이 나에게 직접 "지금 합참과 육본에서 누군가 자기에 대한 중상모략을 해서 아주 평이 나뿌게 돌아가고 있으니 누군가 서울로 가서 해명을 해 주어야겠는데 정보참모의 서울출장을 다음 달로 연기할 수 있겟느냐?"하고 나에게 이야기 해 줌으로써 나도 알게 됐지만 이때 나도 그 비난의 대상 속에 포함 돼 있었다.
그것은 "정보참모는 비둘기부대장의 머리 위에서 놀고 있다"는 황당한 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속에서도 나에게는 할 말이 있었다. 이때의 나는 "적의 60mm 박격포 포탄이 떨어질 때 전부 도망가던 족속들이 지금에 와서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거야"하는 것이 나의 솔직한 이들에 대한 불편한 심경이었다. 그러니 웃기지 말라 이다.
 해병 공병중대원들의 Jungle 속 탐색(좌에서 둘째 J-2 이근식 중령) - 1965년5월 -   이때 "나는 지난 4월1일 밤 Vietcong의 60mm 박격포 포탄이 떨어질 때 너희들은 뭘 했는가? 부대장을 버리고 걸음아 나 살리라고 먼저 도망가지 않았는가! 해병대 장교인 내가 육군 장군하고 무슨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나는 정당하고 떳떳했다"하고 나는 이런 육군장교들을 경멸하고 또한 무시했다.
어느 집단에서 건 이런 앞에서는 좋은, 아첨하는 소리만 하는 자는 돌아서면 반드시 딴 소리를 한다는 것은 이미 공인된 사실이나 다름이 없다. 위험 속에 빠지게 되면 누구나 그 본심이 나타나는 것이 인간이 아닌가? 그때는 쓰고있던 허울도 벗게 되니 말이다.
지휘관은 우수하고 의리있는 부하를 만나고 부하는 좋은 상관 즉 원칙을 알고 그것을 준수하며 부하를 사랑하고 또한 지혜롭고 용기있는 상관을 만나야 개인 뿐만 아니라 그 부대도 발전해 나갈수 있을 것인데 이런 면에서 비둘기부대장은 불행하게도 부하를 잘못 만나지 않았나 하고 나는 이때의 육군 장교들을 보면서 좀 염려가 되었다.
그렇다 하여 전부가 그런 것이 아니라 몇 마리의 미꾸라지가 흙탕물을 팅기고 있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 한다는 것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자기의 이용가능한 모든 것을 총 망라해서 최선이라는 목표를 성취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을 떠나온지 몇 개월 지난 어느날 서울로부터 김성주 쇼단이 위문공연차 비둘기부대를 방문했다. 곽규석, 구봉서 및 송해 그리고 이미자 씨 등 한국에서 손꼽는 유명한 연예인들이 대거 비둘기부대 위문공연을 위하여 멀리 한국에서 이곳에 온 것이다.
     해병들과 함께 이근식 중령(중앙) 전 부대원들은 축제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우리도 그들을 극진히 대접했다. 혈육의 정을 이국땅에서 마음껏 나누면서 파월 비둘기부대원들은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특히 공연 중 이미자의 "동백꽃 아가씨" 라는 노래는 듣고 있던 모든 장병들의 가슴 속에 무언가를 심어 주었다. 많은 비둘기부대원들이 그 노래 속에서 그들의 향수를 달래면서 눈물을 흘렸다.
군인이라는 제복 속에서 벗어나 수수한 인간으로 전부 돌아간 것이다. 이들은 이국에서 이 노래를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들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기쁨에 넘쳐 있었다. 무대 위에 뛰어올라 춤도 추었다. 그들은 그 속에서 파월군인의 보람도 느꼈을 것이다.
이런 광경을 보면서 우리는 이와 같은 위문단을 보내준 한국정부에 감사를 했고 더욱 분발 할 것을 다짐했다. 이날은 외국에 오게 되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을 실감하는 날이기도 했다.
3. 전속부관의 만취 중의 난동
월남의 재건을 위하여 비둘기부대(건설지원단)는 1965년3월16일 이곳 Saigon 인근의 Di-an지역에 도착한 후 4월1일 밤에 있었던 Vietcong의 야간기습공격을 제외하고는 지역내의 도로공사 뿐만아니라 교량건설, 유치원, 및 학교시설의 건축 등으로 Pacification Plan에 의거한 재건사업 및 활동을 별 문제없이, Vietcong의 방해 활동도 받지 않고 순조로히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장교숙소에서 자고 있는데 야밤에 밖에서 고함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 나는 잠에서 깼다. 들창으로 내다보니 부관실 앞에 군인들이 모여있는데 그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나는 무슨 큰 사고라도 난 줄 알고 잠옷만 입은채 그대로 뛰어 나갔다.
  부대장실로 통하게 되어 있는 부관실에 가 보니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부대장 부관인 J 대위(육사 3기, 후에 전두환 대통령의 경호실장)가 술에 만취되어 오른 손에 등산용 단도(공수단 대원용)을 휘두르면서 "조 단장 이리 나와"하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주변에는 경호소대장 A 소위(육사 7기, 후에 노태우 대통령 경호실장)가 칼에 손을 찔려 피를 흘리면서 어쩔줄 모르고 서성대고 있었고 육군 사병들, 그리고 그 속에는 잠자다 뛰어 나온 육군 장교들도 있었으나 전부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우두커니 있거나 서성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이런 광경은 군대 생활 15년에 처음 봤고 또한 무척 놀랐다. 아무리 술에 취했기로소니,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의 행동은 너무나 도에 지나치다고 생각되었다. 칼을 휘두르면서 "단장 이리 나와"하는 것이 무슨 서부 활극 영화에 나오는 장면 같았다. 나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광경을 보고 참을 수 없었다.
나는 즉시 숙소로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고 사무실에서 내가 Saigon에 나갈 때 휴대하는 엽총을 갖고 부관실로 갔다. "이봐! 정 대위"하고 불렀더니 나를 향해 칼을 휘두르면서 막무가내였다. 정말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이놈 오늘 나 한테 혼 좀 나봐라!"하면서 나는 다짜고짜로 정 대위의 목에 엽총 총구를 대고 노리쇠를 "찰칵"후퇴시키고 실탄을 장전했다. 그러니 아무리 술에 취해있었어도 총구가 목에 와닿았는데, 그리고 실탄이 장전됐는데 어쩔려구, 칼을 휘두르고 있던 자세가 주춤해 지더니 순간 조용해 졌다. 그 순간 주변에서 놀라 구경하고 있던 육군 사병들에게 "덮쳐"하고 나는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육군 사병들이 부관을 덮쳐서 양 팔을 잡고 칼을 빼앗았다.
나는 이 장교를 어떻게 할까? 하고 순간 생각하고 있는데 부대장실의 문이 열리고 부대장이 모습을 나타냈다. 이번에는 내가 놀랬다. 그것은 이때 부대장이 사무실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부대장도 어떻게 할 수 없었겠지 하고 생각하는 그 순간 나는 더 괘씸한 생각이 들어서 엽총의 노리쇠를 다시 "찰칵" 후퇴시키고 다시 탄알을 장전했다.
장전된 엽총탄이 튀어 나오면서 바닥에 떨어지고 엽총탄이 다시 장전되었다. 이런 나의 행동을 보고 구경하고 있던 주변의 구경꾼들? 전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단장님 이놈 쏴 버릴까요?" 방아쇠에 손가락을 넣으면서 나는 소리 질렀다. 사실 당시의 나의 기분은 부대장이 승낙만 하면 방아쇠를 당길 생각이었다.
 왜? 나는 피해 당사자가 아니지만 부대장은 피해 당사자이고 나는 그의 참모이기 때문이다. 단장은 황급히 "쏘지 말고 묶어서 영창에 집어 넣어"라고 말했다. 나는 헌병대장을 시켜서 난동부린 부관을 헌병대 영창으로 가둬 버렸다. 그리고 다음 날 부대장은 해병 공병중대장교로 부대장 부관을 교체, 임명했다.
이때 나는 자기 부관이 이렇게 야밤에 난동을 부리고 있을 때 단장은 과연 자기 사무실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하고 무척 궁금했었다.
이날 밤 사건도 지난번의 박격포 공격을 받았을 때 "걸음아 나 살리라"하고 뛰어 나가더니 오늘의 이들 육군장교들도 역시 방관자들이었다. 그렇게 구경만 하고 어떻게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도대체 나는 이런 육군장교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몽둥이로 두들겨 눕혀서라도 무슨 시도는 해봤어야 되지 않았을까?
이런 군인들을 과연 지휘관이 믿고 전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도 나는 들었다. 육군이건, 공수단 출신이건, 이런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했을 때의 이들의 대응하는 꼴을 보니 그리 믿을 것이 못되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나는 좀 서글픈 생각이 순간 들었다.
특히 그것은 언제나 유사 시에는 지휘관 옆에 꼭 있어야 할 참모들이 없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때 그런 그들을 볼수 없었다. 그들은 단지 방관자들 뿐이었다. 오히려 그들은 부대장 보다 먼저 대피호로 피신했었다.
이런 일들을 보고 또한 겪으면서 나는 육군 장교들을 보고 "이래도 너희들은 나를 중상 모략 할 수 있느냐?"하고 속으로 외쳤다. 그 날 이후부터 육군 장교들의 태도가 달라졌음은 당연했다. 그 후 문제의 전속부관과 경호대장은 80년대에 공히 전, 노 대통령의 경호실장이 되었다. 정말 사람의 일이란 알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이들을 보면서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그러나 비둘기부대장과 나와의 약속이 실현되기 전에 나와 해병 제1독립공병중대는 전투부대의 파월과 동시에 비둘기부대를 떠나게 되었다. 그것은 육, 해, 및 공군의 혼성부대로 평성되어 있는 비둘기부대를 전투부대의 파월과 동시에 육군의 단일부대로 개편하기로 이미 결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출장(9월)을 나를 대신하여 합참과 육본의 수뇌부에 비둘기부대장에 대한 중상적인 이곳에 근무 중인 육군 장교들의 소문의 해명을 위하여 한국으로 출장갔던 장교가 부대로 돌아 온 다음 달(10월)에 내가 부대업무보고차 한국으로 출장가기로 한 조 장군과의 약속은 전투부대의 파월과 동시에 무산되어 버렸다.
그런데 내가 아직껏 조 장군에 대해서 섭섭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전투부대의 파월은 이미 그때(9월 이전에) 결정되어 비둘기부대에도 그 전투부대의 파월계획서가 시달되어 비둘기부대장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 나에게는 그 사실내용을 숨기고 "이번(9월)은 자기를 위하여 양보하고 다음 달인 10월에 정보참모의 차례로 한국으로 출장가도록 하라"는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전투부대가 파월된다는 계획은 나도 벌써부터 알고 있었지만 비둘기부대가 육군의 단일부대로 개편된다는 기본계획을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이런 기본계획, 해병 공병중대는 파월될 전투부대인 청룡부대로 복귀한다는 계획에 대해서 나에게, 해병대의 선임자인 나에게 일언반구도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일 갈은 건물 속에서 얼굴을 맞대고 있다싶이 하고 지내고 있는 나에게 왜 그들은 이렇게 중요한 내용을 알려주지 않았을까? 그것은 육군장교들의 나에 대한 질시의 감정이 어떠하였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일 수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어쩌면 그들은 그들의 직속상관에 대한 불평불만을, 근거에 의거했건 그렇지 않았건 합참본부나 육군본부에 유포시킴으로써 직속상관의 부대지휘에 지장을 초래케 했다는 것은 그 상관이나 그 부하나 한결같이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이런 서로 믿음이 없는 군대는 전투에서 패하기 마련이다.
이로써 나는 그 동안 갖고 있던 육군과 조 장군에 대한 믿음을 잃케 되었다. 생각할 수록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말 사람의 일이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다시 깨닫게 되었다.
그때 만일 조 장군이 나에게 사실대로 솔직하게 말했었으면, 또 소신껏 부대지휘를 했었으면 나는 아직까지 이렇게 그에게 배반당한 듯한 심정과 그들에 대한 실망 속에 빠져있지 않았을 것이다. - "노 해병의 어제와 오늘" 중에서 -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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