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수

-미군이 사용한 월남전의 황색고엽제-

1.한국의 월남참전과 미국의 황색고엽제 인체유해실험

"자유통일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시다..... 그 이름 맹호부대 맹호부대 용사들아, 가시는곳 월남땅 갈 길은 멀더라도......"

부산 제2부두에서 해군의 L.S.T에는 전투복차림의 완전무장을 한 한국육군소속의 맹호부대장병들이 그 가족들과 환송식장에 동원된 남녀고등학교학생들의 합창이 요란한 가운데 목이 매인 눈물의 이별식을 거행하고 있었다.

베트남의 사이공시에서는 반전을 외치는 승려들의 분신행렬이 줄을 이었고,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분교에서는 반전과 베트남전 반대를 외치는 학생들과시위진압경찰들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과 파괴 및 살상의 폭력이 전개되고 있었다.

이 반전운동은 미국의 전역에 걸친 대학에 확산된 바 있으며, 그 과정에서 오하이오주에 있는 켄트주립대학에서는 경찰의 발포에 의하여 대학생들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거의 이즈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피부과의 클리그만(Albert M. Kligman) 교수는 미국방성이 다우케미컬(Dow Chemical)에 의뢰해서 제조한 황색고엽제(Agent Orange)의 인체실험을 위해서 홈스버그(Holmesburg)감옥소에 있는 죄수를 대상으로 제초제의 ?체유해실험을 하고 있었다.제2차 인도지나전쟁으로 불리는 베트남전쟁에서 미군은 많은 사상자를 내면서 명분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는 국제적인 지탄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미국내에서도 많은 저항을 받고 있었다. 따라서 빠른 시일내에 이 전쟁을 종식시켜야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었으며, 미국정부는 미군의 희생을 줄인다는 전략에서 한국을 위시한 이른바 자유세계의 베트남참전을 획책하였다.

동원된 여배우들이 목에 걸어주는 꽃다발로 눈물을 가리고 세상모르는 어린 학생들의 숭전가에 답하는라고 쉰 목소리로 그의 어머니앞에서 씩씩한 모습으로 부산항을 떠났던 친구의 형이 얼마후 흰 마스크를 한 군인이 받쳐든 상자 속에서 한줌의 재가 되어 귀국하였다. 정치라는 도박을 하는 사람들의 야욕을 채워주기 위한 훈자으이 제물이 되어버린 맹호부대의 일원으로 베트남전쟁에서 황천길로갔던 그 형도, 그 형의 목에 꽃다발을 걸어주었던 여배우도 그리고 그 형을 환송하느라고 "맹호부대 용사들아 ..."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나도, 정치한다는 소수의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이 세상에서 진실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어떤 의도로 그러한 일들이 꾸며지는 지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물론 그 후에 우리는 대체적으로 그 사건의 내막과 후면부에 가려진 진상을 알게 되었지만).

그 형이 전사하고 난 뒤 몇해 지나지않아서 청룡부대의 일원으로 베트남에 갔던 한 친구도 죽어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어떤 군인들은 돈도 벌어서 돌아왔고, 어떤 회사는 "월남특수"라는 신조어에 걸맞는 엄청난 돈벌이를 하였다. 그리고 당시의 한국 집권층과 박정희는 국내의 정치적 불안정을 "월남참전"이라는 사건으로 은폐시키는데 어느 정도 성공하기도 하였다. 한국군의 베트남 참전을 둘러싼 국제적.국내적인 정치적 음모와 조작 그리고 은폐 등은 아직도 그 여파를 남기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 여파 중에서 세간의 관심을 떠나버린 것 같은 심각한 문제가 바로 이 전쟁에 사용되었던 화학무기인 고엽제이다. 필자가 생태학을 공부하면서 우연히 접하게 된 황색고엽제의 문제는 베트남참전군인들과 관련하여 1980년대 초반에 미국 전역을 휩쓸고 있었다. 당시 한국에서는 농약에 의한 수은중독이 있느니 없느니 왈가왈부하는 상황이었고, 나는 베트남참전으로 전사한 친구의 형과 친구를 생각하면서 이 문제를 조사하기 시작하였다. 워낙 규모가 큰 문제이므로 아직도 많은 의문이 남아 있지만 더 이상 이 문제의 심각성을 묻어둘 수 없는 시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2.한국군의 작전지역에 뿌려진 황색고엽제

열대와 아열대의 정글에서 하노이를 중심으로 하는 호지명의 공산군과 인민해방전선(National Liberation Front)을 대상으로 월남의 고딘 디엠정권과 티우 정권을 지원함으로써 베트남의 공산화를 막고, 궁극적으로는 자유세계의 평화를 지킨다는 명분하에 통킹만 폭격을 시초로 대규모 전쟁을 감행한 미국은 정글생태계에 적합한 전쟁무기를 개발하였다. 이 전쟁 과정에서 정글이란 것이 미군에게는 커다란 장애물로 인식되었다. 즉 미 공군의 비행기는 보이지않는 적의 지상포화에 의해서 격추되었으며, 정글에 익숙한 "베트콩"들은 풀잎과 나뭇잎을 대미군 항전의 방패막이로 이용하고 있었다. 미국방성은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전쟁터의 "달표면화"(lunarization)작전의 전개를 계획하였고, 그 실시를 위한 무기로서 제초제로 쓰이는 화학물질을 개발하였다. 그것들 중의 하나가 바로 황색고엽제이며, 이때 제조되었던 고엽제용의 화학무기들은 모두 네가지였다. 이 화학무기의 제조는 다우케미컬이 독점적으로 담당하였다.

이 제초제들의 기본성분은 약칭으로 2,4-D(2, 4-dichloroghenoxyacetic acid)와 2,4,5-T(2,4,5-trichlorophenoxyacetic acid)이다. 황색고엽제는 2,4-D와 2,4,5-T의 합성이고 자색고엽제(Agent Purple)는 황색고엽제와 유사하나 생산가가 비싸고, 백색고엽제는(Agent White)는 2,4-D와 피클로람(picloram)의 합성이며, 청색고엽제(Agent Blue)는 카코딜산(cacodylic acid)의 합성제품이다. 이 네 가지 제초제 중에서 베트남 전에 가장 많이 사용된 것이 황색고엽제이다.

<표1>

고엽제 종류	성분
황색	n-Butly ester 2,4-D 50%(wt) n-Butly ester 2,4,5-T 50%(wt)
자색	n-Butly ester 2,4-D 50%(wt) n-Butly ester 2,4,5-T 30%(wt) Isobutyl ester 2,4,5-T 20%(wt)
백색	Tri-isopropanolaminc salt 2,4-D Tri-isopropanolaminc salt picloram
청색	Sodium cacodylate 27.7% Free cacodylic acid 4.8% Water;sodium chloride bal.

북위 17도선 이남의 월남은 전략상 4개의 군단으로 나뉘어 있었다.

북쪽에서부터 차례로 1군단.2군단.3군단.4군단으로 분리시켜서 각 지역마다 군단사령부를 두고 그 위에 미군의 주월사령부가 모든 작전을 통솔하였다. 전투가 치열하였던 곳은 17도선이 있는 1군단 지역과 사이공(현재의 호지명시)이 포함되어 있는 3군단 지역이었다. 한국군(맹호부대와 청룡부대)이 주둔했고, 전투를 벌였던 다낭(DaNang).동하(Dong Ha)등은 1군단 지역에 속해 있고, 철의 삼각지(Iron Triangle).비엔호아(Bien Hoa)등은 3군단 지역에 있음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전선없는 정글속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미군이 "지옥의 목장" (Ranch Hand; Hades)라는 작전명을 갖고 수행했던 고엽제의 주살포지역은 17도선 남부의 정글과 남부라오스의 호지명루트, 그리고 메콩삼각주의 늪과 수로 및동북 캄보디아의 시하누크 트레일이었다고 보고되고 있다.(Lewallen 1971:65). 고엽제살포의 본부는 사이공 부근의 탄손느트(Tan Son Nhut)공군기지였고, 지휘관은 랄프 드레서(Ralph Dresser)소령이었다. 1967년경의 사례를 보면 이 작전은 일주일에 6일간 계속되었으며, 하루에 2번씩 살포하였다. 수송기(C-123)한 대가 약 5천 달러에 달하는 고엽제 1만 천파운드를 싣고 나갔다. 이 수송기는 150피트 상공에서 130노트의 속도로 비행하면서 고엽제를 공중살포하기 때문에 적의 지상포화의 위험이 많았다.(Lewallen 1971:67).

아래의 <표2>는 1961년부터 1970년 사이에 살포된 고엽제의 양적 변화와 살포지역에 관한 미국방성과 인민해방전선의 상이한 자료를 비교 제시한 것이다.

<표2> 미국방성과 인민해방전선이 발표한 제초제 살포상황

(Lewallen, 1971:66)

연도	살포면적(1천 핵타르)		전체면적에 대한 살포지의 비유(%)
	국방성	인민해방전선	국방성	인민해방전선
1961 1962 1963 1964 1965 1966 1967 1968 1969 1970	10이상 10이상 10 30 60 300 600 510 490 ?	10이상 10이상 320 500 700 880 900 990 1090 420이상	- - - - 1 3 5 5 5 ?	- - 3 5 7 9 10 10 11 4이상
총살포면적 (중복포함) 1961~69	2020	5400	20	55
총살포면적 (중복제외) 1961~69	1800	2500	18	25

이 자료는 미국과학발전협회(American Associa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의 1970년12월 29일 총회에서 아서 웨스팅(Arthur H.Westing)이 발표한 것이다. 미국방성과 인민해방전선이 각각 발표한 자료에서 나타난 차이는 간과하고 , 미국방성의 자료만을 보더라도,고엽제가 살포된 면적은 월남 전 국토면적의 18%에달하는 어마어마한 숫자이다.그리고 살포된 황색고엽제의 총량은 약 1천200만 갤론에 달한다고 한다.

그 후 베트남에서 나타난 고엽제의 효과는 여러 가지의 모습을 띠었다. 고엽제의 살포직후부터 공산군은 이 고엽제를 "미국독약"(American poison)이라는 별명으로 대미 악선전에 이용했고, 사이공에서 발행되었던 야당계신문인 "틴상"(Tin Sang)은 1969년 6월 26일자 신문에서 "탄호이 촌락에서 고엽제에 의한 달걀 같은 기형아 출산"이라는 기사를 발표하기에 이르렀고, 티우정권은 즉시 그 신문을 폐간하였다.(Lewallen 1971:116). 인민해방전선은 1966년부터 1969년까지 매년 30만명이 고엽제에 의해서 피해를 입었으며, 베트남전쟁 동안에 약 120만명의 베트남인이 제초제의 독성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었다고 주장한다.(Lewallen 1971:114).

3.상체가 둘이고 하체가 하나인 "월남전기형아"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한 미국방성은 1970년 6월 황색고엽제의 사용중지를 명령하였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에도 쾅가이(QuangNgai)성과 쾅틴(Quang Tin)성의 산지에서 황색고엽제의 살포가 확인된 바 있다.(Lewallen 1971:68). 그리고 그 후 1980년의 사건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훨씬 더 심도 있게 알려주고 있다. 1980년 2월에 베트남 중부고워의 지아라이 콘탐이란 지역에서 태어난 상체는 둘 하체는 하나로 된 "월남전기형아"인 베트와 도크의 경우도 고엽제에 의한 희생물이다(동아일보1986년 6월 23일자). 즉 고엽제의 살포가 중지된 지 10년이 지난 후, 그리고 베트남전이 종전된 지 5년이 지난 후에 황색고엽제의 영향으로 기형아가 탄생된 것이다.전쟁무기로 상용되었던 환경에 악영향을 주고, 심지어는 인체의 유전자 환경에도 끊임없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번 그 고엽제의 독성에 노출되면, 언제 그 영향의 결과가 가시적인 현상으로 나타날지 모른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황색고엽제의 주성분인 2,4,5-T가 고엽제이 제조과정을 거치면서 발생된는 다이옥신(Dioxin)이 이러한 환경파괴현상의 주범이라고 한다. 정글의 숲을 제거하여 적을 쉽사리 발견하고 섬멸하기 위해서 제조된 고엽제는 적군과 아군이 혼재하고 있는 전쟁터에 살포되었던 것이다.

고엽제는 정글의 풀과 남들의 녹색부분을 모두 초토화시켰을뿐만 아니라, 생채계의 순환고리에 편승됨으로써(예를 들면, 수로에 뿌려져서 물고기들을 멸종 시키고, 정글의 동물들에게 흡수되고, 정글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체내에 축적되었던 것) 고엽제로부터 발생된 다이옥신은 베트남의 생태계를 파괴하기에 이른 것이다. 고엽제의 독성에 노출된 지 10년이 지난 뒤에 나타난 기형아현상으로부터 우리는 제초제 사용이 미치는 생태학적 측면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로 제초제의 환경파급효과를 현재로는 잘 모른다는 것이고, 둘째로 아주 미미하게 알고 있는데, 그 중에서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제초제가 살아 있는 환경의 모든 영양수준에 장기간 동안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Lewallen 1971:59).

우리는 현재 베트남 내에서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게 노출되어왔는지는 잘 모른다. 다만 호지명 시의 둑(Duc)병원에 있는 톤 탓 퉁(Ton That Tung)박사가 이 문제에 대해서 집중적인 연구를 해왔고,1981년 10월 그 의사는 미국의 베트남참전용사회의 초청으로 황색고엽제의 영향에 관한 강의를 하도록 위스콘신대학 메디슨분교에 초청받은적이 있다. 그러나 그 일은 어떤 영유로 인해서 성사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베트남전이 종식된 이후 베트남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남게 된 것이 바로 이 고엽제에 의한 환경파괴라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1,2차 세계대전 이후 랄프 램킨(Ralph Lamkin)은 나치가 저지른 유태인말살정책을 놓고 "종족말살"(genocide)이란 용어로 설명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이에 비견해서 인도지나전쟁 이후 아서 갈스톤은 "생태계말살"(ecocide)이란 용어를 만들었다. 그 개념은 다음과 같다.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유지시키는 자연환경과 인조환경을 대규모로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것"을 생태계말살이라고 한다.(Lewallen 1971:128).

이렇게보면, 이데올로기를 빙자하여 대규모의 살육전을 일으켰던 것은 가시적인 피해로서 이제는 그에 관련된 일들이 과거지사로 되어 버렸으나, 그 과정에서 인간이 전혀 예기치 못한 생태계말살은 앞으로 두고두고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을 초래하게 될 것임에 분명하다.열역학의 제1법칙을 생각해본다면, 고엽제에 의한 생태계 피해와 다이옥신에 의한 인체피해는 항존할 것임이 분명하고, 열역학의 제 2법칙을 생각한다면, 그 가시적인 형태는 얼마든지 전환되어 나타날 수 있다.

베트남이 요즘 경제건설을 위해서 개방정책을 펴고, 한국경제인들과 언론인들이 그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 베트남을 드나들고 있다. 인도지나반도의 구석구석에 비행기로 살포하였던 고엽제의 영향이 상존 하고 있을 것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베트남인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두 번째로 상륙하게되는 베트남에서 한국인들은 무엇을 먼저 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을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4.군산 복합의 비리와 인간말살

다우케미컬은 1960년대 중반에 펜실바니아 대학의 클리그만교수에게 연구비를 주어서 다이옥신의 독성에 대한 실험을 한 후 그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고, 1970년 봄 미국과학발전협회의 제초제문제위원회는 하버드대학의 메?메셀슨(Mathew Meselson)교수를 단장으로 하여 월남에 조사단을 파견한 바 있었다. 그들의 조사결과는 "대외비"로 처리되었으며, 1970년 4월 하트(Hart)청문회가 열리기 전까지 다우케미컬도 자사의 제품에서 발생되는 다이옥신의 위험성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발표하려는 아무런 노력도 한 적이 없다. 10명으로 구성되었던 베트남참전용사 국회의원회의 대슐리(Thomas Dashle)의원의 노력으로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밝혀진 바 있다. 1970년에 당시 다우케미컬회사의 부사장겸 연구실장으로 있던 존슨(Julius E. Johnson)박사가 필립 하트(Phillip Hart)상원의원에게 다우케미컬회사의 자료은폐와 제품의 잠재적인 유죄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즉 다우 회사는 1964년에 제초제로 만든 2,4,5-T는 다이옥신에의해서 오염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 사실을 국방성이나 농무성 그리고 식품 및 약품관리청 등 정부의 책임 있는 어느 부서에도 알리지 않았다.

이 사실이 문제가 된 것은 1970년 상원의 청문회였으며,같은해 6월 국방성은 고엽제의 전면적인 사용금지령을 내렸다. 즉 다우케미컬회사는 그들의 제품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6년동안이나 계속 제조해왔고 그 6년동안 다우의 제품은 베트남 전에서 엄청난 양이 계속 소모된 것이다. 베트남전에서 일어났던 군산 복합의 비리가 숨겨진 일화임에 틀림없다.

전선 없는 전장인 베트남에서 공산군과 인민해방전선의 "베트콩"을 살상하기 위해서 만든 황색고엽제는 전쟁터의 특수성으로 인해서 적군뿐만 아니라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의 머리 위에 뿌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우케미컬과 미국방성의 군산 복합이 만들어낸 합작품의 결과가 바로 이 제초제에 의한 베트남참전 미군의 다이옥신 감염인 것이다. 베트남전 동안 참전했던 미군은 연 인원 약 280만 명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 작전중 사망이 4만 4241명, 부상이 29만 3529명, 행방불명이 462명, 9064명은 질병이나 사고로 사망했다고 한다.(Lewallen 1971:141;Asiaweek 1985년 5월 3일자"Vietnam" P.13). 이 280만명이 잠재적인 다이옥신 감염자라는 견해가 비등하면서 미국의 베트남전참전용사회는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여 연방정부와 다우케미컬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일 준비를 하였다. 그러한 과정에서 수집된 일화들은 다음과 같다.

사우스다코타 주에 사는 크리스토퍼 존슨은 베트남전에서 오른쪽 다리와청각을 잃었고, 그의 아들 니콜라스는 출산직후 기형으로 사망하였고, 크리스토퍼도 심한 피부병과 독감증세로 앓고 있다. 1966년 8월 베트남에 파병되었던 마이클 라이안은 1년간 전쟁임무를 수행하였다. 그는 1970년 11월에 제대하였으며 1967년부터 1973년까지 심한 피부병을 앓았고, 체중감소,청각장애,심한 두통을 가지고 있다. 그는 베트남에 있을 때, 고엽제에 의해서 "달 표면화"된 지역에서 막사를 건설하는 작업을 하였다. 1971년 1월 20일 그의 딸 케리가 태어났는데, 팔다리의 벼들이 부분적으로 없는 상태, 엄지손가락이 없는 상태, 심장에 구멍이 난 상태, 복수의 구멍을 가진 항문, 내장이 이중적으로 형성된 상태 등 18가지의 문제를 안고 태어났다. 그리고 정박아임은 물론이다.

이것의 모두 황색고엽제의 다이옥신때문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더 이상의 자녀출산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마이클의 몸에 있는 유전자들은 다이옥신에 의하여 이미 심각한 상태로 감염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Vietnam Veterans of America, 1980). 1981년 봄,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의 웨스트뱅크에 있는 강당에서는 "미네소타 재향군인회"(Minnesota Veteran Coalition)라는 단체에 의해서 주최된 황색고엽제에 관한 일반공개세미나가 있었다. 주로 다이옥신 감염에 의해서 피해를 본 베트남참전용사들의 증언으로 진행되었으며, 한 증언자는 고엽제에 의해서 낙엽이 되어버린 정글의 광경이 지옥과 같은 곳이었다고 술회했다. 앙상한 나뭇가지들만이 서 있고, 흐르는 물은 모두 오염된 것이었고 생명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곳 같았다는 진술을 했다. 그리고 다이옥신으로 인하여 질병을 앓고 있는 참전용사는 참전 전의 상황과 참전 후의 상황을 비교하여 설명하였다. 그는 참전 전에 두 아이를 가진 아버지였고, 참전 후에 두 아기가 태어났는데 둘 다 기형아라고 했다. 첫 번째 아기가 기형아였을 때, 부부는 황색고엽제에 대해 의심했고, 두 번째는 그 의심을 시험하기 위해서 임신 후 분만하였는데 예상대로 였다고 진술하였다.

미네소타주의 상원 참전용사 문제위원회의 조사에 의하면, 황색고엽제문제 프로그램이 접촉한 2만 2천명 중에 1만 1190명이 신체검사를 요청한 바 있고, 그 중에서 4600명이 신체검사를 했고 747명이 정밀검사를 요하는 환자라는 것을 밝혔다. 질병의 종류별로 환자를 분류해본 결과, 피부병이 52.3%, 신경질환이 6.3%, 비뇨기질환이 5.4%, 이비인후질환이 3.3%, 정형외과질환이 2.0%, 안과질환이 1.4%, 정신질환이 1.1%, 기타 질환이 4.3%였다. 그리고 네브라스카 대학의 연구팀은 베트남참전용사협회를 위한 검사에서 검사대상자 33명 모두의 지방세포로부터 다이옥신을 발견했다는 보고를 한 바있다.

미국의 전역에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1970년 1월 뉴욕에서는 최초의 황색고엽제 법전소송이 제기되었다. 원고, 참전용사, 그리고 그들의 배우자와 자녀들은 다이옥신을 포함하고 있는 제초제를 연방정부에 판 사실이 있는 다우케미컬과 기타 제초제 제조회사들을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서 1980년 12월 연방법원의 프랫 판사는 원고의 고소가 이유있다고 판결하고, 원고고 하여금 집단소송을 할 수 있도록 판결을 내렸다. 원고들은 이후에도 연방정부를 상대로 고소를 제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고엽제와 관련된 법정소송문제는 워낙 복잡하고 많은 사람들과 단체들의 이권이 크게 얽혀 있기 때문에, 앞으로 그 추이가 주목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그 후 참전용사협회는 체계적인 법정투쟁을 위해서 참전용사들로 하여금 황색고엽제에 노출된 경험을 기록하게 하였고,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준비를 하였다. 한편 연방정부에서는 제초제에 의한 질병과 문제들이 베트남 참전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점(예를 들면, 약 280만 명의 참전용사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숫자를 추적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 등)에서 매우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한적이 있다. 그러나 황색고엽제에 노출된 적이 있는 참전용사들은 법정투쟁을 위해서 지역단위의 조직을 결성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간 공조체제를 확립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중서부 황색고엽제 검사의 결과가 공동으로 발표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압력단체의 등장과 여론에 밀려서 레이건 대통령은 의회의 요청에 따라서 정부의 예산으로 고엽제 피해자들에 대한 복지기금의 지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 듣고 있다. 그러나 법정투쟁에 의해서 황색고엽제의 피해자들이 승소판결을 받을 경우, 연방정부나 해당 회사가 지불해야 할 배상금은 천문학적인 숫자에 달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앞으로 계속 주시하면서 두고 볼 일이라고 생각된다.

5.월남전에 참전한 한국군은 "용병"인가?

미국은 국내의 반전운동의 확산과 미군의 희생율을 저지시키기 위한 한가지 방법으로 미군이 싸워야 할 장소에 한국군을 투입하는 방법을 한국정부와 의논하였다. 그 결과 한국정부는 1964년에 처음으로 의료와 공병임무를 맡은 비둘기부대를 파병하였고, 이후 1973년 3월까지 월남에 주둔하였다. 그리고 1968년과 1972년 사이에는 월남에 주둔했던 한국군 병력의 최고 숫자는 약 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리고 거의 동일한 시기에 월남에 주둔한 외국군대들의 숫자와 비교해보면 한국군의 비중을 짐작해볼 수 있다. 미국은 54만 3천명, 타이군은 1만 2천명, 호주군은 9천명, 필리핀군은 2천명, 뉴질랜드군은 550명이었다.(Han 1978).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SEATO(Southeast Asia Treaty Organization)의 구성원들이었기 때문에 지역의 공동방어를 위한 목적에 따라서 파병의 명분이 뚜렷하게 제시되지만, 한국의 경우는 단순한 미국의 요청과 군비부담에 의해서 파병이 결정되었던 배경을 감안한다면, 당시 월남에 파병된 한국군을 "용병"이라고 지칭한 것의 의미를 알 수 있다.
한국군을 "용병"이라고 지칭한 사람들 중에는 다름이 아닌 미국의 상원의원풀브라이트(Fulbright)도 포함되었던 것이 당시의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하겠다. 실제로 한국이 1965년부터 1969년 사이에 베트남에서 번 돈의 액수는 약 5억4600만 달러에 이르고(이 숫자는 당시 한국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전체 외화의 16%에 달한다), 1965년부터 1973년까지의 액수는 약 10억달러나 된다고 한다(Han 1978:893). 그리고 한국의 박정희 정부는 한국군의 월남전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군사원조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었다. 1956년부터 1965년까지 10년간 미국의 한국에 대한 군사원조 액수는 연평균 2억90만 달러였고, 1966년부터 1973년까지 8년동안 즉 한국군의 월남참전기간의 연평균 한국에 대한 군사원조액수는 3억 9150만 달러로 줄어들었다는 통계가 (Han 1978:908 참조) 당시 한국 정부와 미국정부 사이에 벌어진 거래의 일부였다는 것을 증명해줄 수 있다.

이러한 상황들이 월남에 파병된 한국군을 "용병"이라고 부르는 근거가 되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정부는 베트남전에서 미군 1명의 유지비를 1만 3천 달러로 책정하였고, 한국군 1명의 유지비를 5천 달러로 계산했다는 보고를 접해보면(Han 1978:897), 미국정부는 한국군을 베트남전에 끌어들임으로써 많은 이익을 계산하고 있었던 것임에 틀림없다. 미군 1명의 값이 한국군 1명값의 2.6배에 달했던 셈이다.