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3>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국군은 초기에는 비전투부대를 파월했고, 1965년 7월 웨스트모어랜드장군이 본국에 대해 대규모 전투병력을 요청한 직후 한국의 전투부대가 파월되었다.그리고 1973년 3월 15일 철군시 파월한국군의 연병력은 31만 3천여명에 달했던 것으로 기록되었다.(국방부 1988:18). 이러한 전황으로 볼 때, 미국정부는 베트남전쟁에 한국군을 참전시킴으로써 미군 81만 3800여명의 참전효과를 거두었다고 평가될 수 있다. 그리고 베트남전에 참전한 미군 연병력 280만명과 비교해본다면, 미군의 수준에서 볼 때 한국군의 역할은 미군의 약 30%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즉 미국이 치르는 전쟁의 7분의 2를 한국이 맡은 셈인 것이다.

약 31만 3천명의 한국군참전 중 사망인원은 4천명(Han 1978:893)정도로 기록되어 있다.베트남전동안 이른바 자유세계에서 파병된 외국군인 중 사망자수가 4255명이라는 보고는(Lewallen 1971:141)한국군의 전쟁개입 정도가 얼마나 심각했던가 하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미군을 제외한 자유진영에서 파견된 외국군대의 사망자수의 대부분이 한국군이었다는 사실은 한국군이 미군과 똑 같은 정도의 작전을 수행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베트남전 동안에 참전미군의 연인원 280만명 중 약 5만 3천명이 전사한 것(사망률은 1.9%)과 한국군 약 31만명 참전중 약 4천명이 사망한 것 (사망률은 약1.3%)을 비교해보아도 한국군의 전쟁참여도는 미군의 그것과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는 짐작이 된다. 미군의 참전은 1961년부터이고, 한국군의 참전은 1964년부터 즉 3년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도 이의 계산에 첨가되어야 할 것이다.

6.월남참전용사에 정밀 신체검사 실시해야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이 빚은 득실은 이제 분명하다. 한국정부는 경제적으로 외화를 벌 수 있었고 국군의 실전경험을 토대로 국방력을 기를 수 있었고, 한국정부는 내부의 정치적 문제를 월남파병이라는 사건으로 희석시킬수 있었다.그러나 이 사건으로 인해서 한국이 잃은 것은 미국의 "용병"으로서 명분없는 전쟁에 참여했다는 국제적인 평가와 잔인한 한국인의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한편 한국내에서도 반성의 소리가 없지않았다. 월남에 심은 "Ugly korean"이라는 인상이다.

필자가 문제삼고 있는 한국이 잃은 것은 바로 강도높은 독성을 갖고 있는 황색고엽제에 노출된 한국의 젊은이들이 안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치명적인 질병의 문제라는 사실이다.이 문제는 아직까지 한 번도 거론된 바가 없는 것으로 필자는 알고 있다. 전형적인 군산복합의 희생물로서 미국의 참전용사들은 그 대가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이중적인 올가미의 희생물이 되었다. 전쟁상황에서 벌어진 군산복합의 희생물일 뿐만 아니라, 세계체제적인 종속적 희생물이다.

운좋게 살아돌아온 목숨들은 가공스러운 다이옥신이라는 독성물에 노출된 경험을 안고 돌아왔으나, 그 이후의 대책은 전무한 상태다. 동일한 문제로 미국의 정부가 수년 동안 죽끓듯하고있는데, 한국에서는 전혀 이 문제가 언급되지않고 있다. 그 이유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한국국민이 전혀 무지하거나 또는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관계기관의 철저한 정보통제에 의한 결과일 수도 있다. 아마도 이 여러 가지가 간접적으로 그리고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결과에 의해서 잠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자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몇가지 제안을 하려고 한다. 첫째, 정부는 베트남참전용사들에 대해서 전면적인 정밀 신체검사를 실시하여 황색고엽제에 의한 다이옥신 감염 여부를 밝혀야 한다. 미국과는 달라서 한국은 예비군제도에 의한 조직력을 동원하면 그러한 검사는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 결과는 미국의 참전용사들에게도 좋은 자료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지역적으로 워낙 광범위한 미국내에서는 그러한 실험을 거쳐 전면적으로 실시한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교 가능한 한국참전용사들의 신체검사는 법정투쟁을 위한 유익한 방증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둘째, 많은 수는 아니지만 다이옥신의 감염자가 나타나고 있는 미국의 경우를 볼 때, 한국의 참전용사들에게도 그러한 사례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가 있는 당사자와 당사자의 가족은 응분의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 소송의 대상이 누가 되든지간에,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황색고엽제의 피해자가 된 한국의 참전용사들에게도(발견된다면) 누군가가 모종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되다. 그 책임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는 앞으로 더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셋째, 한국정부는 베트남전 참전관계의 자료들을 공개하는 것이 옳다. 왜냐하면 이러한 문제들이 개인의 차원에서도 심도있게 연구되고, 사실이 밝혀지기 위해서는 정부가 솔선수범하여 예견 가능한 문제들을 제기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황색고엽제에 대한 범국민적인 경각심과 계몽은 현재 남용되고 있는 농약과 제초제 등의 화학제품을 경계해야 한다는 對국민 교육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된다. 그 결과와 과정에서 수반되는 환경보호운동은 공해문제로 골머리를 앓기 시작하는 한국사회에 건전하게 작용할 것임은 분명하다. 다섯째, 베트남이 현재 경제개방정책을 내세우고 한국의 기업진출을 요청하고 있다는 보도가 들리는 가운데, 명심하여야 할 것은 과거에 낙인 찍혔던 "Ugly Korean"을 베트남 땅에서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부와 책임 있는 관계기관 및 단체들은 황색고엽제에 의한 피해 상황을 조사하기 위한 공동조사단의 구성을 제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 대상은 베트남, 미국 등 참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며, 한국정부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베트남의 고엽제 피해복구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7."잃어버린 사슬"을 연결하기 위해

20년이나 되는 세월이 지난 과거의 일인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과 그 과정에서 발생되었다고 생각되는 황색고엽제에 의한 피해에 대해서 문제를 삼아보자는 것이 이 글을 쓰는 이유이다. 그렇게하기 위해서는 "잃어버린 사슬"을 연결할 수 있는 고리들을 찾아내는 일들이 산적해 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하나의 가시적인 현실로 이끌어보기란 지극히 어려운 작업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 어렵다고 생각되는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부산물을 과외소득으로 얻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미군과 월남군에 들어가야 할 죽음의 자리에 한국군을 대신 집어넣은 미국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하는 문제도 생각하게 할 것이다.

반미의 함성이 비등하고 있는 이때 하필이면 이런 문제를 들고 나왔느냐 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한미관계는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해왔던 것임에는 분명하다. 일방적으로 좋아하고 우러러보았던 감정은 이제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감정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미국인은 철저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대해야한다. 계산은 철저하게 하는 것이 미국인을 상대하는 가장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된다. 미국이 이른바 무역전쟁의 상대로 우리에게 접근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논리라고 생각된다. 우리의 처지가 어려우니 봐달라고 하는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뿐이라고 생각된다.

미국은 국제수지악화와 재정적자를 들어서 한국을 공략하고 있다. 그러한 미국의 어려움의 원인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희생양을 한국으로 선택했을뿐이다.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재빠르게 피하든지, 아니면 최후의 순간을 위한 날카로운 비수를 품고 있어야 한다. 베트남전쟁으로 미국은 1970년 중반까지 약 2129억 달러를 소모했다(Lewallen 1971:140). 오늘날 미국의 재정적자 등의 문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을 수 있다. 소모전이었던 베트남전쟁이 그 원흉의 하나라고 지목하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그 과정을 정확하게 입증하는 것은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생태계말살의 황색고엽제에 관련된 문제를 밝힘으로써 국민의 보건과 생명 및 재산을 보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부산물은 한미관계의 건전한 발전에도 기여할 것을 htodrkr하는 것은 지나치게 비약된 상상일까? 흥미있는 분들의 정성으로 합리적인 계산과 연구가 이러한 상상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신념이기도 하다.

■ 참고문헌

국방부 1988 국방백서.

동아일보 1986년 6월 23일자.

Asiaweek 1985년 5월 3일자 "Vietnam".

Gurtov, Melvin 1974 The United States againal The Third World.

New York: Praege.

Han, Sungjoo 1978 "South korea's participation in the Viatnam conflict

:An Analysis of the U.S.-Korean Alliance", Orbis.

Lewallen, John 1971 Ecology of Devastation:Indochina. Baltmore. MD:Penguin.

Vietnam Veterans of America 1980 Agent Orange an Upd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